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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저씨’가 키운 복고 게임, 고사양 PC에 맞춘 리마스터 붐

중앙일보 2018.11.29 17:23
1998년 출시돼 인기를 끌어온 게임 리니지가 20년만에 리마스터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새 리니지에는 고해상도 그래픽이 적용되고 자동사냥 등 새로운 요소들이 도입된다.

1998년 출시돼 인기를 끌어온 게임 리니지가 20년만에 리마스터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새 리니지에는 고해상도 그래픽이 적용되고 자동사냥 등 새로운 요소들이 도입된다.

 회사원 김재욱(41)씨는 이른바 ‘린저씨’(리니지하는 아저씨)다. 지난해부터 게임 리니지M을 하기 위해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한달에 몇십 만원씩 게임 속 아이템도 구입한다. 아이템은 혈맹(동료 게이머)들과 함께 벌이는 공성전에서 동료를 구하는데 사용한다. 김씨는 “일하고 애 키우느라 게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예전에 했던 게임이 모바일로 나온 걸 보고 다시 시작했다”며 “게임을 하다 보면 학창시절 19인치 CRT모니터 화면을 보며 친구들과 밤새 웃고 떠들었던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국 온라인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대작 게임들이 줄줄이 다시 선보이고 있다. PC버전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게 모바일로 이식하거나 그래픽과 조작 방식을 요즘 PC에 맞게 재가공하는 ‘리마스터’ 방식이 대세다. 복고 게임들은 학창시절 해당 게임을 접했던 이들을 십수년 만에 다시 가상의 세계로 불러 모으고 있다.  
1998년 9월 첫 선을 보인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29일 서울 역삼동 더 라움에서 리니지 서비스 20주년 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중 리니지 테스트 서버에 리마스터 버전을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을 고화질로 바꾸고 화면 구성도 새롭게 배치했다. 모바일 버전에만 있었던 ‘자동사냥’ 기능을 도입하고 PC 화면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M-플레이어’를 추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60여명의 열성 게이머들도 참석했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유닛장은 “생활패턴 변화로 PC앞에서 보낼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점을 감안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며 “대신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인 전투에 집중해 최대 1200명까지 참여하는 '월드공성전' 등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지 캐릭터 중 하나인 데스나이트의 기존버전(왼쪽)과 리마스터 버전.

리니지 캐릭터 중 하나인 데스나이트의 기존버전(왼쪽)과 리마스터 버전.

과거 대작PC게임의 소환은 리니지뿐 만이 아니다. 넥슨은 2003년 4월 출시했던 메이플스토리를 모바일에 이식한 '메이플스토리M'을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로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점을 감안해 지난 7월에는 글로벌 시장에도 선보였다. 내년에는 1996년 출시된 한국 최초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와 2001년에 나온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의 모바일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넷마블도 다음달 6일 블레이드&소울을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게 최적화 한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출시한다. 해외에서도 블라자드가 지난해 스타 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한국 최초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

한국 최초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

 게임회사들이 이처럼 과거 게임을 십수 년만에 다시 들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29일 기준)는 리니지M이 1위, 리니지2 레볼루션이 2위다. 5위는 2001년 나왔던 뮤의 모바일 버전인 뮤 오리진2다. 리니지M은 지난해 6월 출시된 당일 매출만 107억원을 올렸으며 출시 이후 현재까지 74주 연속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최고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수년전 ‘쎄시봉현상’이 40~50대를 불러모았다면, 요즘엔 복고게임들이 30~40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며 “현실의 직장 생활에 지친 이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인정을 받았던 과거에 향수를 느껴 다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시장 자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게임 출시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선 실패확률을 낮추고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을 다시 들고 나오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복고게임도 좋지만 새로운 게임 개발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과거 게임이 모바일기기에 이식하거나 리마스터를 거친다고 해서 바로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팬심’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게임은 팬들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지난달 초 블리자드가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 이모탈’출시 계획을 공개하자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해당 게임을 사용자들이 왜 좋아했는지를 파악해, 이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적으로 변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입니다.
리니지 20주년 행사가 열린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

리니지 20주년 행사가 열린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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