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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최악의 물갈이"···'과학계 칼바람' 대덕이 떤다

중앙일보 2018.12.05 18:09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4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대회의실에서 과기정통부의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4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대회의실에서 과기정통부의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너무나 갑작스럽고 한꺼번에 기관장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대덕특구 내 과학인들의 위기감이 터질 듯하다”
 
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KAIST 이사회에 보낸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과학기술계 물갈이’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신 총장을 국가 연구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신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과기정통부로부터 감사보고서조차 받아본 적 없다”고 밝힘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물갈이도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을 지낸 박영아 명지대 교수는 “과거에도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를 바꾸기 위해 감사를 동원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며 “정도나 절차적 측면에서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먼저 “과기정통부는 감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직무 정지 요청까지 했다”며 “이는 적법한 절차가 아니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목적을 가진 이른바 ‘찍어내기 식 감사’로 비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출연연 기관장의 사퇴에 배경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전 대덕특구 내에 위치한 한 출연연 관계자는 “아무리 객관적인 이유가 있어 임기 도중에 기관장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너무나 갑자기, 그리고 일거에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위기”라며 “결국 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인사를 현 정권에 친화적인 사람들로 교체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4대 과학기술원 기관장은 총 11명에 이른다. 지난달 20일, 정부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 속에 물러난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임기철 KISTEP 원장,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황진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홍기훈 해양과학기술원장, 서상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 장규태 생명공학연구원장,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이 줄줄이 사퇴했다.
 
기관장들이 사퇴할 때 마다 정치적인 ‘사퇴 배경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올해 3월 사임한 조무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지난 1월 정부의 표적감사 논란이 빚어진 후 2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황진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지난해 말 임기를 5개월여 남겨두고 사퇴했다. 박근혜 정권과의 인연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가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의 장관 자문관을 역임했다는 것이다.
 
과학계에 대한 정치적 재단이 과도하면 과학기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태 KAIST IT경영대학원 교수는 “출연연과 대학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심해지면서 과학이 갈 길을 잃고 있다” 며“전문가들이 치열하게 연구하기 힘든 환경이 되면 급변하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할 일을 찾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3일 대덕 특구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출연연이) 임팩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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