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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대법원장 테러날···판사들, 탄핵놓고 싸웠다

중앙일보 2018.11.27 15:00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70대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던졌다. [김현철씨 제공 화면 캡처]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70대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던졌다. [김현철씨 제공 화면 캡처]

출근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27일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사실상 테러다. 대법원장이, 그것도 대법원청사에서 테러를 당한 건 사법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 11분, 남모(74) 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출근하던 대법원장 차량에 시너가 들어있는 화염병을 던졌다. 이 페트병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 보조석 뒷바퀴 쪽으로 떨어졌고 대법원 청사 입구를 지키고 있던 청원 경찰이 즉시 소화기로 꺼 큰 불길로 번지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앉아있던 뒷좌석 문 역시 그을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씨 가방에서 시너가 들어있는 500mL 페트병을 추가로 압수했다.
 
강원도 홍천에 거주 중인 남씨는 "소송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본지가 남씨의 판결문을 살펴보니 2004년 강원도 홍천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던 그는 2013년 유기농 쌀과 일반 쌀을 배합한 사료를 돼지들에게 먹여 친환경 인증 자격을 박탈당했고, 이로 인해 농장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고 한다. 남씨는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고 3심까지 모두 패소해 소송비용을 부담할 처지에 놓여있다. 
27일 오전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남모(74)씨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날 정문 바닥에 소화기 분말 가루가 뿌려져 있다. 김상선 기자

27일 오전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남모(74)씨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현장에서 검거됐다. 이날 정문 바닥에 소화기 분말 가루가 뿌려져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사건 이후 법원 내부는 술렁였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율사 생활 20년 동안 법관 구속, 법관 탄핵, 출근길 화염병 테러까지 사법부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혼란과 분쟁에 빠진 것은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도 "법원의 위상이 이 정도로 떨어졌느냐는 생각이 든다. 고통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법원사무관은 "대법원장님이 내외부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이제는 일반 시민한테 테러까지 당하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착잡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테러 시도가 발생한 27일, 법원 내부는 법관 대표 회의의 대표성 논란을 두고 판사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8기)가 "명확한 근거 없이 법관을 탄핵하자고 의결한 법관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이 시작으로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56·15기), 김홍기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50·28기)가 연이어 법관회의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평판사들 또한 법관 대표회의가 대의기구인지, 간부회의인지, 토론기구인지 밝히라는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전국 법원 대표 판사들의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전국 법원 대표 판사들의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개입 행위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지방법원을 순회 방문하고 있다. 화염병 테러가 일어났던 27일에도 수원지방법원과 안산지원을 방문하는 행사를 예정대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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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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