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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만보 걷는 하정우 "걷기는 최고의 투자" 예찬

중앙일보 2018.11.28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걷기 마니아’인 배우 하정우는 ’걷기 위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일단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한 발만 내디뎌 보라“는 것이다. [사진 문학동네]

‘걷기 마니아’인 배우 하정우는 ’걷기 위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일단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한 발만 내디뎌 보라“는 것이다. [사진 문학동네]

‘걷고, 먹고, 기도하라.’
 
그에게 걷기는 ‘신앙’ 수준이다. 눈을 뜨자마자 학교에서 ‘1교시’를 맞듯 집의 러닝머신에서 몸을 풀고, 하루 3만보를 가뿐하게 걷는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동료들과 함께 577㎞를 걷는 ‘국토대장정’을 했고, 하와이에선 하루 10만보 걷기에 도전한 적도 있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을 걸어간 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인생에 마지막 며칠이 주어진다면 할 일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바로 ‘걷기’다. 이 정도면 굉장히 독실한 ‘걷기’ 신자다.
 
자신을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하정우 얘기다. 그가 최근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를 냈다. 이 책엔 스크린과 캔버스를 넘나들며 활동한 여러 에피소드도 담겼지만, ‘걷기’에 대한 얘기가 절반 이상이다. 책은 23일 출간되자마자 4일 만에 4쇄를 찍었다.
 
27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서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40)는 “오늘 아침에도 6시 30분에 일어나 한강공원에서 1만보를 걸었다”고 했다.
 
27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는 하정우. [연합뉴스]

27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는 하정우. [연합뉴스]

◆길 위에서 즐기자=책은 그가 던진 말 한마디로 ‘천릿길’을 걷게 된 사연에서 시작한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를 걸은 얘기다. 2011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시상자로 나섰던 그는 “제가 상을 받는다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것. 결국 영화 ‘황해’로 상을 받으면서 약속을 지켜야 했다. 가까운 동료들을 불러내 16명이 함께 걸으며 대장정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찍었다. 이른바 ‘577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일은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농담처럼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걷기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장정의 끝에서 그가 만난 것은 대단한 성취감이 아니었다. ‘길 끝에 별것 없다’는 뜻밖의 깨달음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길 위의 나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왜 하루하루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중요한 것은 길 끝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나는 “별 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임을 알게 된 계기였다.
 
배우 하정우는 하와이에서 10만보 걷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진 문학동네]

배우 하정우는 하와이에서 10만보 걷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진 문학동네]

◆일단 걷고 고민하자=“어느 날 걷고 돌아오는 데 어린 시절 운동회를 마치고 갈 때의 느낌이 떠올랐어요. 기분 좋게 피곤하고, 집에선 엄마가 맛있는 밥을 해놓았을 것 같고. 오랫동안 잊었던 여러 감각들이 살아오는 느낌이었죠.” 그의 말이다. “일상을 계속 그렇게 보내고 싶어 걷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 책을 통해 걷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상인지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걷기는 “나 자신을 아끼고 관리하는 최고의 투자”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기분이 가라앉는가? 그냥 걸어라’ ‘고민이 생겼는가? 일단 걸어라’. 고민으로 시작해 걷기 시작하지만, 몸을 움직이면서 고민과 고통을 비워낸 자리엔 슬쩍 허기가 들어서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걷고 나면 후각이 깨어나고, 입맛이 돌고, 때가 되면 졸리다. 그런 기본적인 일상을 일깨우는 걷기가 좋다.”
 
◆걷기 다이어트=“걷기 다이어트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그는 혼자 걷지 않는다. 시간이 맞을 때 함께 만나 걷는 멤버들도 스무 명가량 된다. 가까운 배우 중 그와 함께 시작해 걷기에 빠진 이들로 그는 정우성과 주지훈을 꼽았다.
 
 ‘걷기’에 대한 그의 열정적인 태도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애정을 떠올리게 한다. 하루키의 산문집 『내가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느냐는 질문에 “인상 깊게 읽었다. 그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루키가 말하는 ‘루틴’(일상처럼 꾸준하게 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특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걷기에 대한 책으로는 『걷기 예찬』(다비드 르 브르통)과 최근에 읽은 『최고의 휴식』(구가야 아키라)을 추천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산티아고 순례길도 걷고 싶고, 히말라야 트래킹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정우 ‘걷기’ 예찬
[사진 문학동네]

[사진 문학동네]

“그제야 깨달았다. (…) 걷기가 주는 선물은 길 끝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 나는 길 위의 매 순간이 좋았고, 그 길 위에서 자주 웃었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내 다리를 뻗어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는 행위는, 잊고 있던 내 몸의 감각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일이다.”
 
"나는 걸을 때 발바닥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전해지는 단단한 땅의 질감을 좋아한다. 내가 외부의 힘에 떠밀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뿌리내리듯 쿵쿵 딛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 다니는 편을 택하겠다.”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일과 휴식을 어중간하게 뒤섞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일이 바쁠 때 '나중에 몰아서 쉬어야지'같은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
 
(『걷는 사람, 하정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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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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