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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터폴 총재 지원 놓고, 경찰 밤새 읍소한 이유

중앙일보 2018.11.27 17:30
경찰청이 김종양(57) 인터폴 총재를 지원하기 위한 정보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국회 정보위원회 예산소위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김 총재는 지난 21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인터폴 총재에 당선됐다. 김 총재에 대한 지원 명목으로 일반 예산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예산을 심의·편성하는 정보예산을 이례적으로 요청한 것은 인터폴 총재의 ‘애매한’ 신분 때문이었다.
 

[단독] 국회 정보위 예산소위 찾아가 "지원 필요"

김종양 신임 인터폴 총재가 지난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종양 신임 인터폴 총재가 지난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 총재는 행정고시(29회) 합격자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찰청 외사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2015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공무원 생활을 마치면서 같은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인터폴 부총재를 역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연례 총회에서는 신임 총재에 선출되는 영광을 안았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정보위 예산소위에서 김 총재에 대한 지원을 정보예산 항목으로 보고했다. “김 총재의 지위가 부총재에서 총재로 격상됨에 따라 정부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여야 정보위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복수의 정보위 관계자들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의 성격과 절차 등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위 관계자는 “정보예산은 기밀을 다루는 공직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 김 총재의 경우 민간인이라 곤란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은 인터폴 총재가 무보수 비상근직이고, 멍훙웨이(孟宏偉) 전 총재도 중국 정부에서 활동비 등을 지원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터폴에서는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경우에만 총재에게 여비와 숙박비 정도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인터폴 총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보위 예산소위는 차수 변경을 하고 새벽까지 진행됐다. 정보위 관계자는 “김 총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는 데엔 의견일치가 이뤄졌으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으니 다른 방안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이튿날 오전 4시에야 회의가 끝났다”고 전했다.
 
일부 정보위원은 “해당 예산은 경찰청을 소관 부처로 둔 행정안전위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행안위는 김 총재 선임 전인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해 예산결산특위에 넘긴 상황이라 추가 논의가 어려웠다.
 
경찰청은 결국 김 총재 지원과 관련한 정보예산 편성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년도 정부 예비비 지출을 요청하기로 했다. 각 부처가 예비비를 사용하려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목적과 금액 등이 담긴 명세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아직 협의 중이라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양 신임 인터폴 총재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민갑룡 경찰청장의 영접을 받으며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양 신임 인터폴 총재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민갑룡 경찰청장의 영접을 받으며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국제기구 전문가는 “국제기구 수장이 자국민이라고 해서 그 나라가 공식 지원해준다면 회원국 간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관례로 지원을 하더라도 비공식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민간 신분인 김 총재와 달리 과거 인터폴 총재는 대개 현직 경찰이었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며 “인터폴 사무총국 예산 자체가 적어 우리 정부의 지원 없이는 김 총재 사비로 업무 수행비를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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