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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강해이 도 넘은 청와대, 대통령이 칼을 댈 때다

중앙일보 2018.12.03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내에서 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과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비위 혐의로 전원 교체된 초유의 사태 직후에 나왔다. 자나깨나 ‘적폐청산’을 부르짖어 온 대통령이니 ‘문재인 청와대’에서 권력형 비위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통령, 순방 중 “믿어 달라” 긴급 호소
잇따른 비위에 분노한 민심 의식한 듯
민정수석 거취 등 고강도 개편이 절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민심은 그가 귀국하면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외국에 나간 사이 특별감찰반 전원을 교체한 것부터 전례 없는 사건이다. 특감반은 소속 수사관이 경찰청을 찾아가 지인 건설업자 뇌물사건의 진행 상황을 캐물어 수사에 개입하고, 평일 근무시간에 집단으로 골프를 친 의혹에 휘말려 있다. 공직사회의 최정점인 청와대에서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패를 적발하는 게 임무인 특감반이 이런 비위를 저질렀으니 적폐청산을 부르짖어 온 문 대통령의 체면이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책임자들에 대한 엄단을 넘어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들리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청와대는 진상 공개와 책임자 문책 등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의 귀국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건의 시발점인 김모 수사관의 경찰청 방문이 확인된 게 지난달 초인데도 이 사실을 장기간 숨겼다. 김 수사관 등 비위 혐의자들을 원대복귀시켰을 뿐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조국 수석은 “검찰과 경찰의 신속 정확한 조사를 요청한다”며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특감반에 대한 청와대 자체 감찰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와 관련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기밀’이란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해 온 박근혜 정부를 맹공해 온 자신들이 스스로의 내부 비위에 대해선 ‘감찰 사안’이란 핑계로 똑같이 감추기에 급급하니 기가 막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크게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 성명을 낸 걸 청와대는 유념하라.
 
청와대의 잇따른 기강 해이는 현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근본 원인이 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의 검증 실패로 야당의 비토를 당한 장관 후보자들을 거리낌없이 임명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이런 보호막 우산 아래 어깨에 힘이 들어간 청와대 참모진이 전횡을 휘두르다 보니 대형 사고가 줄을 잇게 된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 지지율이 50% 근처로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 일신이 절실하다. 귀국 즉시 조 수석의 거취를 포함, 고강도 청와대 개편을 실행해 공직 기강을 다잡고 국정 방식도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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