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대방 행동과 말을 살피는 일, 서빙은 '사람' 공부

중앙일보 2018.12.01 13:00
[더,오래] 이효찬의 서빙신공(9)
바보 세 명이 지나가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한다. 서빙도 마찬가지로 배우고자 하면 배울 것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요식업계의 서버가 있다면 제 일이 결코 헛되거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오히려 그 생각이 자신의 행동을 한정 짓고 혹은 스트레스로 변하거나, 자격지심이 돼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서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3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서빙이 가진 세 가지 긍정의 힘
서빙을 검색하면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음식을 나르며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다. 우리나라 접객 서비스 분야에서 서빙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pixabay]

서빙을 검색하면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음식을 나르며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다. 우리나라 접객 서비스 분야에서 서빙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pixabay]

 
재밌게도 네이버에 서빙을 검색하면 이렇게 정의돼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음식을 나르며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 서빙이 우리나라 접객 서비스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서빙은 우리가 배우는 것은 살아가는데 상당히 유용하고 중요한 몇 가지 배움을 선사한다.
 
만약 똑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씩 되뇌어야 한다면 그것도 훈련이 될까. 정답은 ‘예스’다. 똑같은 말을 해도 매력적이게 혹은 귀에 쏙 박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으로 성우, 아나운서, 승무원, 배우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글 읽는 연습과 발성, 심지어 표정도 연습한다. 그렇게 수십 번씩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고 어느 지점이 상대방에게 가장 듣기 좋은지 스스로 찾게 된다.
 
서버도 마찬가지다. 서버의 ‘안녕하세요’와 ‘맛있게 드세요’는 세상 어느 직종보다 기분 좋고 맛깔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단 본인의 말을 계속 복기하고 어떻게 하면 나의 한마디가 손님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지 의식하고 말을 건넨다면 필히 자연스러워지고 나아지게 된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것을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실제로 그 말속에서 감정도, 힘도 실리지 않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알듯, 사람도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첫사랑을 통해 우리가 성숙해지는 것도 상대방을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나의 언행에 따라 손님이 단골이 되거나 인사를 받지도 않고 나갈 수 있다.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손님을 만나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 손님이 웃고 인상을 찌푸리는지 그 지점을 알게 되고, 손님을 통해 내 태도를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빙은 사람을 배우는데 너무나 적합한 곳이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손님을 만나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 손님이 웃고 인상을 찌푸리는지 그 지점을 알게 되고, 손님을 통해 내 태도를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빙은 사람을 배우는데 너무나 적합한 곳이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런데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 손님이 웃고 인상을 찌푸리는지 그 지점을 알게 되는데, 그게 바로 공통된 정서일 것이다. 우리가 멘토나 유명 인사의 이야기를 공부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의식하지 않는 사람의 공통점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서빙은 사람을 배우는데 너무나 적합한 곳이다.
 
말을 터득해가고, 사람을 이해하다 보면 결국 알아가는 것은 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서빙은 단순한 직업이기에 생각을 깊게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삼성오신(三省吾身)’ 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세 번씩 내 몸을 살핀다는 뜻이다.
 
서빙은 수십 번씩 자신의 행동을 살필 수 있다. 상대방에게 행동하는 나의 모습, 건네는 말, 그리고 나와 다른 태도를 가진 사람 통해 자신의 태도를 비교할 수 있다.
 
그렇게 서버는 스스로 복기를 통해 손님에게 더 나은 모습이 된다면 서버를 그만둔다 해도 어떤 공간에서도 모나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는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서빙의 디테일들을 가치 있게 만든다면 그 이후의 직업과 시간 속에서 우리는 더욱 멋진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직업 자체보다는 이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
어떤 직업이든 배움이 없는 직업은 없다. 좋은 기술이나 직업을 갖는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본인의 태도다. 꿈속에서조차 배우기를 소망한다면 우리는 직업의 귀천이나 직급을 막론하고 주체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pexels.com]

어떤 직업이든 배움이 없는 직업은 없다. 좋은 기술이나 직업을 갖는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본인의 태도다. 꿈속에서조차 배우기를 소망한다면 우리는 직업의 귀천이나 직급을 막론하고 주체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pexels.com]

 
서빙도 이렇게 배울 것이 있듯이 어떤 직업이든 배움이 없는 직업은 없다. 성인이 된 이후 우리는 평생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몇십년을 해도 나에게 자양분이 되거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되짚어 봐야 한다.
 
사실 좋은 기술이나 직업을 갖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본인의 태도다. 얼마만큼 깊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각의 끝은 행동이란 말이 있다. 만약 눈뜨자마자 일에 대해 생각하고,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일과 직결시키며 꿈속에서조차 배우기를 소망한다면 우리는 직업의 귀천이나 직급을 막론하고 주체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가 싸우고 싶을 때 싸우고, 입고 싶은 것을 입으며 모험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사주고 싶을 때 사주고 여행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 부자라 생각한다. 만약 일에서도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된다면, 하루의 반을 차지하는 그 시간이 결코 고역이 아닐 것이며 분명 자부심과 즐거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부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서버 이효찬 starserving@eunhafe.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이효찬 이효찬 스타서버 필진

[이효찬의 서빙신공]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서는 서빙을 ‘남을 돕다, 추진하다, 봉사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정의가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되어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이야기를 연재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