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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나라 가자” 한국어 독학 … 글로벌 ‘코리아 팬덤’ 뜨겁다

중앙선데이 2018.12.01 00:02 612호 4면 지면보기
미국 하와이에서 유학 온 스몰스 일라나(가운데)양이 민정애(오른쪽)씨와 권가영(위례한빛고 2학년)양과 함께 거실에서 BTS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일라나는 지난 8월 한국에 왔다. [김경빈 기자]

미국 하와이에서 유학 온 스몰스 일라나(가운데)양이 민정애(오른쪽)씨와 권가영(위례한빛고 2학년)양과 함께 거실에서 BTS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일라나는 지난 8월 한국에 왔다. [김경빈 기자]

스몰스 일라나(17)는 지난 8월 고향(미국 하와이)을 떠나 ‘BTS(방탄소년단)의 나라’로 왔다. 사는 집도 학교도 다 달라졌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아파트에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면 교복을 챙겨 입고 학교(위례한빛고)로 향한다. 한국 고교 1학년 일라나가 “엄마, 다녀올게요”라고 인사하면 민정애(45)씨는 “잘 다녀와” 하고 답한다. 민씨는 일라나가 한국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하고 내년 1월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맡아 키우는 호스트 가정의 ‘엄마’다. 민씨는 “두 딸(중3·고2) 사이에 딸 일라나가 있다”고 말한다. 일라나는 그간 한국 생활을 “쿨(cool, 멋지다)”이란 한마디로 표현했다. “한국에 와서 많은 게 바뀌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미(BTS 팬클럽)라는 건 그대로”라고 했다.
 
전 세계 1020이 한국을 알게 되고, 심지어 한국행을 결행하는 데엔 K팝을 비롯한 K컬처(한류 문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부르니가 얼마 전 방한했을 때 “(BTS에 푹 빠진) 일곱 살 딸이 자기를 왜 떼어놓고 가느냐며 울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전 세계 1020에게 한국행은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K팝·K드라마에 반해 교환학생 신청
 
리히텐슈타인 고교생 루벤(16)도 내년 1월 한국행을 꿈꾸고 있다. 그는 게임으로 한국을 처음 알게 됐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면서 한국인 게이머를 접했다.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K팝과 친숙해진 뒤 부모와 함께 지난해 한국에도 왔다. 이어 전 세계 60여 개국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 비영리단체 YFU(Youth For Understanding) 코리아에 교환학생 신청을 냈다. 그는 신청서에 “K팝에 완전히 매료됐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썼다. 핀란드 고교 1학년 키아(16)도 루벤처럼 한국에 와 봤다.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K팝 콘서트와 팬 미팅에 가고 싶고 한복도 입고 싶다”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위례한빛고 1학년 일라나도 중학교 때 K팝을 처음 접했고, 앱을 통해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봤다. 유튜브로 한국어를 익혔다. 읽고 쓰는 건 지장이 없다. YFU코리아의 이혁 국장은 “미리 독학으로 어학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한국에 들어와 3개월이면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며 “언어를 뛰어넘어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에 오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라나는 10대 때 부모의 허락을 받아 한국으로 유학 와서 한국 가정에서 체류하며 학교를 다니는 등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한국을 배운 드문 사례다. 이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가능하려면 외국 학생을 받아줄 수 있는 가정과 학교가 있어야 한다. 일라나를 받아들인 민정애씨는 “큰 딸 가영이가 희망해 호스트 가정 신청을 했는데 처음엔 우리 집안을 노출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민씨 집안은 지난 추석 때 강릉으로 귀성할 때 일라나도 함께 데리고 갔다. 강릉에 간 김에 BTS의 앨범 재킷 촬영지인 주문진 해수욕장의 버스정류장 세트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한 접시에서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수저로 먹여주는 게 한국의 ‘투게더(함께) 문화’라고 설명해 주니 잘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출신 막시 페터스가 김장을 하고 있다.

독일 출신 막시 페터스가 김장을 하고 있다.

대전에 사는 주부 김유경(47)씨도 2015년 막시(독일), 2016년 미코(핀란드), 올해 에블린(뉴질랜드)을 자기 집에서 키웠다. 독일 여고생 막시는 한국에 와 “산낙지 먹고 싶어요”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씨는 아이들 덕분에 외국 부모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독일로 여행 가 막시 부모도 만나고 그 집에서 머물렀다.
 
10대 때 접한 한국 체험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율리아 바룬드(25)는 일라나처럼 한국에서 고교(야탑고)를 1년 가까이 다녔고, 그 인연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로 유학왔다. 바룬드는 “한국에서 고교를 다니면서 한국어를 익혔지만 대학 수업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상대평가로 한국 학생들과 경쟁하는 시험이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의사소통엔 지장이 전혀 없다. 바룬드는 한국에 유학 올 때 핀란드 친구 두 명과 같이 왔다. 그는 “중학교 때 부모님과 한국에 왔었고, 한국이 너무 좋아 고교 생활을 한국 가정에서 했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 대학 유학을 결정했는데 다들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일라나나 바룬드는 운이 좋은 경우다. 외국 학생을 받으려는 한국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호스트 엄마인 김유경씨는 “호스트 가정이 돼 보니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가까운 분들에게 호스트 가정을 권하긴 하는데 그런 권유를 받아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입국 예정인 이탈리아 고교생 카밀라의 글.

내년 1월 입국 예정인 이탈리아 고교생 카밀라의 글.

YFU코리아가 한국 가정에서 받기로 확정한 내년 교환학생은 11명. 1년 또는 한 학기 동안 한국 생활을 할 학생들이다. 이혁 국장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유학정보를 알게 된 10대가 한국에 오겠다고 신청해 50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지만 이들을 받을 수 있는 한국 가정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15~18세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 시기가 한국의 고교 재학 기간에 해당한다. 온 가정이 자기 자녀의 대학 입시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외국 학생을 받아 자기 자녀처럼 돌봐야 하는 걸 부담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한국행이 로망이 되고 있는데도 정작 국내에선 이런 현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국제협력구호단체인 휴먼인러브 김영후 이사장은 러시아 아르메니아대 학생 100여 명이 BTS와 엑소 노래를 부르는 걸 봤다. 김 이사장은 “한국 교민이 몇 명 안 되는 나라에서도 대학생들이 노래도 완벽하게 부르는 데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부채춤까지 추더라”며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놀라워했다. 그는 “현지 대학은 한국 대학과 한국학 연구를 함께 하고 싶다면서 파트너 대학을 찾고 있는데 한국 대학은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한다”며 “대학이 외국의 1020 유치에 신경을 더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일·프랑스문화원 등 벤치마킹 할 만
 
해외 대학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60여 개 국가를 다닌 윤명숙 전북대 국제협력처장도 정작 외국에서 한류 체험을 한다. 윤 처장은 “조지아나 인도네시아 산골에 사는 여학생들이 인터넷으로 한국 방송을 보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가장 높은 등급은 6급)을 따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전 세계에 깔려 있는 독일문화원·프랑스문화원처럼 우리도 문화원이 중심이 돼 1020을 타깃으로 하는 맞춤형 한류 홍보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세종학당, 한국문화원, 한국어교육원 등이 서로 나뉘어 각기 다른 홍보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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