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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항복시킨 노란조끼···51세 여성 페북 영상이 시작

중앙일보 2018.12.05 16:39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자클린 무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자클린 무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 등을 6개월 유예하기로 하면서 ‘노란 조끼' 시위는 정부를 상대로 일단 승리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거리 시위가 처음 시작된 지 3주여 만에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셈이다.

"운전자 언제까지 괴롭히나. 현금 거둬 어디 쓰나"
영상서 마크롱 직설 비판…조회 수만 620만
페북 그룹 인기 "시위 열기에 전국서 부채질"
'SNS 민주주의' 확산…온건파 향배가 관건

 
 노란 조끼 시위가 짧은 시간에 정부의 세금 인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한데 모으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소셜미디어 덕분이다.
 
 노란 조끼 시위의 출발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51세 여성 자클린 무로가 지난 10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소개했다. 그는 집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모로는 “당신이 대통령 자리에 간 이후 계속해서 운전자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언제 그만들 것이냐"고 말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노란조끼 시위 [AP=연합뉴스]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노란조끼 시위 [AP=연합뉴스]

 은발의 무로는 경유 세금 인상과 프랑스 도로에 단속을 위한 레이더가 많이 설치되는 점, 대도시의 혼잡통행세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현금으로 무엇을 하느냐"고 따졌다. 페이스북 시청자들에게 각자 불만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올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무로의 호소는 반향을 낳았다. 페이스북에서 620만건이 조회됐고, 26만3000번 이상 공유됐다.
 
 이 영상의 확산을 계기로 노란 조끼 운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번성해 갔다. 지난달 17일 최초로 대규모 거리 시위가 열렸는데 그날만 페이스북 관련 행사가 1500개 이상 열렸다. 노란 조끼 시위와 관련해 인기를 끄는 페이스북 그룹도 생겨났다. 33세 트럭운전사인 에릭 드루에가 만든 ‘분노하는 프랑스'는 회원이 20만 명이 넘는다.  
 
 프랑스 소셜미디어 언론인 뱅상 글라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노란 조끼 운동의 최고 동맹"이라고 리베라시옹에 말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알고리즘이 시위 확산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개인의 페이스북 게재 글보다 그룹에 올라오는 콘텐트를 훨씬 더 강조해준다고 글라드는 설명했다. 그룹에 게재된 노란 조끼 관련 내용에 '좋아요'가 많이 붙을수록 노출 빈도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노란조끼 시위가 확산하자 유류세 인상 6개월 유예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노란조끼 시위가 확산하자 유류세 인상 6개월 유예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를 전파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후 개인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부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저커버그는 거물급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 세계 시민들의 집단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수립하겠다"고 알렸다.
 
 노란 조끼 관련 페이스북에선 시위 현장이 생중계됐다. 일부 시위대는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시위자 중 한 명은 파리 개선문에서 시위 당시 현장 영상을 올리며 “정부는 이제 개선문도 지키지 못한다. 최루탄만 쏠 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자들이 온라인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다짐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란 조끼라는 불꽃에 전국에 산재한 이들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프랑스24는 풀이했다.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 노란 조끼 시위의 스타로 떠오는 'Fly rider'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 노란 조끼 시위의 스타로 떠오는 'Fly rider'

 'SNS 민주주의'가 피어나고 있지만 부작용도 드러났다. 최초 영상을 올린 무로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협상을 위한 자리에 가려다 살해 협박을 받았다. 그는 이미 6건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노란 조끼 시위에는 극좌와 극우, 무정부주의자 등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이 한데 섞여 있다는 특징도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점은 같지만 언제 내부 분열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마크롱 정부의 세금 인상 6개월 유예 조치에 대해 노란 조끼 시위 대변인에 해당하는 벤자민 코시는 “위장된 정치적 모욕이거나 세금을 6개월 안에 되돌려 놓으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극우파의 리더인 마린 르펜도 세금을 없애지 않고 연기만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 사이에선 “정부가 첫걸음을 뗐지만 우리는 빵 쪼가리를 얻으려 한 게 아니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대 [AFP=연합뉴스]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대 [AFP=연합뉴스]

 반정부 시위는 유류세 인상 문제를 넘어 다른 분야로까지 번졌다. 교육개혁에 반발해 100여개 고교가 봉쇄되는 등 학생 시위도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오는 주말에도 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에서 과격한 노란 조끼 시위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수는 폭력 세력이 아닌 온건한 시위 참여자들이 정부의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이들이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며 시위 현장을 떠나면 극렬한 폭력세력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대의 경우라면 이젠 총리가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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