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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딸이 어린이집에선 눈치 보는 아이라니…

중앙일보 2018.11.29 13:00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10)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시절이 얼마나 남았을까. 곧 6살이 되는 딸에게 엄마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몸은 없지만, 한글은 연필로 쓴 걸 따라 썼지만, 나를 그려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게 엄마 마음인가 보다. [사진 서영지]

 
아이가 네 살이었을 때 얘기다. 집에서 보는 아이는 늘 주장이 강했다. 또래 친구들과 주말에 만나 놀 때면 늘 자기 뜻대로 해야 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 소리로 울어버리곤 해서 그 엄마들 보기 민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다 놀이터에 함께 나가면 늘 시터 이모와 있다가 엄마랑 있는 게 든든한지 절대 어디 가서 맞고 오지는 않을 아이처럼 기세등등하게 행동했다. 분명 나는 아이가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게 아닐까, 이걸 어떻게 잡아줘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을 갔을 때다. 담임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언제부터 시터 이모가 아이를 봐주셨죠?” 돌이 되기 전 첫 시터와 만났다. 복직을 한 달 가까이 앞두고 적응한다고 만난 이모였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엄마나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랑 시터 이모가 키우는 아이가 원래 좀 다르긴 한데요, 아이가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장난감 하나를 만질 때도 꼭 저를 한 번 쳐다보고 만지고,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혼나는 아이처럼 깜짝깜짝 놀라더라고요.”

이어진 말은 더 충격이었다. “보통 아이들이 어디 다치거나 친구와 싸우면 우는데, 달콤이는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울음을 참더라고요. 충분히 울어도 되는 상황인데 네 살 아이가 계속 참으니 안쓰럽더라고요.”

 
아이가 다쳐서 온 날 왜 다쳤냐고 물어도 못 들은 척하거나 “몰라” “이제 그만 물어봐” 하며 대답을 피하던 모습이 겹쳐졌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혹시 너무 엄격했던 이모의 영향으로 눈치를 보는 건 아닌가, 내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잘 놀다가도 엉엉 울며 내게 어리광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모르고 지나쳐서 애를 눈치 보는 아이로 만든 건 아닌가, 내가 키우지 않고 다른 사람 손에 맡겨서 그런가….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어린이집에서 수업하는 모습.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이랑도 무리 없이 잘 지낸다고 한다. 역시 엄마보다는 선생님이 센 것 같다. [사진 서영지]

어린이집에서 수업하는 모습.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이랑도 무리 없이 잘 지낸다고 한다. 역시 엄마보다는 선생님이 센 것 같다. [사진 서영지]

 
아이를 봐준 첫 이모는 베테랑이었다. 10년 넘게 말 못 하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때까지 몇 년씩 키워낸 경력이 있었다. 이모는 아이에게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알려줬다. 안 되는 건 끝까지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런 엄격한 이모 밑에서 아이는 규율이나 규범을 익히며 잘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이모는 내가 집으로 오면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고 “모든 애가 꼭 잘 놀다가도 엄마만 오면 운다”고 했다. 나는 정말 모든 아이가 다 그런 줄 알았다. 초보 엄마였던 나는 뭐든 척척 알고 해내는 이모 말을 잘 따랐다. 이모는 베테랑인 만큼 나까지 잘 통제했다.
 
나는 이모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고, 내가 좀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닌 척 잘 따랐다. 2년 가까이 아이를 봐주셨는데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되자 서로 생각하는 급여 수준이 달라 헤어지게 됐다.
 
새로 온 이모는 첫 이모랑 정반대였다. 아이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고 “안 돼”라는 말을 안 하신다. 그러자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면 못 부리던 어리광을 한 번에 부리는 아이의 행동이 사라졌다. 물론 아이가 좀 더 커서 아이의 행동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모한테도 엄마한테 하듯 너무 매달리고 응석을 부려서 이모가 힘들까 봐 걱정은 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앞에서 보이는 태도와 이모 앞에서 보이는 태도가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후로 어린이집에서도 예전처럼 눈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 앞에서와 기관에서 태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김희례 허그맘 동탄센터 원장(상담심리 전문가)
 
일관되지 않은 양육 태도는 아이들이 상황이나 권위자 앞에서 눈치를 보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일관된 양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게 혼란을 초래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사진 김희례]

일관되지 않은 양육 태도는 아이들이 상황이나 권위자 앞에서 눈치를 보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일관된 양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게 혼란을 초래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사진 김희례]

 
모든 아이가 엄마 앞에서와 기관에서 태도가 다르다고 하던데요. 진짜인가요?
모든 아이가 기관과 엄마 앞에서의 태도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 양육자의 양육 태도가 비일관적이 되면 아이들은 상황이나 권위자 앞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눈치를 보게 됩니다.

