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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 10명 "너 죽이고 감방간다"…폭행뒤 바닥 피 닦고 사라져

중앙일보 2018.11.27 15:11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유성기업 임원이 구급대의 치료를 받고 있다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유성기업 임원이 구급대의 치료를 받고 있다

참혹했다. 몇 사람이 임원을 붙잡아 저항을 못하게 하고, 주먹과 발길질, 니킥을 날렸다. 임원이 쓰러져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 구타했다. "아프냐 **놈아"라며 갈수록 폭행은 심해졌다. "네 주소 안다. 너네 집 식구들 가만 놔둘 줄 아느냐"며 가족까지 협박했다. 임원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됐고, 바닥에도 피가 흥건했다. 1시간여 뒤 노조원은 바닥의 피를 물청소로 닦아냈다. 그리곤 문 앞에 있던 경찰을 힐끔 쳐다보며 사건 현장을 빠져나갔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경찰은 비명소리가 난무해도 사무실 밖에서 어슬렁댔다. 직원들이 "사람부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직원들은 경찰의 행동에 대해 '마치 노조가 하는 일에 끼어들면 피곤해진다는 투였다'고 한다.

목격자 진술서와 경찰·노동청에 보낸 공문 입수

"(임원)죽이고 감방가겠다" 무차별 폭행
임원 집주소 대며 "가족까지 가만 안 둔다"협박
사무실 바닥에 흥건한 피, 물청소로 증거 인멸

회사측, 경찰·노동청에 강력 항의

경찰에 "비명소리 난무하는데 지켜본 경찰,
범죄현장에서 취할 태도냐"
경찰서장 "폭행은 2~3분 정도뿐" 주장

노동청에 "간절히 불법행위에 행정지도 요청했다.
조치는 고사하고 공식 답변조차 안 하는 이유 대라"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경찰에 보낸 항의 공문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경찰에 보낸 항의 공문

 
22일 유성기업 대표이사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앙일보가 당시 목격자의 진술서와 회사 대표이사가 아산경찰서장, 천안고용노동지청장에게 보낸 항의 공문을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22일 오후 5시30분쯤이었다. 회의를 마친 이 회사 최철규 대표와 김모 상무가 사무실로 가고 있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노조원이 이들을 에워쌌다. 관리자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대표이사실로 피신했다. 5분 뒤 노조원 10여 명이 대표이사실 문을 부수고 난입했다. 컴퓨터 등 사무실 내 집기류를 부수고, 다른 직원이 못 들어오게 회의용 탁자로 문을 봉쇄했다. 그리곤 노조원들이 김 상무에게 달려들었다. "너 죽이고 감방가겠다"며 폭행이 시작됐다. 주먹과 발길질이 난무했다. 보드를 김 상무에게 던지는 등 사무실에 있는 물건이 순식간에 흉기로 변했다. 금새 김 상무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가 됐다.
 
그래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노조원 두 명이 김 상무를 꼼짝 못 하게 붙잡았다. 그리곤 린치가 가해졌다. "나는 너네 집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며 김 상무의 집 주소를 읊었다. 이어 "너네 집 식구들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협박했다. 따귀를 때리며 "아프냐 **놈아. 그렇게 아파"라며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잠시 직원들이 들어왔지만 노조원들이 "핸드폰으로 채증하면 죽여버리겠다"며 핸드폰을 일일이 검사하곤 사무실 밖으로 내쫓았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흘렀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노조원들은 노조 지회장의 "철수하라"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 바닥에 흥건한 김 상무의 피를 물을 뿌리며 닦아냈다. 노조원들은 대표이사에게 "대표님, 이게 마지막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판사판이다. 끝장을 볼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그리곤 사무실을 나섰다. 앞에는 경찰이 있었지만 제지는 없었다. 나갈 수 있게 오히려 길을 터줬다. 이후 노조원들은 식당에서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 목격자 진술서

회사는 6차례나 경찰에 112로 신고했다. 20분 뒤에야 나타난 경찰은 대표이사실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다. 노조원들이 가로막고 있어 진입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댔다. 김 상무의 비명소리를 경찰은 "노조의 구호 소리 때문에 못 들었다"고 했다. 직원들은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느냐"며 경찰에 매달렸다. 그래도 경찰은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당시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뒤 김 상무의 가족들은 집을 떠나 모처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들의 협박이 현실화할 우려 때문이다. 김 상무는 안와골절, 코뼈 함몰, 치아 골절 등의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회사 관계자는 "수술 날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입원한 병원에 대해 직원들은 함구하고 있다. 노조원에 의한 2차 폭행을 우려해서다.
 
최 대표는 김 상무가 응급실로 실려 간 뒤 직접 공문을 썼다. 충남 아산경찰서장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장에게 보내는 항의 공문이었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경찰에 보낸 항의 공문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경찰에 보낸 항의 공문

"노조를 위한 경찰인가?" 
최 대표는 경찰에 보낸 공문에서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당사는 귀 서에 묻는다"고 했다. "경찰은 노조를 위한 경찰인가. 노조원이 회사에서 이처럼 참혹한 집단 감금과 집단 구타를 자행해도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인가.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사람부터 구하는 것이 경찰 본연의 임무 아닌가. 욕설과 비명소리가 난무하고, 직원이 경찰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도 현장에서 지켜만 보는 경찰이 범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취할 태도인가. 현행범을 체포하기는커녕 도주를 방기하는데 급급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보상 아산경찰서장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김 서장은 "최초 신고 접수 뒤 11분만에 도착했다"며 "폭행은 2~3분 정도, 길게 잡아도 5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비명이 안 들렸다는 것이다. 김 서장은 "폭행 현장을 못 봤고,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체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고용부에 보낸 항의 공문

유성기업 노조의 임원폭행에 대해 회사가 고용부에 보낸 항의 공문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간곡한 행정지도 요청 왜 묵살하나?"  
고용부 천안고용노동지청에 보낸 공문에선 "당사는 올해 10월 1일부터 매일같이 자행되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귀청에 행정지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사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귀 청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어떠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공식적인 연락조차 없다. 그토록 간곡하게 지속적으로 구두 혹은 공문으로 현장에 직접 나와서 살펴주시기를 요청드렸으나 아무런 조치와 대응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집단 구타가 일어났다. 부디 감독관청으로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썼다.
 
최 대표는 사내 담화문을 내고 "더 이상 유성기업이 불법의 온상이 되고 직원들이 피 흘리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유성기업 폭행 노조원 검거 전담팀을 꾸렸다. 아산경찰서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대표이사실 진입을 막은 노조원 5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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