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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전문가가 본 마닷…"이러니 반발 부를 수밖에"

중앙일보 2018.11.28 15:18
부모의 사기 혐의로 논란에 휩싸인 래퍼 마이크로닷 [사진 일간스포츠]

부모의 사기 혐의로 논란에 휩싸인 래퍼 마이크로닷 [사진 일간스포츠]

 
예능계 샛별로 불렸던 마이크로닷이 대중의 공적(公敵)이 됐다. 발단은 20년 전 이웃의 돈을 빌려 야반도주한 마닷의 부모였지만, 대중의 분노를 부른 건 마닷의 태도였다. ‘왜 부모 빚을 아들이 갚아야 하느냐’며 마닷을 응원하던 목소리도 이제는 사라졌다. 통상 성별ㆍ연령에 따라 여론이 나뉘는 네이버 뉴스의 댓글창도 이 사안만큼은 한목소리를 냈고, 일각에선 ‘마닷이 그 힘들다는 네티즌 대통합을 이뤄냈다’는 씁쓸한 우스개까지 나왔다.
 
마닷은 처음에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신빙성 있는 진술과 물증이 공개되자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리고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에게 물었다. 김호 대표는 2011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저서 『쿨하게 사과하라』를 내고,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 완결편』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등 위기관리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그는 마닷의 대응에 대해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닷의 대응을 어떻게 보나
접근 자체를 잘못한 것 같다. ‘대중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평판을 관리하는 데 무엇이 도움되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자신이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자기와 떨어뜨려 놓기 힘든 부모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그들이 자신에게 댓글을 달고 혹은 직접 찾아왔을 때는 ‘왜 나한테 부모 빚을 묻느냐’ ‘법적 대응 하겠다’고 해선 안 된다. 피해자 관점에서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얘기를 들은 피해자는 부모한테 사기당하고 아들한테는 법적 고소를 당하게 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는 실수인 거다.
피해자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인사이드 아웃’ 하지 말고 ‘아웃사이드 인’을 하라고 한다. 자기 관점에서 바깥을 보지 말고, 피해자 관점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거다.
마이크로닷은 현재 '도시어부' 등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상태다. [사진 채널A]

마이크로닷은 현재 '도시어부' 등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상태다. [사진 채널A]

마닷은 어떻게 대응했어야 했나
위기관리를 할 때는 항상 법리와 심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당연히 마닷의 잘못이 없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닷이 피해자였어도 아마 댓글을 달고 항의를 했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를 적으로 돌리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겠다는 태도로 나갔어야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런 의혹들이 나올 때 두 가지 메시지를 담아서 대응했어야 했다. 나도 몰랐는데 부모에게 연락해서 이 입장을 자신이 대신이라도 정리해서 알아보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피해자 입장에 대한 공감 메시지를 담아야 했다. 그러면 최소한 대중은, 특히 마닷을 좋게 봤던 대중의 관점에서는 마닷을 더 동정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닷이 방송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겠느냐?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마닷에 대한 나쁜 평판을 만들기보다는 마닷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걸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오히려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잘못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하나
과학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2011년 사과와 뇌과학을 연결지어 쓴 책이 『쿨하게 사과하라』였다. 평상시에 우리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전두엽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이 전전두엽의 기능이 굉장히 저하된다. 그리고 감정, 특히 두려움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가 뇌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뇌는 편도체(Amygdala)가 활발해지는 등의 영향으로 합리적 판단을 돕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 된다. 자료=논문 '전전두 피질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키는 스트레스 신호 전달 경로'(예일대 의과대학 신경생물학 에이미 안스텐 교수)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뇌는 편도체(Amygdala)가 활발해지는 등의 영향으로 합리적 판단을 돕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 된다. 자료=논문 '전전두 피질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키는 스트레스 신호 전달 경로'(예일대 의과대학 신경생물학 에이미 안스텐 교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쉽게 말해 갑자기 사람들한테 몰리게 되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내가 위기 상황을 컨설팅할 수 있는 이유도 상대와 달리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만약 내가 궁지에 몰린다면 아무리 자신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라 할지라도 합리적 대응을 못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지 '팁'을 달라
두 가지를 항상 기억해둬야 한다.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해서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우선 해야 할 것이 ‘내 판단을 절대 믿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런 상황에서 전화를 걸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 두 명 정도를 항상 생각해두는 것이다. 컨설턴트 중에는 그런 리스트를 넣어두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마닷이라면 믿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한다. “내가 지금 부모 때문에 이런 상황인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혀보려 한다. 어떨 것 같으냐”라고 말이다. 스트레스 적은 사람의 뇌를 빌리는 게 필요하다.
합리적인 CEO도 사과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갑질 논란이 일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잘못인 것처럼 해명과 반박을 거듭하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더 큰 반발을 불렀다. 아까 말했던 과학적 이유와 더불어 CEO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는 건 구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그걸 말할 수 없는 구조인 거다. 사과해서 위기를 잘 넘겼을 때도 ‘CEO까지 굳이 나서서 사과를 해야 했을 사안이었냐’는 조직 내 견제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경우 리더가 먼저 나서 “도움이 되면 무엇이라도 할 테니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얘기해달라”고 해야지, 가만히 앉아 위기 대응책 보고만 받는 분위기면 힘들다.
 
사과한다면 잊지 마세요
◇사과의 6가지 언어
·유감(regret)
·설명(account)
·책임(responsibility)
·반복(repetition)
·보상(recovery)
·용서(forgiveness)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흔히 사과라고 하면 '미안합니다(I'm sorry)'를 생각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유감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사과의 핵심은 책임의 인정이다. 결국 한마디로 사과하고 싶을 때에는 미안합니다 보다는 '내가 잘못했습니다(I was wrong)'이 가장 핵심 문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야 할 3가지
·변명(미안해, 하지만~)
·수동태 및 미래형 사과('사과하고 싶다', '사과하겠다'가 아니라 '사과한다'로)
·가정(잘못이 있다면 사과할게)
※자료=저서 쿨하게 사과하라(김호·정재승, 어크로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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