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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초유의 대법관 출신 구속영장…“양승태 공범”

중앙일보 2018.12.03 13:11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연합뉴스]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이들 전직 대법관 두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박 전 대법관의 경우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전직 대법관은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며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2017년 5월 법원행정처장직을 수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 바로 아래 직위에서 사법행정을 지휘한 이들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행정처 권한을 남용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을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났다. 검찰은 이들이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따낸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각급 법원 법원장들에게 배부하는 과정에도 박 전 대법관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이 기재됐다.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한 판사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무마했고, 이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이 해당 법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관련 재판의 선고기일을 미루도록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전 대법관도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도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수사팀은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였다. 이 보고서에는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의 서명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5일 또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전직 대법관 신병 확보를 시도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변호인 측을 수차례 따로 만난 정황을 파악한 만큼 당사자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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