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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한' 메리 바라 GM 회장의 승부수…돈 안 되는 공장은 반드시 닫는다

중앙일보 2018.11.27 18:12
 지난해 12월 자동차 전문 매체와 인터뷰하는 메리 바라 GM 회장.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자동차 전문 매체와 인터뷰하는 메리 바라 GM 회장. [AP=연합뉴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를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의 신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6일 북미 공장 5곳, 해외 2곳 폐쇄 발표
사무직·생산직 1만4000명 감원 구조조정

CEO 맡은 뒤 러시아·호주·한국 사업 재편
"자동차업 환경 급변, 호황 때 선제적 대응"

트럼프, 트뤼도 불만에도 강행, 초강수
GM 주가 4.8% ↑, 포드·크라이슬러도 ↑

 
지휘봉은 메리 바라(57)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잡았다. 바라 회장은 2014년 GM 사령탑에 앉은 이후 GM의 사업 재편과 미래 기술 투자에 집중해 왔다. 이번 구조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이 파산 위기에 놓였던 이후 최대 규모다. 
 
바라 회장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 가운데 최초의 여성 CEO다. GM이 운영하는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지금은 케터링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현장 엔지니어로 GM에 입사했다. 
  
CEO에 오른 뒤 세계 GM 사업장 곳곳에 칼을 댔다. 한국 군산 공장을 비롯해 러시아·유럽·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 등에서 공장을 폐쇄하거나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 때문에 "늘 만면에 웃음을 띠고있지만, 경영에 관해서는 '냉혈한(cold-blooded)'"(블룸버그통신)이란 인물평이 따른다. 광범위한 이번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바라 회장이 제대로 진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GM은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의 공장 폐쇄와 인력 감원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말까지 북미 생산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 1만400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폐쇄 또는 업무 전환 조치가 확정된 공장은 미국 4곳, 캐나다 1곳이다. 디트로이트시 햄트램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미시간주 워런,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오샤와 조립공장이다. 
 

이곳에서 조립하는 쉐보레 크루즈와 캐딜락 CT6, 뷰익 라크로스 등의 생산은 중단된다. 쉐보레 크루즈는 물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해 수출용으로 계속 생산하지만, 나머지 모델은 단종된다. GM은 폐쇄 예정 해외 공장 2곳이 어디인지는 이번에 발표하지 않았다.
 

감원 대상 인력 1만4000여 명은 모두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GM이 고용하는 글로벌 인력 18만 명의 8%에 해당한다. 직무에 따라서는 사무직 약 8000명, 생산직 6900명이다. 간부급에서도 25%를 감원할 예정이다.  
 
미국 미시건주 햄트램크에 있는 GM 자동차 조립 공장의 2011년 모습. 26일(현지시간) GM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이 공장은 내년 중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 햄트램크에 있는 GM 자동차 조립 공장의 2011년 모습. 26일(현지시간) GM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이 공장은 내년 중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바라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GM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조치”라고 구조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목적은 비용 절감을 통한 투자 비용 확보다. GM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말까지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절감할 계획이다.  
 

전통 자동차는 축소하는 대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투자는 강화한다. 바라 회장은 “전통적인 자동차 부문에 종사하는 인력은 감축하지만 소프트웨어나 전기차ㆍ자율주행차 분야 전문가는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크루즈는 내년에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전기자동차 20여 종류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 GM을 구성하는 핵심 비즈니스를 줄이고, 무인 택시 서비스 등 신기술로 옮겨가는 결정은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라 회장이 ‘도박’과도 같은 결정을 내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당시의 경험 때문에 GM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기업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GM은 미 정부로부터 495억 달러를 지원받아 기사회생했다.
 
메리엔 켈러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가까운 미래에 이윤을 낸다는 보장이 없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자동차 생산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라 회장이 미래를 택한 것이다.  
 
GM은 현재 두 가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들이 GM의 주력 상품인 세단을 외면하는 것이고, 둘째는 테슬라ㆍ웨이모 같은 전기ㆍ자율주행차 전문 기업의 부상이다.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슈와에 있는 GM 자동차 조립 공장 근로자들이 모여 노조 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GM은 이날 이 공장을 폐쇄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슈와에 있는 GM 자동차 조립 공장 근로자들이 모여 노조 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GM은 이날 이 공장을 폐쇄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바라 회장은 구조조정 시점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 구조조정을 시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GM은 이번 조치가 “경기 하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가 건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의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GM 주가는 4.8% 올랐다. 다른 자동차 기업 주가까지 끌어올렸다. 포드자동차는 3.01%, 피아트크라이슬러는 6.76% 상승했다.
 
정치계는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M은 중국 생산을 중단하고 오하이오주에 신차를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공장은 이번에 폐쇄가 결정된 곳이다. 이 같은 메시지를 바라 회장을 직접 만나서도 전했다고 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정부가 해당 근로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근로자 수천 명이 실직할 것”이라면서 “단체 교섭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영ㆍ심새롬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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