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상회담 나오라’ 매파 볼턴까지 나섰다

중앙일보 2018.12.05 15:16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로 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연례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아직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준수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을 하면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암시를 전혀 주지 않는다 해도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고 묻자 볼턴 보좌관은 “그것을 논의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살펴보고 어떻게 달성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 측이 이런 강한 의지를 표한 것은 나흘 새 벌써 세번째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시기를 2019년 1~2월 중으로 확인하며 “세 군데로 장소로 검토 중”이라고 했고,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돼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1월 1일 이후 곧 할 것 같다. 1월, 2월”이라며 종합 답변을 내놨다.
 북ㆍ미 간 고위급 회담 및 실무 회담 등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채널이 사실상 돌아가지 않는데도 미국이 2차 정상회담 ‘굳히기’에 나선 것은 꼼짝 않고 있는 북한을 움직이려는 압박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 문을 열어놨다. 이제 그들이 그 안으로 걸어들어와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음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길 희망하는 바”라고 말했다. 판을 벌여놨으니 나와서 제대로 비핵화 결판을 내자고 공을 북한 쪽으로 던진 게 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이란 이슈에 집중하던 볼턴 보좌관이 북핵 이슈, 북ㆍ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반영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북ㆍ미 간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둘째 치고,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고 아예 나오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이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문이 열려있을지 모르니 어서 북한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북ㆍ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크게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 측은 북ㆍ미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시 제재 일부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완전한 핵 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핵물질 보유 현황 등 일부에 대해 성실히 신고하고 사찰을 수용할 경우에는 미국도 상응조치를 해줄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단, 이는 자금줄을 다시 터주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 분야에 대한 제재 면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여전히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들고 올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합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좋은 합의라는 것은 아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처럼 북한이 ‘노력하겠다’고만 하고 뭔가를 받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선임보좌관은 뉴욕 타임스(NYT)에 “이런 움직임은 어떤 협상 논리에도 어긋난다. 정상회담을 또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 시간과 제재 완화를 얻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려는 김 위원장의 전략이 먹혔다는 것만 입증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