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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코코넛오일·김치가 발암물질? 기준 살펴보니

중앙일보 2018.11.27 07: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1)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담배. 발암물질이 초기에는 몇 안 되던 것이 수시로 늘어나고 있다. 1군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1군, 2군 발암물질은 어떤 기준으로 나눈 것일까? [연합뉴스]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담배. 발암물질이 초기에는 몇 안 되던 것이 수시로 늘어나고 있다. 1군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1군, 2군 발암물질은 어떤 기준으로 나눈 것일까? [연합뉴스]

 
발암물질에 1급, 2급이란 없다. 1군, 2군이 있을 뿐. 시중에는 어떤 식품의 위해성을 말할 때 ‘1급 발암물질이 있어서’라고 한다. 1급이니까 가장 발암성이 강한, 이를 먹으면 마치 바로 암에 걸릴 것 같은, 그런 불안에 떨고 천하에 몹쓸 식품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식품이나 환경요인 등에 발암의 위험성이 있는 것을 경중을 따져 3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때의 그룹은 우리말로 군(群)으로 해석하는 게 정당하다. 그런데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그룹을 급(級)으로 무리하게 해석해 대중을 겁박한다. 급이 공포감을 주는 데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발암물질이 초기에는 몇 개 안 되던 것이 매년, 아니 수시로 늘어난다. 1군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그러면 IRAC가 해석하는 등급별 발암물질의 정의를 살펴보자.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분류한 등급별 발암물질
1군 발암성이 확인된 것
2군 A 동물에서는 확인, 인체에는 미확인
2군 B 의심은 되나 구체적이지 않음
3군 발암물질 아님
 
김치·스마트폰이 2군 발암물질?
 소금은 발암물질에 넣지 않고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젓갈은 1군 발암물질로 등재됐다. 젓갈에 들어간 소금은 발암물질이고 소금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것인가. 이해되지 않는 분류다.

소금은 발암물질에 넣지 않고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젓갈은 1군 발암물질로 등재됐다. 젓갈에 들어간 소금은 발암물질이고 소금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것인가. 이해되지 않는 분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군 발암물질이 113가지나 된다. 담배, 아플라톡신, 석면, 방사선 등은 수긍이 간다. 그런데 햇볕, 미세먼지, 절임 생선, 젓갈, 술, 숯검댕, 에스트로젠, 소시지와 햄 등은 퍼뜩 납득하기 힘들다.
 
2군 A에는 현재 75가지가 지정돼 있다. 아크릴아마이드, 튀긴 음식은 다소 이해가 되나 주야교대근무자, 이·미용 종사자는 납득이 불가능.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색 살코기는 더더욱 이해 불가.
 
2군 B 발암물질은 285개나 된다. 턱도 아닌 것도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 수은화합물, 톨루엔. 디젤유 등은 납득. 그러나 야채 절임(장아찌, 김치 종류), 코코넛 오일, 스마트폰, 임플란트 등은 이해 불가다. 코코넛오일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 발암물질의 정의는 이렇다. 어떤 물질에 노출된 사람이 노출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나이·직업·성별 등의 요인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을 시 이를 발암물질로 정한다. 이른바 발암물질은 확률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폐암 발생률이 높다. 통계학적으로 증명되고 확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됐다. 40여 년 동안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에 노출된 광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1만 2000여 명 중 4.7%가 암에 걸렸고, 1.6%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돼 1군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이상한 경우도 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위암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금은 발암물질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젓갈은 1군 발암물질로 당당하게 등재됐다. 젓갈에 들어간 소금은 발암물질이고 소금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건가. 젓갈에 소금 말고는 발암의 다른 요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발암성을 확인하는 데 인체실험을 할 수 없다. 실험동물에 투여할 때 발암성이 의심되지만 사람에게는 유연성이 확인되지 않을 시 2군A로 지정된다. 두루뭉술한 판단도 있다. 2군의 붉은색 살코기가 그렇고 주·야간 교대 근무자가 그렇다.
 
2군 B는 더 애매하다. 확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좀 미심쩍고 카더라 수준에 해당한다. 핸드폰이, 김치가 그렇다. 김치(야채 절임 등)는 쇼닥터들이 ‘유산균이 많다, 항암 식품이다’등으로 칭찬하는데도 아질산이 많다며 2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발암물질은 양과 빈도의 문제
세상은 온통 발암물질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늘 먹는 김치까지도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피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세상은 온통 발암물질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늘 먹는 김치까지도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피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세상이 온통 발암물질로 가득 차 있다. 물, 대기, 흙, 식품이 다 그렇다. 모두가 암에 걸릴까 봐 겁에 질려 있다. 발암성에는 개인차이가 심하다. 1군인 담배를 하루 몇 갑씩 피우는 사람이 무병장수하는 경우도 있고 술에 절어 사는 사람이 암에 반드시 걸리지는 않는다.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다. 발암물질이라고 무작정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피할 할 필요는 없다. 실제는 양의 문제고 빈도의 문제다.
 
1군인 술이나 담배처럼 소비자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발암물질이라 해서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지만 무작정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늘 먹는 김치도 된장도 발암물질인 것을.
 
김치나 핸드폰같이 우리가 일상 접하는 것에 발암물질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 혹시나 국제암연구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 어설픈 막가파 지정(?)이 오히려 소비자의 경각성을 반감시켰던지.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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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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