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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법관 징계' 하려는 대법원…탄핵 찬성 판사도 "반대"

중앙일보 2018.11.27 06:00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2월 초로 예정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심의와 관련, 징계위원명단을 대법원이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번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 요구안을 결의(19일)하자 이틀 뒤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법원행정처가 탄핵 발의 권한이 있는 국회에 관련 요청을 한다면 삼권 분립 위반 논란이 있을 것에 대비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진행 가능한 절차를 먼저 밟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 누가 징계 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26일에도 비공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법관징계위원회는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 한 명이 위원장을 맡고 판사 3명과 변호사, 법학교수, 외부 전문가 등 7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이 내세우는 징계위원 비공개 이유 중 하나는 법원 내외부의 청탁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공개법은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된다고 규정했는데, 대법원은 징계위원 명단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고 봤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의혹 법관들에 대한 탄핵과 징계를 요구하는 측에서도 대법원의 이 같은 비공개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추진안을 반대한 뒤 행정처의 동향문건 보고 대상이 됐던 차성안 판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징계위원 공개를 요청합니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징계위원회 구성의 공정성도 재판부 구성의 공정성처럼 중요하다”며 “(징계위원 명단 공개는) 징계처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차 판사는 또 “징계위원들의 임기 시작 시점을 밝혀달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감봉 4개월이나 견책이라는 수준의 부끄러운 솜방망이 처분을 이전에 내렸던 징계위원과 (13명 판사 징계를 하는) 위원님들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서울 지역의 A 부장판사는 “기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 징계 결정에 대한 ‘솜방망이’ 비판이 다시 거론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대법원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이 점을 차 판사가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법원 외부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의과정이나 내용 자체는 비공개할 수 있겠지만, 징계위원 명단은 무슨 의도와 명분으로 숨기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 안팎의 청탁과 압력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 일반 재판부 명단도 숨길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감사ㆍ감찰 과정의 밀행성은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징계 결정 자체는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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