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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마저…무협 “내년 수출 성장세 둔화”

중앙일보 2018.11.28 16:33
최근 새로 취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들이 모여 함께 식사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기업인들에게 수출 실적을 적극적으로 높여 줄 것을 특별히 독려했다. 이보다 앞서 산업부 무역 담당 부서는 추석 연휴가 낀 9월의 수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수출 상위 30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수출 실적을 높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가 간섭이라 여기질 정도로 기업을 독려하는 건 우리 경제에서 그나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수출이기 때문이다. 기업ㆍ가계 체감 경기와 고용ㆍ소득 관련 지표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에서도 수출만은 올해 사상 첫 60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등 선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그러나 이런 수출 마저 내년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9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통해 내년 우리 수출이 3% 늘어나고, 수입은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출 역시 6000억 달러는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5.8%에서 올해 5.8%로 뚝 떨어진데 이어 내년엔 3%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은 이어가지만, 그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동안 우리 수출을 이끌어 온 주요 품목들이 내년부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가격 하락이 문제다. 당장 내년엔 단일품목 최초로 13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가격 하락 때문에 수출 증가율은 올해 30%대에서 5%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무협은 내다봤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3분기 이후 확연히 떨어지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향후 다시 반등하긴 어렵고, 중국 업체들의 생산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다행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며 반도체 수출 물량 자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가격 감소 피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개최한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발표한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사진 한국무역협회]

지난 12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개최한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발표한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사진 한국무역협회]

 
자동차와 철강ㆍ디스플레이 등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의 경우 세단 수요 감소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의 영향으로 내년 수출 실적이 이미 지난해 대비 0.9% 떨어진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철강은 중국의 수출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와 미국 보호무역의 영향으로 수출이 7.4%나 감소하고, 디스플레이ㆍ무선통신기기ㆍ가전 역시 각각 2.2%ㆍ3.2%ㆍ20.3%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무협은 분석했다.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한 품목은 컴퓨터와 선박이다. 컴퓨터의 경우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이터 저장장치인 SSD가 수출을 이끌어 11.3%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10% 수출이 늘 것으로 보이는 선박의 경우 전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고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발주처에서 선박 인도를 미룰 수 있어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무역 업계에선 그나마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을 때 하루빨리 수출 지역ㆍ품목을 다변화하고 신산업 육성 및 기술 개발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데 이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 산자부 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며 “이는 곧 현 상황이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역ㆍ품목 다변화 등 수출 실적 유지를 위한 변화가 시급하다는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28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김영주 회장 역시 “여러 가지 무역 장애 요인이 발생하고 있고 중국 업체 등의 압박도 심하지만,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미얀마ㆍ스리랑카ㆍ인도네시아 같은 미래 시장에 한발 먼저 가서 기반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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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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