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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뜬금없이 22년 전 강릉 잠수함 영상 … 유튜브로 대미시위?

중앙일보 2018.12.05 12:09 종합 14면 지면보기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관련 영상 [유트브 캡처]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관련 영상 [유트브 캡처]

북한이 22년 전 강릉잠수함 침투 사건을 유튜브에 올려  “강릉의 자폭 용사”로 내세웠다. 북한 주민들은 유튜브 접속이 불가능하니 이는 북한 바깥, 특히 비핵화를 행동으로 옮기라는 미국을 겨냥해 북한의 ‘한방’ 능력을 과시하려는 대외용 ‘유튜브 시위’다.
 

북 주민은 유튜브 못 보는데 올려
잠수함, 연평도 공격 김격식 담겨
“직접 도발 어렵자 과거 도발 부각
미국 비핵화 압박에 경고 나선 듯”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김격식 전 4군단장 관련 영상[유트브 캡처]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김격식 전 4군단장 관련 영상[유트브 캡처]

지난달 25일 유튜브의 북한 홍보 채널에 ‘위대한 동지 5부: 당을 받드는 길에 인생의 영광이 있다’라는 제목의 1시간 6분 21초짜리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북한에선 이른바 ‘충신’이라는 인물들의 삶을 따르자는 주민 사상학습용 영상물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에는 4군단장 출신인 김격식과 1996년 9월 강원 강릉에 침투했던 잠수함 승조원이 포함됐다. 영상에선 김격식을 “총대와 함께 굴러온 한 생”이라고 평가했다. 김일성(1994년 사망) 주석이 김격식에게 상으로 권총을 선물하는 장면이나, 김정일(2011년 사망)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의 부대를 찾아 격려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김격식은 서해 전방 부대인 4군단장으로 있으면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을 일으켰다. 6ㆍ25 전쟁 이후 한국 땅에 처음으로 대규모 포격을 가한 사건의 핵심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의 '자폭 용사' 동영상 [유트브 캡처]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의 '자폭 용사' 동영상 [유트브 캡처]

또 8분 30초 가량의 강릉 잠수함 사건 부분에서 북한은 무장 공비들의 ‘전원 자폭’을 크게 소개했다. 1996년 9월 강릉잠수함 사건은 북한이 정보수집 등의 목적으로 무장공비를 강릉에 침투시켰다가 해안에 좌초된 뒤 한국군과 교전까지 벌인 역대급 도발 사건이다. 잠수함이 좌초되자 승조원들이 육지에 상륙했고, 이후 한국군이 포위망을 좁히자 24명이 자폭하거나 사살됐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생포됐고, 다른 1명은 시신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은 동영상에서 “20여년전 온세상을 놀래웠던 강릉의 자폭용사들”이라며 “수십만에 달하는 적들의 포위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희생된 25명 전사들의 영웅적 위훈은 오늘도 빛을 뿌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자폭 직전 “장수봉 앞, 돌파할 가능성은 없다. 전원 자폭을 각오함. 장군님 안녕을 바람. 김정일 장군 만세!”라며 무선 통신을 보낸 내용도 소개했다. 장수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라고 북한이 주장하는 밀영 앞의 봉우리(현 정일봉)를 뜻한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사건 발생 20년을 맞아 유가족들을 돌봤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김격식 전 4군단장 관련 영상[유트브 캡처]

북한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올린 김격식 전 4군단장 관련 영상[유트브 캡처]

북한은 당초 이 영상을 지난해 3월 3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대를 이은 충성과 본보기로 삼자는 내부 선전용이다. 그런데 1년여가 넘은 지금 북한 내부에선 차단된 유튜브에 이를 올렸다. 휴전 이후 한국에 대한 군사 공격인 포격 도발을 주도한 김격식과, 미국이 민감해하는 잠수함을 부각한 ‘미국은 보라’ 동영상이나 다름없다. 특히 미국이 크게 우려하는 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라는 점에서 느닷없는 잠수함 동영상은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 가능하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은 필요에 따라 선전 수단과 내용을 치밀하게 선별한다”며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직접 도발을 하면 대화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신 과거 영상을 재조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이 여의치 않자 온라인을 활용한 모습”이라며 “언제든지 목숨을 던지는 군인들이 있고, 연평도 공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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