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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절반 밖에 못쓴 일자리자금···그런데도 내년 똑같이 책정

중앙일보 2018.11.28 14:55
 
시행 1년도 안 된 일자리 안정자금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세 차례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며 독려했지만, 집행률은 50%대에 그친다. 당초 예산 추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2조9708억원)와 거의 같은 규모의 내년 예산안(2조8188억원)을 제출했다. 야당이 벼르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2018년과 같은 수준의 예산 편성’에 합의해준 터라 대폭 손질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제작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카툰.

정부가 제작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카툰.

일자리 안정자금은 올해 1월 처음 시행했다.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를 고용한 고용주에게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다. 고용주 입장에선 없던 돈이 생기는 셈이다. 
 
고용주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참에 직원 수를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경우도 있고, 지원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니 그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자영업자도 많다. 그러다 보니 11월 15일까지 예산 집행률은 55.9%에 불과하다. 연말에 지원금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도 대규모 불용액 발생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완화하려 도입한 제도가 별 호응을 얻지 못하자 연초부터 관계 장관들은 현장에 나가 홍보를 하고, 광고도 크게 늘렸다.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월 급여 기준을 190만원으로 올리고, 직종도 단순노무종사자 등으로 대폭 늘렸다. 지원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수가 30인을 초과하더라도 29인까지는 계속 지원하기로 한 것도 그렇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8월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선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했거나 고용위기지역·산업위기대응지역인 경우는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또 바꿨다. 
 
그러나 이는 제도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의 임금 지급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그래서 지원금도 사업주 계좌로 직접 준다.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 고용주여야 한다.  
 
고령자를 많이 고용했다고 해서, 고용위기지역에 속했다고 해서 고용주의 임금 지급 부담이 크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근로자가 어려운 것과 고용주가 어려운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만약 고령자와 고용위기지역 내 실직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보조금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해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며 “집행률 제고에 사활을 걸면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업주까지 지원하게 돼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올해 편성한 예산 자체가 과도하게 추계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예산과 내년 예산의 총액은 거의 비슷하지만, 산출근거는 달라졌다. 올해는 최저임금 미만자(8.6%)도 포함했지만, 내년에는 제외했다. 1인당 지원 기간도 올해 12개월에서 10개월로 바꿨다.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고용주에게까지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였고, 영세업체 특성상 입·이직이 잦아 12개월 모두 지원받는 경우가 드문 상황 등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예산 편성할 때 진작 이렇게 계산했으면 약 6976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게 추 의원의 분석이다. 더구나 산출근거를 이렇게 바꿨으면 2019년 예산은 올해보다 6976억원 더 적어야 맞다. 그런데도 총예산은 거의 같다. 월 지원단가를 월 최대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난해 예산안 통과 때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성한다’고 합의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사실상 약 3조 원까지는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야당은 대규모 예산 삭감을 주장한다. 하지만 스스로 명분을 준데다 ‘기왕 주고 있는 돈을 야당이 깎았다’는 여론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3조 원짜리 예산안이 또 유야무야 통과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서울의 한 비어있는 상가에 붙은 임대 문구. 2018.8.22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서울의 한 비어있는 상가에 붙은 임대 문구. 2018.8.22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일자리 안정자금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며 도입했지만, 민간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시적 지원이라지만 지원이 시작된 마당에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며 “여도 야도 손을 못 대는 상황이 됐는데 내버려 두면 시장 왜곡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언제까지 지원할지 시점을 정확히 못 박는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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