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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6월 트럼프를 일본에 두 번 부르겠다는 아베, 왜?

중앙일보 2018.12.05 11:39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정부가 내년 5~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5일 일제히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새로운 일왕의 첫번째 국빈으로 모시겠다는 뜻"
7월 참의원 선거 앞두고 외교 리더십 어필 의도
닛케이 등 日언론 "일왕 정치적 이용은 안돼"
"시진핑보다 트럼프 먼저 부르고 싶다는 뜻"
89년 일왕 즉위땐 노태우 대통령 첫 국빈 결정
하지만 자금 스캔들로 日총리 물러나며 무산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엔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이 이미 정해져있다.  
 
그런데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한 번 더 부르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이런 단시간내에 일본을 두 차례나 찾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지난 11월30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ㆍ일 정상회담 등에서 아베 총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방일’을 수 차례 타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영광’이라며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며 “이는 내년 5월 1일 새로운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즉위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왕과 함께 회견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 [중앙포토]

아키히토 일왕 [중앙포토]

일본 역사상 200여년 만에 ‘생전퇴위’를 결정한 현 아키히토(明仁)일왕은 내년 4월 30일 퇴위한다. 그리고 현 나루히토(德仁)왕세자가 5월1일 새로운 일왕에 즉위할 예정이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중앙포토]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중앙포토]

일본이 외국의 국가원수를 국빈으로 초청하는 건 1년에 2~3차례 정도다. 국빈으로 초청되면 일왕이 왕궁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회견하고, 국빈이 도쿄를 떠날 때는 일왕이 직접 숙박장소까지 찾아가 배웅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방일한다면 막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맞는 제1호 국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닛케이는 “일본과 미국 정부가 향후 구체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바쁜 스케줄등을 감안하면)경우에 따라선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 맞춰 한 차례만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내에선 아베 총리가 왜 트럼프 대통령 국빈 초청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미·일관계를 국정운영의 구심력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특히 내년초부터 본격화할 양국간의 무역협정 교섭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내년 7월엔 아베 내각의 명운이 걸린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까지의 총리 임기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가 걸린 최대 고빗길이다. 이 때문에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을 최대의 화두로 내걸고 있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자신의 외교적 영향력과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어필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은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초청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그래서 “시 주석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은 게 아베 총리의 속마음일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아베 총리의 태도를 놓고 “일왕의 즉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실현이 일왕의 정치적 이용이란 비판을 사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1989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 당시엔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진전’을 내걸며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1호 국빈 초청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치자금 스캔들인 리쿠르트 사건으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총리가 그해 6월 퇴진하면서 노 대통령의 방일이 연기됐다. 이 때문에 그 해 10월 방일한 짐바브웨 대통령이 첫 국빈이 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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