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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원천은 여행, 요즘 한우에 빠졌다”

중앙일보 2018.12.04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미식의 나라’라는 명성대로 프랑스엔 세계적인 스타 셰프가 많다. 에릭 프레숑(55)은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째 총괄하고 있는 파리의 ‘호텔 르 브리스톨’ 내 레스토랑 ‘에피큐어(Epicure)’로 미쉐린 가이드에서 10년 동안 별 3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2008년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한국에도 그의 팬은 많다. 파리 여행객에게 에피큐어는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지난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에릭 프레숑 초청 갈라 디너는 점심 40만원, 저녁 6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며칠 만에 완판됐다.   
서울신라호텔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에릭 프레숑 셰프. 3일간의 갈라 디너는 고가에도 모두 완판됐다. 김경록 기자

서울신라호텔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에릭 프레숑 셰프. 3일간의 갈라 디너는 고가에도 모두 완판됐다. 김경록 기자

그는 “열네살 무렵 자전거가 갖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더니 ‘일을 하라’고 했다. 그때 작은 레스토랑에서 굴 까는 일을 시작한 게 요리사로서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여성 셰프가 자신의 아이처럼 따뜻하게 대해줬고 젊은 직원들이 많아 주방은 유쾌했고, 일하는 것도 즐거웠다고 한다. 이후 요리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고 프랑스·스페인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4년 파리 외곽에 자신의 첫 레스토랑 ‘베리에르’를 열었다. 당시 파리에선 보기 드문 비스트로노미(격식 없이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와 미식을 뜻하는 '가스트로노미'를 합친 말)로 인기를 끌었다. 5년 후 도시 중심으로 레스토랑을 이전하려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제의가 들어왔다. 바로 젊은 시절 근무했던 에피큐어였다. 그는 “이미 에피큐어와 호텔 르 브리스톨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10년째 미쉐린 별셋 에릭 프레숑
파리의 명소 ‘에피큐어’ 총괄셰프
단일품종 밀로 만든 빵 선보일 것

이후 그는 19년째 에피큐어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주방을 맡을 당시 미쉐린에서 별 두 개를 받았던 에피큐어는 10년 전 별 한 개를 추가했고 이후 10년째 3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명성이 커진 만큼 다른 업계의 제안도 많았지만, 그는 20년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호텔 르 브리스톨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족 같고 친근해 나랑 잘 맞는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어제 입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도 새로운 프로젝트로 분주하다. 고대 밀 품종을 모아온 사람과 함께 단일 품종의 밀을 키우고 이것으로 빵을 만드는 것. 그는 “우리가 요즘 먹는 일반 품종의 밀은 수익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교잡한 것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며 “고대에 먹은 밀이나 단일 품종의 밀은 건강한 식재료로,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이 빵을 에피큐어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에릭 프레숑의 시그니처 메뉴. [사진 에릭 프레숑 홈페이지]

에릭 프레숑의 시그니처 메뉴. [사진 에릭 프레숑 홈페이지]

40년 가까이 요리사로 살아온 그에겐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 비결을 묻자 “삶의 모든 순간 영감을 찾기를 갈구하는데 특히 여행과 정통 레시피가 적힌 고 조리서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요즘 관심을 갖는 식재료로 한우를 꼽았다. 그는 “서울신라호텔 라연에서 한우를 처음 맛봤는데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이상적이고 식감 자체가 굉장히 좋아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직원과 고객에게 모두 친절하기로 소문난 에릭 프레숑 셰프. 김경록 기자

직원과 고객에게 모두 친절하기로 소문난 에릭 프레숑 셰프. 김경록 기자

자신의 첫 주방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던 그는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직원도 있다. 그는 “식사를 준비할 땐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에 군대처럼 각 잡힌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이외의 시간엔 자주 말을 건네고 내 경험을 나눠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방엔 한국인 직원도 있다. 그는 “내가 본 한국 요리사는 스스로 굉장히 엄격하며 지침이 정확한 것을 좋아하고 특히 열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식 유산이 풍부한 프랑스에 와서 요리를 배우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고객이 원하면 주방을 보여주거나 사진 촬영 요청도 흔쾌히 응한다. “셰프는 요리를 나누는 손님과 거리가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요리를 한국서 또 맛볼 기회가 있을까. 그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의 활동해 집중했지만 최근 해외 활동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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