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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홍문종 “복당파가 당 접수하면 TK 신당 반드시 나온다”

중앙일보 2018.12.05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내년 이맘때 친박당 정말 가능한 것인가
대한민국은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들 한다. 특히 정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3당합당과 DJP연합으로 정권을 잡았다. 폐족을 자처했던 친노 세력은 불과 10년 만에 부활했다. 당시로선 모두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래도 불가능은 현실이 됐다. 지금 여의도엔 친박당을 거론하는 사람이 꽤 있다. 내년 2월 말 예정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서 비박 지도부가 탄생할 경우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워 대구·경북(TK)에 기반한 신당을 창당할 거란 얘기다. 여러 가정과 많은 시나리오가 뒤섞인, 아직은 술자리 안주 거리 수준의 소문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건 터무니 없는 얘기 만도 아니어서다. 친박 신당이란 정말 가능한 것인가.

친박 인적청산과 전당대회 맞물려
대구경북 중심 친박당 거론되지만

민주당 구미시장 나오는 상황에서
설사 생겨도 파괴력 크지 않을 듯

다음주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과
당협위원장 교체가 1차 가늠자

  
자유한국당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국회 의사당. 2주일 정도 남은 원내대표 선거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이 총출동해 면전에서 충돌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일정을 빼면 비대위가 두 달 정도 남았는데 인적 쇄신 작업은 일정 변화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발언이 끝나자마자 친박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당권 주자로 뛰는 정우택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계파 덕을 보려는 시도는 안 된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틀 전 “계파 논리를 살려 분당 운운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걸 두고서였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는 중립”이라고 얼버무렸다.
 
회의를 마친 정우택 의원에게 물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병준 비대위원장 발언은 ‘친박 신당설’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렇다. 홍문종 의원의 분당 얘기를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친박 신당이 가능성은 있나.
“분당과 창당이란 건 3김 시절에나 성공한 어려운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 이후 성공하지 못했다. 쉬운 여건이 결코 아니다.”
 
실제 움직임은 어떤가.
“지금 의원들 간에 거론되는 주제가 전혀 아니다. 언급 자체가 우습다.”
 
만약 생긴다면 몇 명이나 뭉칠까.
“글쎄 얘기 자체가 나오질 않으니 어떻게 셀 수가 있나.”
 
그렇다면 김병준 위원장의 계파 발언을 문제 삼은 이유는 뭔가.
“반문연대로 힘을 모아야 한다. 당협위원장 교체부터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대위가 분열과 갈등이 씨앗이 되면 곤란하다. 그런 면에서 중진 의원들의 의견 개진을 계파 갈등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내년 광복절 사면설이 친박 신당설 출발점
 
친박 신당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설이 출발점이다. 배경엔 2020년 4월 총선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 공학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반문연대를 내건 야권 통합 움짐임이 거세질텐데 여권은 반문연대를 깨기 위한 대응 카드로 내년 8월 광복절에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느냐는 추론이다. 그러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격화되고 박 전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 경우 결과적으로 보수 분열 효과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여권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야권이라고 사면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이런 가정에 가정을 더한 얘기들이 주로 야권을 중심으로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러자면 조건이 복잡하다. 대법원 재판 일정이 그 전에 끝나서 확정 판결이 나야 하는데 국정 농단과 공천 개입은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갔지만 국정원 특활비 건은 아직 2심이 진행 중이다. 더 중요한 건 국정 동력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중심 축은 적폐 청산이었다. 아예 제 1과제로 내걸었다. 그리고 그게 서로 이질적인 문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주된 힘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문 정부로선 얻는 것 못지 않게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매력적인 카드가 될지도 모르지만 독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이다.
 
