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소파 없으면 많이 불편할까? 실제로 살아보니

중앙일보 2018.11.29 09:01
[더,오래] 밀리카의 반쪽 미니멀 라이프(3)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얼추 3년이 되어가는 평범한 주부.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물욕도 많고 정리정돈에도 서툰 사람이다. 다만 물욕이 많으면 관리능력도 좋거나, 정리정돈이 서툴면 물건이라도 비워야 한다는 인식이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일과 사은품 증정 문구 앞에서 한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반쪽짜리 미니멀 라이프 지향자다. 반쪽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뻔뻔함으로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고 있다. <편집자>

 
지금의 집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고, 조금 더 큰 집으로의 이사할 수 있는 희망도 품고 있지만 반면 언제든 더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는 상황이 되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밀리카]

지금의 집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고, 조금 더 큰 집으로의 이사할 수 있는 희망도 품고 있지만 반면 언제든 더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는 상황이 되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밀리카]

 
큰집에 살다 작은집으로 옮겨 살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의견에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집안 물건의 양을 단박에 줄이기는 쉽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 얻는 편리성도 가볍게 무시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은 집으로의 이동이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우리 부부는 조금 더 작은 집에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대화도 종종 나눕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본질이 큰 집으로 가는 희망이 허황되거나 부질없다는 것이 아니고, 작은 집만이 소박함의 증거라는 것도 아닙니다. 나와 남편 역시 언젠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기쁨도 누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큰 집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유연성 없는 기준과 작은 평수로 옮긴다는 건 생활의 가치까지 하락하는 거라는 편견을 우리 부부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집의 크기가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복 크기가 집 사이즈와 반드시 비례한다는 건 경계하고 싶습니다.
 
도미니크 로로는 책 ‘작은집을 예찬하다’에서 “소유하지 않으면 불행도 없을 것이다. 왜 물질의 노예로 살다가 산더미처럼 쌓인 쓸모없는 재산에 짓눌려 죽으려 하는가? 가구가 별로 없는 작은 집에 산다고 반드시 슬프거나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집을 아주 밝고 아주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공간도, 가구도, 소유한 물건도 아니다. 모든 것은 집을 소유한 사람의 기질과 열의, 에너지에 달려 있다. 행복은 건강한 몸으로 일구는 가볍고 근심 없는 인생, 싸구려 물건이 주는 쾌락을 따르지 않고 사회적 제약에서 최대한 자유로운 영혼에서 나온다”라고 말합니다.
 
범인(凡人)에 불과한 저는 솔직히 그 문장의 깊이를 100%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소유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행복을 만드는 것이 공간이 아닌 거주하는 사람의 기질과 에너지에 달려있다는 조언이 완전무결한 명언이라 느껴지면서도 마음 언저리 깊숙한 곳에서는 ‘성인군자도 아닌 나란 사람은 기질과 에너지가 빈약하니 공간과 물건에 신세를 지면서 사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고 조심스레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구가 별로 없는 작은 집에 산다고 반드시 슬프거나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만큼은 망설임 없이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습관처럼 살림 리스트에 추가한 물건 중 일부를 덜어내거나 구매를 뒤로 미루면서 이전보다는 물건 수가 대폭 줄어든 집에서 2년 넘게 생활해봤기 때문입니다.
 
충동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나중에 이사를 하게 되거나 혹은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의 집으로 옮기게 되는 경우를 상상합니다. 그러면 급하게 구매하고픈 요란한 감정의 파도가 차츰 가라앉게 만드는 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사진 밀리카]

충동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나중에 이사를 하게 되거나 혹은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의 집으로 옮기게 되는 경우를 상상합니다. 그러면 급하게 구매하고픈 요란한 감정의 파도가 차츰 가라앉게 만드는 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사진 밀리카]

 
예를 들어 예전엔 TV와 소파, 냉장고와 세탁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냉장고와 세탁기만 있습니다. TV와 소파는 나중에 조금 더 필요하면 사려고 하기에 지금은 없이 사는 편을 택했습니다. 남편과 신중하게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고 이제껏 살아보니 큰 무리가 없기에 잘했다 여깁니다.
 
그렇기에 종종 TV와 소파 없이 불편하지 않겠냐는 염려에 가까운 질문을 받을 때 “없앴기에 행복해졌다 자신합니다” 가 아닌, “다행히 아직은 없다는 이유로 굉장히 슬프거나 우울할 일은 없었고 그럭저럭 무난하게 지냈기에 감사합니다”라 답합니다. TV와 소파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무척 공감하지만 몇 년 없이 지내보니 그로 인해 최소한 삶이 불행으로 단숨에 바뀌지 않음도 느낀 거죠.
 
몇몇 물건이 없는 집에 산다고 반드시 슬프거나 우울해지지 않음을 경험으로 배운 것 같습니다. 아울러 물건을 줄이거나 소유를 늦춤으로 집 정리·정돈이 순조로웠음도 체감했습니다.
 
과거에는 필요한 물건이 아님에도 기준 없이 전부 사 집을 채우고픈 욕망에만 충실했습니다. 당장 큰 집이 행운처럼 주어진다 해도 두서없이 채우기만을 반복해 얼마 안 가 더 큰 집을 갈망할 나란 것도 잘 압니다. 그러므로 큰 집에 살다 작은 집으로 옮겨 살기는 어렵다는 말에 앞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작은 집으로 이동에도 주저 없이 끄덕이는 시야도 잃지 않고 싶습니다.
 
덧붙여 많은 짐에 치여 살다 작은 짐으로 가뿐하게 살기도 어려웠음을 나 자신이 부디 잊지 않길 바랍니다. 아무리 큰 집도 이리저리 잠식하는 짐만 만드는 나태함이면 작아질 것이요, 작은 집이라 해도 간결한 짐으로 유지하는 성실함이라면 큰 집이 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도미니크 로로가 “행복을 만드는 것은 공간도, 가구도, 소유한 물건도 아니다. 모든 것은 집을 소유한 사람의 기질과 열의, 에너지에 달려 있다”라고 했던가요? 이제야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거 같습니다. 집의 크기를 만드는 것은 공간이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집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라는 것을요.
 
작은 집 예찬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일단은 내 책상 짐부터 정리·정돈해 남편 공간까지 비좁게 만드는 민폐부터 줄이도록 해야겠습니다.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 chosun4242@naver.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밀리카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저자 필진

[밀리카의 반쪽 미니멀 라이프]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이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얼추 3년이 되어가는 평범한 주부.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물욕도 많고 정리정돈에도 서툰 사람이다. 다만 물욕이 많으면 관리능력도 좋거나, 정리정돈이 서툴면 물건이라도 비워야 한다는 인식이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일과 사은품 증정 문구 앞에서 한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반쪽짜리 미니멀 라이프 지향자다. 반쪽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뻔뻔함으로 오늘도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고 있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