위 사례처럼 직장에 다니는 엄마이거나 다른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엄마, 할머니, 또 다른 양육자(시터 이모 등)가 양육을 함께 하는 경우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양육 태도가 달라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사례를 보면 일관되지 않은 양육 태도는 아이가 눈치를 보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베이비시터 두 분의 양육 태도가 매우 상반되고 비일관적입니다. 일관된 양육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가 혼란스럽거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또 아이가 조절 행동이 잘 안 될 때,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민망해하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느낌과 욕구에 귀 기울여 반영해주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세요.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순간이 아이와 친밀해질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고집을 들어주고 아이에게 굴복하는 것 같아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준다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수용해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이들은 부모의 뜻에 순응하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유아기에 주 양육자가 엄격하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에릭슨의 발달단계를 보면 2~3세에는 자율성이 3~4세에는 주도성이 발달합니다. 이 시기 지나치게 권위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들에게 수치심, 구속감, 죄책감 등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2~4세에 자율성이 발현되면 아이들은 뜻대로 하려 하고 “내 거야” “아니야”의 표현을 “응”이라는 표현보다 많이 합니다. 자율성과 주도성이 커지고 무조건 순응하는 것은 독립성을 저해한다고 느끼기도 하고 분노와 공격성이 함께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엄마의 인내심을 훈련하듯 떼를 쓰고 울음으로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을 인식하고 제안이나 요구를 수용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조절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조절 행동을 보일 때는 인정하고 격려해줘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권위를 조금 줄이고 현실 도전과 상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립성을 인정해 안전한 상태에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사례에서 “모든 아이가 잘 놀다가도 엄마가 돌아오면 운다”고 한 부분이 있는데, 모든 아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엄격하게 양육하더라도 아이가 충분히 납득하게 잘 소통하고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규칙을 엄하게 강조한 듯한 시터의 양육 태도가 서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애착의 문제이거나 아이가 억울함이 있어서, 그냥 진짜 어리광일 수도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가정에서 신뢰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자라 타인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키워간다. [사진 김희례]

갓 태어난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가정에서 신뢰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자라 타인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키워간다. [사진 김희례]

 
수용해주는 부모, 엄격한 부모…. 어떤 태도가 좋을까요?
마냥 수용해주는 게 좋다, 엄격한 게 좋다 보다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며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의 전부인 엄마, 아빠와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배워갑니다.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도널드 위니컷(Donald W. Winnicott,1896~1971)의 표현에 의하면 “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엄마와 아이가 존재할 뿐”이라고 하면서 엄마와 아기의 상호작용을 강조했습니다.

대상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아기는 생애 첫 대상인 엄마가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하고 엄마가 슬프면 자신도 슬프다고 느낀다고 말합니다. 태어나서도 한동안 엄마와 정서적으로 분리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거죠.

세상에 태어나서 초기 양육과정을 통한 엄마와의 경험은 아기들의 정서발달과 밀접합니다. 처음 엄마가 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합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럭저럭 좋은 엄마이거나 충분히 좋은 엄마이면 아기들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부모의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와 적절한 돌봄과 보살핌,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 세상이 신뢰할만한 곳인지 그렇지 않은 곳인지를 탐색해나가며 첫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세상을 향한 신뢰와 기대의 싹을 틔운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에게서 신뢰감과 안전감을 느끼는 아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자라게 됩니다. ‘나는 과학자가 될 거야’ ‘나는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등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성장합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건강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사회성 발달과 함께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등이 높아져 자존감이 커갑니다.
 
아이와 상호작용 잘하는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내 아이 마음에 로그인하는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반영’은 아이의 마음과 모습을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그대로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읽어줍니다. “그러니까 너는 …해서 …했다는 거로구나”라고 하면 “맞아” 하며 시원해하거나 “아니, 그게 아니고” 하며 더 설명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반영해주세요.

둘째, ‘인정’은 자녀의 입장에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을 이해해주는 것입니다. “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겠구나.” 아이들은 위로와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셋째,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았던 상황을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나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구나.” 역시 엄마는 내 편이라는 안전감을 얻고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감정은 부정적 감정까지도 수용·인정·공감해주고,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해주세요.

행동규칙을 말할 때는 이렇게 해주세요.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확하고아이들의 귀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긍정적이며구체적인 언어로 말해주세요. 이렇게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쌓이면 인정과 공감의 상호작용 안에서 아이들이 지혜롭고 건강하게 꿈을 키우며 자랄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당신은 꿈과 미래를 키우고 있습니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과 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과 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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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더,오래 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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