사면이 아니라 석방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조만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불구속재판 촉구결의안’을 발의할 태세다. 최종 결정권이야 재판부에 있다지만 마침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일이 내년 4월 중순이다. 그런데 재판 중이라면 설사 풀려난다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활동은 제약을 받는다. 대리인을 내세우는 건 가능해도 직접 정치에 뛰어들 수는 없다. 여권 입장에서 야권 분열을 유도하면서 부담을 조금 줄이는 방안이 될지는 모른다. 그렇다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영 내부의 적개심을 흐트러뜨리는 모순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정작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재판 자체를 거부하는 걸 보면 억울해 하는 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회가 주어질 경우 본격적인 정치 활동으로 명예 회복을 꾀하려 할까.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에게 질문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나.
“뵌 적은 없다”
 
친박 신당설엔 어떤 입장이라고 하나.
“세세히 말씀 드릴 순 없지만 그런 컨셉은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알 수 있나.
“의원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의 편지가 올라간다. 유·무언의 반응이 있다.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친박 신당이 실제로 생길까.
“여러 여건으론 힘들다. 하지만 결국엔 생긴다고 본다.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중 절반 정도가 탈락할 거다. 탈락해도 모두 출마할 텐데 명분이 필요하다. TK에선 배신자론, 의리론이 여전히 먹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나야 당이든 뭐든 될 텐데 여권이 그렇게 할 거라고 보나.
“항간엔 박 전 대통령을 미국으로 모셔가기 위해 미국이 우리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다. 사람 이름과 오산 기지 얘기까지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내년 광복절을 D데이로 잡고 박 전 대통령 의지를 확인 중이란 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언제까지 이 문제를 그냥 모른 척 놔둘 순 없다고 본다.”
 
만약 신당이 생긴다면 얼마나 모일까.
“복당파가 당을 접수하고 전면에 나서는 등의 계기가 만들어지면 TK 자민련은 언제든지 만들어질 거다. 그게 친박연대가 될지 탄핵반대당이 될지 모르지만 의원 20~30명은 참여한다.”
 
 
“설사 친박당 생겨도 파괴력은 미미할 것”
 
탄핵 2년 만에 ‘박근혜 신당’ 얘기가 거론될 수 있는 건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다. 그의 무죄와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주말마다 이어지고 집회를 마치면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 구치소로 옮겨 시위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당이 보수와 야권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면 보수는 물론 나라가 망한다고 믿는 입장들이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극단적이어서 자신들을 ‘반김정은 반문재인’ 세력으로 규정한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는 ‘위장 보수’고 정통 보수우파인 태극기를 이끌 수 있는 지도부는 ‘친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연락과 접촉이 된 한국당 의원들 중 친박 신당이 실제로 탄생할 거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민주당 김부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대구에서 큰 표차로 당선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탄생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신당이 생긴다 해도 파괴력이 없을 거란 분석이 훨씬 많았고 그 중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도 있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보수 통합이 큰 과제지만 뭉치되 거듭나야 파괴력이 커진다. 그저 뭉쳤으니 표를 달라는 건 유권자들에게 먹히기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제가 그렇다. 친박 세력이 결국 타의에 의해 한국당에서 떨어져 나가면 친박당으로 모이겠지만 명분도 구심점도 없어 찻잔 속 태풍이 될 거다. 그렇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를 재개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역풍을 만나게 될 거다. 그 전에 적폐 청산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문재인 정부가 내년에 박 전 대통령을 풀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14~15일 인적청산 명단 발표하겠다”
 
현재로선 이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한국당의 정치 일정이 정치권 이합집산의 가늠자다. 무엇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끝나는 전당대회에서 누가 새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당은 요동이 불가피하다. 차기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친박계가 득세하느냐, 비박 복당파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당의 분화로 이어질지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대통합의 물꼬가 트일지 여부가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변곡점은 인적 쇄신을 놓고 벌어지는 김병준 비대위와 친박계간 갈등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다음 주말 당협위원장을 바꾸는 인적청산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계파 논리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탈락자들 반발은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분이 부족한데다 당을 만들 만큼의 숫자도 없어 친박 신당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당 지도부와 비박 진영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건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문 통합 분위기를 띄워갈 계획인 만큼 김병준 위원장의 물갈이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김병준 위원장은 친박 분당설에 대해 “그런 시도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온 이유가 그런 부분 때문’이란 말과 함께였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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