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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건물주가 계약기간 끝나면 나가랍니다. 어쩌죠?

중앙일보 2018.11.30 09:01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1)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다. 하지만 법 앞에 권력이 군림할 수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분쟁의 최전선에서 쌓은 내공을 통해 갑질에 대처하는 법(法)을 소개한다. <편집자>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막 병원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건물주가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상가를 비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막 병원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건물주가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상가를 비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수개월 전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 원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대로 당하고 있어야 하냐며 대뜸 하소연을 늘어놨는데요. 이제 막 병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새로 바뀐 건물주가 갱신한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상가를 비워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일방적인 퇴거 통보라고 주장했지요.
 
사연은 이랬습니다. 4년 전인 2014년 10월 17일 김 원장은 서울의 한 낡은 건물에 세를 얻고 들어가 동물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대학교 앞에 있는, 목이 꽤 좋은 곳이었지요. 이전 세입자에게 1억원의 권리금도 줬습니다. 한동안은 손님이 늘지 않아 속을 끓였지만 차차 단골이 늘었습니다. 2년 후 전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2년 연장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올 초 건물주가 바뀌면서 중개사를 통해 모든 세입자에게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나가줄 것을 통보한 겁니다. “더 이상의 계약 갱신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죠. 김 원장은 새 건물주 말대로 당장 보따리를 싸고 쫓겨나야 하는 거냐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통상 임대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임대인과 임차인 간엔 웬만해선 계약을 갱신해 줄 것이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게 마련이지요.
 
법적으로 한번 따져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떠들썩했던 ‘궁중 족발’ 사건을 계기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두 배인 적어도 10년간은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세입자가 중간에 3차례 이상 월세를 내지 않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건물을 빌려주는 등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 임대료 분쟁 이후 굳게 잠긴 서울 체부동(서촌) 궁중족발. 김영주 기자

건물주와 세입자 간 임대료 분쟁 이후 굳게 잠긴 서울 체부동(서촌) 궁중족발. 김영주 기자

 
원래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은 5년이었습니다. 5년이 지난 후 건물주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임대료를 대폭 올릴 경우 손쓸 방법이 없었던 것이죠. 이마저도 보증금 액수에 따라 보장 여부가 갈렸는데요. 이 제한은 다행히도 2013년 8월부터 사라진 상태입니다.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건 임차인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안정된 위치에 놓여 전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에 5년은 “너무 짧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일 텐데요. 한결 ‘을을 위한 법’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유의할 점은 있습니다.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칙을 보면 2018년 10월 16일 ‘후’ 최초 체결되는 임대차 혹은 갱신된 경우라고 시점이 명시돼 있는데요. ‘이후’가 아니기 때문에 하루 차이로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김 원장의 사연으로 돌아가, 그는 2018년 10월 17일에 계약을 갱신하게 됐는데요. 최초 계약일이 하루만 빨랐더라도 계약 갱신일은 2018년 10월 16일이 되죠. 따라서 10년이 아닌 최대 5년까지만 계약 갱신 요구를 보장받았을 겁니다.
 
계약갱신요구 기간의 적용례. [제작 현예슬]

계약갱신요구 기간의 적용례. [제작 현예슬]

 
그런데 말입니다. 향후 몇 년간 이대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 줄로만 알았던 김 원장에게 걸림돌이 또 있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온 그는 새로운 사실을 들려줬는데요. 건물주가 건물을 허물고 교회를 지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재건축을 목적으로 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실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임대인이 건물을 철거 또는 재건축하기 위해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건물주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밑의 ‘가목’이라는 추가 조항을 봐야 합니다.
 
계약갱신 요구 등. [제작 현예슬]

계약갱신 요구 등. [제작 현예슬]

 
즉 무조건 재건축을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에 퇴짜를 놓을 수 없다는 겁니다. 건물이 낡고 훼손돼 당장 안전사고에 노출된 경우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니고선, 건물주가 계약 당시엔 일언반구도 없다가 뒤통수를 치는 식은 안된다는 얘기지요. 김 원장은 2016년 전 건물주와 갱신할 때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은커녕 교회의 ‘교’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이 맞는다면 건물주는 김 원장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위기의 김 원장을 살린 ‘가목’은 2013년 8월 신설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이유로 세입자를 쉽게 쫓아낼 수 있었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까지 받았는데요. 결과는 의외로 ‘합헌’이었습니다. 다만 헌재도 재건축 사유 및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 분명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그것이 입법으로 반영돼 ‘가목’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상황이 다소 복잡했지만, 결론적으로 김 원장은 계약이 끝나는 대로 나가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가까스로 2년을 연장하게 됐더라도 2020년에는 건물주와 또다시 갈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건물주가 ‘2018년 갱신 당시 재건축 계획 설명했잖아’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김 원장도 “구체적인 고지가 없었다거나 그 계획에 따르지 않았다”고 맞받아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 원장이 계속 버티면 건물주로부터 인도소송 소장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화제를 돌려 김 원장이 향후 갱신을 못하고 나가게 될 경우 1억원의 권리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권리금을 건질 방법은 김 원장이 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줬던 것처럼 그를 뒤잇는 세입자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아쉽게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건물 철거 계획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새로 들어올 사람을 찾긴 어렵기 때문이지요. 결국 김 원장은 권리금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 김 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건물주는 지난 10월 결국 갱신은 해주었다고 합니다. 건물주가 변호사에게 자문을 통해 받아 왔다는 임대차계약서에는 건물 철거 및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2년이라는 기간은 더 벌었지만, 김 원장이 2020년에도 무사히 갱신할 수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갑의 횡포?' 구설 오른 리쌍, 왜?
리쌍은 당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을 매입해 1층 임차인에게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일간스포츠]

리쌍은 당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을 매입해 1층 임차인에게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일간스포츠]

 
흔히 ‘갑을 관계’로 묘사되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은 끝이 없습니다. 건물주가 연예인인 경우 더 화제가 되죠. 대표적인 게 리쌍 곱창집 사태이고, 싸이 카페, 궁중 족발 사건 등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힙합 듀오 리쌍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을 매입해 1층에서 곱창집을 하던 임차인에게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요. 당시 권리금과 시설비를 잃게 될 곱창집 주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위법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이라 보증금 규모에 따라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보장 여부가 갈렸던 시절이거든요. 임차인은 이 탓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였던 겁니다. 법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지요.
 
리쌍은 이후 임차인이 요구한 보상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지하 및 주차장 부분을 임대해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분쟁이 일어났고, 끝내 강제집행까지 이뤄졌는데요. 지난한 갈등은 지난해에서야 양측이 합의를 이루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yongw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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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필진

[김용우의 갑을전쟁]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다. 하지만 법 앞에 권력이 군림할 수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분쟁의 최전선에서 쌓은 내공을 통해 갑질에 대처하는 법(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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