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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요즘 누가 오페라를 들어

중앙일보 2018.11.27 00:33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요즘 누가 오페라를 들어”라는 대사가 나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엔 중요한 길목마다 오페라의 노래가 놓여있다. 정확히는 세 곡이다.

 
①‘나비 부인’ 중 ‘어느 개인 날’.

 
프레디 머큐리가 평생의 친구가 될 메리에게 청혼하는 장면에 나온다. 하지만 푸치니 오페라 ‘나비 부인’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초초상은 하염없이 남성을 기다리는 운명이다. 돌아오겠다던 남편이 떠난 지 3년째 초초상은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어떤 맑게 개인 날, 저쪽 먼바다에 연기가 보이고 배 한 척이 다가온다. 그대라면 너무 기뻐서 어쩌나.” 이제 곧 프레디의 그룹 퀸이 전세계 투어를 떠나며 스타덤에 오르고 초초상의 처지가 될 메리의 모습이 보인다.

 
②‘카르멘’ 중 ‘사랑은 자유로운 새’.

 
퀸이 음반사 EMI의 사무실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음 앨범 타이틀로 하겠다고 주장할 때 흐른다. 프레디는 비제의 ‘카르멘’ LP를 걸고 EMI 제작자 레이 포스터에게 들려준다. 포스터는 곧 외친다. “요즘 누가 오페라를 들어!” 하지만 이 오페라 아리아의 내용은 그의 생각보다 도발적이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부르면 사라져요. 협박이나 기도도 소용없고 법이란 것도 모르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사랑은 보헤미안의 아이.”

 
③‘투란도트’ 중 ‘들어보세요 왕자님’.

 
투란도트 공주의 시녀인 류는 군중 속에서 칼라프 왕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칼라프의 사랑은 투란도트를 향하고 있다. 오페라에서 류는 손에 쥘 수 없는 사랑인 걸 알면서도 이 노래를 부른다. 한 번뿐이었던 왕자의 미소 아래 그림자가 되기를 청하면서. 오페라 역사에서 류는 대가 없는 사랑의 전형이다.  
 
이 노래는 프레디가 메리의 옆집으로 이사 와 창문 곁에 서서 전화를 거는 쓸쓸한 장면에 흘러나온다. 자신의 동성애 성향으로 불가능해진 사랑을 이미 알고 있는 프레디의 마음이 겹친다.

 
요즘도 오페라보다 퀸을 듣는 사람이 많은 건 프레디가 오페라를 알았던 덕분이니 아이러니다. 영화 제작진이 오페라 아리아를 알았던 덕에 영화의 의미가 더해진 것도 그렇다. 새로운 것에서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옛것에서 정말로 새로운 것이 나온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대사처럼 “그리스 비극의 페이소스, 셰익스피어의 위트가 있는” 혁신 말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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