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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떨어졌다는데…뉘 집 얘기지?

중앙일보 2018.11.29 14:12
9·13 대책 발표 이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경.

9·13 대책 발표 이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경.

직장인 이윤희(35·서울 북아현동)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공덕래미안 4차 59㎡(이하 전용면적) 매매 시세가 9억5000만원으로, 지난달 거래된 가격보다 2500만원 높아서다. 지난 8월 거래가보다는 7000만원 비싸다. 이씨는 "서울 집값이 11월 들어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오르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집값 내렸어도
강남 신축·비강남 아파트 '딴판'
최고가 거래 단지도 잇따라
호가만 주춤, 거래가격 오름세
"규제 강해 상승세 오래 못 가"

서울의 평균 집값이 통계상 3주 연속 하락했지만,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이 9·13 대책 발표 이전의 최고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이 2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떨어졌다. 3주 연속 내림세다. 낙폭은 지난주(-0.02%)의 두 배가 넘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6주 연속 하락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그 중심엔 재건축 단지가 있다. 지난 9월 초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 76㎡가 지난달 3일 17억5000만원에 팔린 뒤 현재 최저 1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6㎡도 두 달여 만에 2억원가량 떨어졌다.  
 
반면에 강남권 신축 아파트나 비강남권 단지는 8~9월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는 현재 23억~24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 8, 10월 거래가와 비슷하다.  
 
일부 단지는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 1차 84㎡는 최근 13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8월 기록한 최고가(12억원)보다 1억3000만원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 84㎡는 최근 11억8000만원에 팔려 이전 최고가(11억원)를 넘어섰고, 성북구 길음동 길음래미안 1차 59㎡도 이달 초 6억4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호가는 조금 내렸지만, 이전 거래가격 밑으로 떨어지진 않고 있다"며 "실제 거래가만 보면 여전히 오름세"라고 입을 모았다.  
손님이 뜸해 한산한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손님이 뜸해 한산한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이렇다 보니 매수 희망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실제 가격 격차가 커져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9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82건(계약일 기준)으로, 9월(2422건)의 20%에 그쳤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로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해도 거래가 크게 준 셈이다. 공덕동 H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사려다 시세를 확인한 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보다 1억원 정도 떨어지면 사겠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집값 상승과 하락이 섞인 혼조세가 극심한 시장"이라고 진단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단지는 대출 규제 등 9·13 대책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만, 저평가됐거나 개별 호재를 갖춘 아파트의 가격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부동산 PB(프라이빗뱅커)는 "최근 높은 가격에도 집이 팔리는 건 서울의 주택 수요가 여전히 잠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경험을 통한 학습 효과 때문에 '집값이 더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 전망은 어떨까.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날 발표한 '2019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정부 정책 규제 효과가 가시화되겠지만, 공급 부족과 새 아파트 선호, 풍부한 시중 유동성, 낮은 자가 점유율 등 상승 요인이 여전해 언제든지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 공급 사전지표인 인허가·분양이 올해 들어 급감해 업계에선 향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올해 1~10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8066가구로 지난해 동기(8만9283가구)보다 46.2% 줄었다. 같은 기간 분양 물량도 48.5% 급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금리 인상 기조에 세제·대출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이라 집값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는 점도 부담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달 들어 서울에서 집값 하락 지역(구)이 매주 느는 추세다. 함영진 랩장은 "지난해 8·2 대책 때보다 규제 강도가 세기 때문에 일정 기간 지나고 매수 심리가 회복되는 패턴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엔 가격을 견인할 호재도 보이지 않아 조정 국면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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