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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열흘째 잠행, 그의 고민 세 개…트럼프·서울·신년사

중앙일보 2018.11.27 15:3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흘째 공식 석상에 보이지 않고 있다. 12월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은 결단을 내리기 직전엔 잠행을 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김 위원장의 최근 공개활동은 16일 첨단무기 시찰과 신의주 개발계획 현지지도에 이어 17일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이 마지막이다. 군사와 경제를 모두 챙기는 행보를 한 뒤 그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하고 생산공정 현대화와 신기술 도입 등을 독려했다. 이후 27일 현재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하고 생산공정 현대화와 신기술 도입 등을 독려했다. 이후 27일 현재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해를 넘기게 됐고,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연내 서울 답방”을 위한 시간은 얼마 없다. 북한이 27~28일로 예견됐던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에도 묵묵부답인 것 역시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한다. 그의 고민의 축은 크게 세 가지다. 북ㆍ미 회담 전망과 서울 답방 문제, 그리고 2019년 신년사다.  
 
①북ㆍ미 회담, 열쇠는 G20 정상회의에=김 위원장의 눈과 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한다. 이곳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린다. 개막 하루 전인 29일엔 미ㆍ중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관세 등 무역전쟁이 주요 이슈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회담 의제 공통분모엔 북한도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G20에 참석해 북ㆍ미 간 교착을 녹일 불씨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북ㆍ미 교착을 뚫기 위해선 한국이 다시금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며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북ㆍ미 회담 조건을 조율하고, 그 뜻을 북측에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이런 맥락에서 G20 정상회의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9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또 만날 예정이다. 29일 회담은 북한 이슈에서도 중요하다. [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9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또 만날 예정이다. 29일 회담은 북한 이슈에서도 중요하다. [AP]

 
②서울 답방, 12월은 김정은 위원장도 바쁘다=북한 당국에게 12월은 신년사 준비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올해 한반도의 격동 외교도 1월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시작점이었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ㆍ미 정상회담 등 숨가쁜 외교의 해를 보낸 김 위원장으로서는 올해를 ‘총화’(반성 및 평가)하고 내년의 신년사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올 12월이 집권 후 특히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국 각 부서가 작성해 올린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대외뿐 아니라 주민들의 대내 동향도 살펴야 한다. 일각에서 12월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답방 시기의 주요 기준점 중 또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일인 12월17일이다. 이날 이전에 서울 답방을 하려면 시간이 태부족하고, 이후엔 크리스마스 시즌 등으로 특히 미국에서의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서울 답방까지 해를 넘기면 남북 경제협력은 물론 북ㆍ미 관계 동력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내 답방을 강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도 내년초 미국과의 외교 캘린더를 위해서라도 연내 답방을 적극 고려해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답방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평양에서도 답방을 대비한 실무 준비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평양도 연내 답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1월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탔다. [중앙포토]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1월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탔다. [중앙포토]

 
③신년사에 경제 비전 담아야 하는데, 제재가 걸림돌=김 위원장의 마지막 16~17일 공개활동의 교집합은 경제다. 김 위원장은 16일엔 신의주를 찾아 도시 건설 사업이 “몇 해안에 반드시 결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음날엔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을 찾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신기술 도입을 독려했다. 
 
그의 신경이 경제발전에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신년사에 김 위원장이 담아야 하는 대목도 경제 비전이다. 2018년의 외교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실질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메시지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대북 제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의주를 방문해 도시 건설 계획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몇 해 안에 반든시 결실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의주를 방문해 도시 건설 계획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몇 해 안에 반든시 결실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노동신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한 각종 경우의 수를 분석하며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제재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원유 수급 문제며 남북 경협 감속, 주민 불만 등을 다양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도 김 위원장의 고민을 더한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올인해야 하는 해”라며 “김 위원장 입장에선 2019년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협상을 매듭 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년사의 대미 메시지를 다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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