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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권전문가 79% “한은, 내일 금리 올릴 것”

중앙일보 2018.11.29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전체 회의가 30일 열린다. 무게 추는 연 1.5%인 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11월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한번 돈줄을 죄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한풀 꺾인 데다가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금통위는 만만치 않은 ‘인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금통위 전체 회의서 인상 유력
가계빚 증가 더 방치할 수 없어
미국과 금리격차 확대도 부담
경기둔화 가속화 우려는 커질 듯

지난 6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엿보이는 기류는 인상 쪽이다. 이일형·고승범 금통위원이 공식적으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시장에서는 여기에 더해 2명의 금통위원이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인 이주열 총재까지 포함하면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매의 발톱’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시장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106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인력 200명을 상대로 진행해 28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기준금리 인상 쪽에 표를 던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리는 무차별적인 정책 수단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빚을 낸 가계부터 자영업자, 기업, 금융시장 관계자에게 이르기까지 업종과 소득, 지역을 불문하고 영향을 미친다. 목표만 조준한 ‘치고 빠지기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리 정책이 무겁고 움직이기 힘든 이유다. 게다가 인상은 인하보다 더 어려운 결정이다. 돈의 값(이자)이 비싸지면 돈을 빌린 사람의 부담이 커진다.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도 줄어드는 등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핸들을 돌리려는 한은이 딜레마에 빠진 지점이다.
 
금리 인상의 주된 이유는 ‘금융불균형 해소’ 다.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및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가계 빚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3분기 기준 가계 빚은 1514조원으로, 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3분기 기준 가계 빚이 1년 전보다 6.7% 증가한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한은의 등을 떠밀고 있다. Fed는 다음 달 18~19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네 번째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 정책금리는 연 2.25~2.50%가 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져 자본 유출 우려가 더 커질 수도 있다. 향후 경기 하강에 대비할 통화정책 여력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실기(失期)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단 부동산 시장이 진정됐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여당과 정부가 ‘금리 월권’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금리 인상을 요구했던 9~10월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말이다.
 
반면 경기 둔화 우려는 더 커졌다. 생산·소비·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 사정도 어렵다. 지난달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둔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한은 국정감사에서 “고용과 성장 등 거시경제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를 올린다 해도 당분간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이번에는 금리를 올릴 수 있겠지만, 주요 경제지표와 상황 등을 볼 때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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