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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로 늦춰진 ‘소주성’ 체감 시간표…홍남기의 해법은?

중앙일보 2018.12.05 04:30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가 나오는 스케줄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정부 ‘올해 하반기→내년 초→내년 하반기’ 계속 말바꿔
공유경제 활성화, 헬스케어 규제 완화…혁신성장 방점
일자리·소득 늘릴 대책 이달 나올 ‘2019 경방‘에 담아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올해 1월18일 서울 신림동 시장을 방문해 “최저임금을 늘리면 올해 하반기쯤 가서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온다”고 소상공인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8월19일 당정청 회의에서 “아마 내년 초 정도 가면 국민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김태년 정책위원장), 지난달 4일 당정청 회의에서 “내년 초 소득주도성장의 실질적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장하성 전 실장)으로 정책 체감 시점이 ‘내년 초’로 밀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러다 지난 4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며 또다시 말이 바뀌었다. 정부의 애초 말대로라면 벌써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정책 변화 없이 시점만 '내년 하반기'까지 차츰차츰 밀리고 있는 것이다.
 
되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등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고, 한국도 경기 하강기로 접어들면서 과연 소득주도 성장이 가시적 성과를 낼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연유로 홍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부진한 경제 성과에 대한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로 물러난 전임 김동연 부총리와 장 실장을 빗대 ‘김앤장’ 시즌2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홍 후보자의 답변 때문이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일부 시장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범위에서 수정·보완하겠다”고는 했지만 대부분이 김동연 현 부총리가 그간 해온 발언과 거의 ‘판박이’다. 기존의 경제기조의 큰 변화 없이 최저임금 등 시장에서 부작용이 큰 부분에 대해서만 일정 부분 수정을 내비친 것이다.
 
“홍 후보자의 발언을 듣다 보면 뭔가 바뀔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바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홍 후보자와 청문회를 준비하며 호흡을 맞춘 기획재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워낙 많은 질문에 답변을 쏟아내다 보니 정치권에선 자기 진영 논리에 유리한 것만 발췌해 쓰고 있다”며 “홍 후보자의 청문회 모두 발언에 그의 정책 방향이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고 귀띔했다.
 
홍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와 우리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에 힘쓰겠다”며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와 미래대비 투자 및 준비라는 4가지 정책 방향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경제활력 제고’가 첫 번째, ‘체질개선’이 두 번째인데 이는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해 혁신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비력 보완’보다는 혁신성장으로 경제에 활기를 넣는 ‘공격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가 이와 관련 공을 들이고 있는 건 규제 개혁이다. 김동연 부총리의 사임으로 그가 추진하던 규제 개혁이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승차공유ㆍ카풀 등을 부분 허용하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이달 중으로, 원격 협진 확대 등 ‘헬스케어 규제 완화 방안’은 다음 달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역임해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국무조정실장 재임 동안 부처 간 정책조정을 맡은 홍 부총리가 정책 수립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 후보자가 선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1204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홍 후보자가 선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1204

홍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미래차ㆍ핀테크ㆍ스마트팩토리ㆍ바이오헬스 분야의 가시적인 선도수요가 창출되도록 하고 창업의 생태계 사슬도 보강하겠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규제부터 개인에게 절벽과 같은 소규제까지 현장에서 변화가 확연히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 소득주도성장 폐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경제 정책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소득주도 성장 체감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늦춘 것도 확실한 수치로 이를 증명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홍 후보자의 발언처럼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실효성 높은 정책을 준비 중”이라며 “이달 중순쯤 발표할 ‘2019 경제정책방향’이 홍남기표 경제 정책의 첫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도 경제정책 로드맵인 ‘2019 경제정책방향’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8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10만명대 이하에 머무는 ‘고용 참사’를 해결할 일자리 대책과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을 높일 가계소득 증대 대책, 얼어붙은 기업 투자를 늘릴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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