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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를 모십니다" 일본의 지방 도시 생존전략

중앙일보 2018.12.02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5)
“당신은 노후에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퇴직 후에는 도시생활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막상 전원생활을 시작하려고 찾아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지리적 여건, 자연환경, 의료 및 생활 편의시설, 취미생활과 활동 가능성 등 이주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적다.
 
은퇴자 거주지로 지역 브랜드 굳힌 다테시
일본의 은퇴세대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일찍부터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 은퇴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홋카이도 다테(伊達)시는 자연경관이 좋고 눈이 적게 내리는 데다 따뜻해 은퇴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일찍부터 살기 좋은 거주지로서 지역 브랜드가 확립돼 많은 고령자가 이주해왔다.
 
다테시는 2002년 관민 협동으로 ‘웰스 랜드 구상’이라는 고령자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펴 고령자의 이주 유치에 성공했다.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불러들여 새로운 생활산업을 만들고, 여성과 젊은 세대의 고용을 늘리는 구상이었다. 그 웰스 랜드 구상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고, 실제로 고령자가 이주하면서 생활 관련 기업이 만들어졌다. 홋카이도 인구는 매년 약 1만명이 감소하지만, 다테시는 이주자의 전입으로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홋카이도 다테시 이주 관련 자료와 관광 팜플렛. 다테시에는 이주 상담 원스톱 창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별도 문의 시 시내, 주거 지역 등에 대한 직접 안내도 가능하다. [사진 홋카이도 다테시 홈페이지]

홋카이도 다테시 이주 관련 자료와 관광 팜플렛. 다테시에는 이주 상담 원스톱 창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별도 문의 시 시내, 주거 지역 등에 대한 직접 안내도 가능하다. [사진 홋카이도 다테시 홈페이지]

 
다테시에는 지역 기업이 행정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버스와 철도의 대중교통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다테시는 택시사업자·시민과 협력해 승합 택시 사업을 한다. 또한 지역 기업이 지역포탈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주자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한다. 기업이 행정활동을 지원하고, 시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기업의 협력으로 지역 브랜드가 개발되면서 방문하고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지역 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다테시의 인구는 2000년대부터 2010년까지 변화가 없었다. 다테시의 인구현황을 보면 모든 세대에 걸쳐 전입 초과 현상을 보인다. 즉 고령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고용도 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어 땅값의 하락도 멈추었다.다테시의 성공비결은 비교적 젊은 은퇴세대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은퇴세대는 건강하고 활동적이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령자 유치에 성공한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야마나시 현 호쿠토(北杜)시는 전원생활 붐으로 주목받던 지역이다. 좋은 환경과 고원적인 풍경 등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최근 호쿠토시는 고령자 유치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남알프스와 8개 능선으로 둘러싼 자연환경을 살린 휴식공간을 마련해 도시의 다양한 세대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림 휴양소, 온천 테라피, 농림업체험 등 메뉴를 제공한다. 장기 체류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호쿠토시는 동경권에 가깝기 때문에 동경권 거주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역이다. 특히 고령자의 거주지로 인기가 높아 55세 이상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관광 사업자가 지역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이미지에 맞는 화장품과 의약품 관련 기업이 진출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다른 지역보다 땅값이 싸고, 절차상 이주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호쿠토시는 건강한 노인을 늘리고 노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노인들이 가볼 만한 장소를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사진 호쿠토시 홈페이지]

호쿠토시는 건강한 노인을 늘리고 노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노인들이 가볼 만한 장소를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사진 호쿠토시 홈페이지]

 
한편 호쿠토시는 고령자가 늘어나면 앞으로 의료비가 늘어나고, 도시의 ‘스프롤 현상(도시의 급격한 발전과 지가의 앙등 등으로 도시 주변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벽지 지역은 공공교통망에서 떨어져 있고,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지 않아 생활편의기능이 부족하다. 고령자가 연령이 높아지면 생활하기 곤란할 것이다.
 
많은 고령자가 지방으로 이주를 희망하고 있지만, 고령자를 유치할 수 있는 지자체는 적다. 다테시와 같이 환경과 입지 혜택을 받은 도시에서도 고령자를 계속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자를 유치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구증가에 따른 지 재정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은퇴세대는 본가의 농지를 관리하거나 부모의 간병 때문에 지방이나 중소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나이가 들면 간병문제로 인해 지방 중핵 도시로 이동하려고 한다. 이러한 고령자의 인구이동 현상을 고려해 인구 과소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면서 지방의 중핵 도시로 인구를 집중하는 ‘콤팩트 스테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은 세대는 도시 생활을 추구해 부모 세대가 사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중핵 도시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부모는 나이가 들면 간병 시설에 입소하거나 자녀와 동거하려고 도시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대도시 교외의 소규모 지자체는 독자적으로 간병 계획을 수립할 때 간병 서비스 수급전망을 잘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의 간병 체제는 중핵 도시를 중심으로 광역 지역과 제휴를 맺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소규모 지자체는 간병 시설이 정비돼 있지 않고, 간병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간병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중핵 도시와 제휴해 간병서비스 체제를 구상해야 한다. 지자체가 독자적인 계획을 세우지만, 주변 대도시나 현청 소재지 등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빈 공동주택을 자녀·부모세대에 임대
UR 임대 주택은 사례금이나 중개 수수료, 갱신료, 보증인 없이 집을 구할 수 있으며 추첨 없이 선착순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사진 UR 임대주택 홈페이지]

UR 임대 주택은 사례금이나 중개 수수료, 갱신료, 보증인 없이 집을 구할 수 있으며 추첨 없이 선착순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사진 UR 임대주택 홈페이지]

 
고령자가 간병문제로 자녀가 사는 도시로 이동할 때 비어 있는 기존 공동주택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행정법인 도시재생기구(UR)는 ‘근거(近居)’라는 새로운 발상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 자녀 세대와 고령자 세대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UR의 임대주택에 각각 입주하면 임대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UR의 임대주택에서 부모와 자녀세대가 가까이 살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대도시의 빈 주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자녀는 안심하고 부모를 간병할 수 있다. 또한 교외에 거주하는 고령자에게 간병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도시 콤팩트화에 연결할 수 있다.
 
소규모 지자체는 고령자를 유치할 때 입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자와 젊은 세대를 계속해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이 없다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뿐이다. 설사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라도 지역적 매력을 높여 고령자 유치의 계속성을 살려 나가야 한다.
 
빈 주택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도시의 스플화 현상을 방지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지자체는 고령자 유치와 관련된 사업을 검토하거나 간병산업의 혁신을 추진할 때 민간기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을·사람·일 창생 기본방침 2015’에는 일본판 CCRC(생애 활약마을)의 추진을 호소하고 있다. 생애 활약마을이란 동경권을 비롯한 대도시 고령자가 지방의 CCRC로 이주해 사는 것이다. 건강할 때 이주해 지역 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보낼 수 있다. 사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의료·간병시설을 마련해 언제든지 편하게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컨셉이다.
 
현재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CCRC 조성에 적극적인 지자체가 많다. 2015년 현재 202개의 지자체가 적극적인 의향을 갖고 있다. 75개 지자체는 지방판 지방 창생 전략에 CCRC 조성계획을 포함했다.
 
CCRC 컨셉으로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경우 똑같은 발상이 필요하다. 교외 지역에 고령자만을 위한 새로운 주거단지나 거리를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령자 주거지역이 특정 지역에 고립되면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역의 기존 시가지와 지역 마을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나이가 들어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는 자녀와 같이 살 거나 가까운 곳에 살도록 촉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고령자 유치 전략을 세울 때 일시적이 아니라 계속해서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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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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