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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 편의점 안 된다 … 50~100m내 신규 출점 제한

중앙일보 2018.12.05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편의점 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왼쪽 넷째부터)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함께 이행확인서를 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으로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편의점 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왼쪽 넷째부터)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함께 이행확인서를 들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으로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편의점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했다. 관심이 컸던 거리 제한 규정이 포함됐다. 50~100m 내에 다른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이 제한된다. <본지 11월 30일자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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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율 규약 18년 만에 부활
지자체 담배 판매점 거리가 기준
일각 “정부 개입한 반시장적 조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으로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여기에는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점→운영→폐점에 걸친 업계의 자율 준수사항이 담겼다. 자율 규약의 영향을 받는 편의점이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 개에 달해 효과가 클 전망이다.
 
출점 단계에서 근접 출점을 차단하는 규정이 핵심이다. 출점 예정지 인근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는 경우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 인구,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가 구체적인 기준이 된다. 담배 판매소 간 거리는 담배사업법 및 조례 등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다. 예컨대 서울시는 서초구(100m)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50m다. 점차 100m로 확대할 계획이다. 담배를 팔아야 어느 정도 수익이 나는 편의점의 여건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1994년 시행됐던 80m 이내 편의점 출점 금지 자율규약은 2000년 공정위가 이를 경쟁사 간 담합으로 판단하면서 폐지됐다. 18년 전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은 일종의 담합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던 정부가 이번에 이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편의점 과밀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거리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이번 자율규약은 편의점 자체에 거리 제한을 두지 않고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를 활용해 ‘과당 규제’라는 비판을 살짝 비켜났다.
 
이와 함께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0시∼오전 6시 영업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당한 영업시간 금지도 규약에 담겼다. 가맹 계약을 해지할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가맹점주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경영이 나빠져 폐업을 희망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가맹 희망자에게는 경쟁 브랜드 점포를 포함한 인근 점포 현황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잉 출점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와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무모한 경쟁으로 편의점 경쟁력을 악화시켰다”며 “앞으로 성급한 시장 진입은 사라질 것이고, 상품이나 서비스 차이로 승부하는 품질경쟁을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을 더 공고히 하는 ‘반(反)시장적’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내 건물을 가지고 편의점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며 “장사가 안 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장사를 잘하는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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