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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금이 금리 인상할 최선의 타이밍인가

중앙일보 2018.11.27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세철 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국장

신세철 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국장

한국 경제는 요즘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에 미달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당위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반면에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도 거꾸로 핫머니 유출 우려, 부동산시장 과열 등을 내세워 기준금리 인상 주장이 전문가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중구난방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는 주장은
미래지향적 경제 활동 방해하고
불황의 골 더 깊고 오래가게 하며
빈부 격차를 심화하는 효과 낼 것

하지만 깊어가는 경기침체 시그널과 역행해 정책금리를 올린다면 비탈길 내리막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서커스가 연출될 것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0%에서 2.0~2.25%까지 상승하면서 한·미 금리변동 폭보다 환율변동 폭이 훨씬 커지기는 했지만, 핫머니 유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주식 매도는 개방경제체제에서 항시 있는 일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큰 원인이지 금리 차이 때문은 아니다.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들이 동요하지 않는 까닭은 한국의 지불불능 위험이 상당 기간은 없을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질 대외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국제투자포지션(IIP)은 2014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방은 침체하고 서울 강남은 과열됐던 부동산시장 양극화 원인도 저금리와 유동성 완화, 자산 인플레, 비이성적 과열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막연하게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충격요법의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와 동반해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는 원인도 여러 가지다. 금융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반대로 내려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의 고성장·고물가·고금리 타성에 젖다 보면 경제여건 변화를 도외시해 엉뚱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고 대기성 자금을 흡수한답시고 금리를 올리다가는 경제 기본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가 커진다.
 
시론 11/27

시론 11/27

경기침체가 확실시되는 국면에서 호황을 맞이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면 경기 자동조절기능이 손상되기 쉽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보다 인상의 경우에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함께 자산인플레이션, 금융 불균형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경제 기초 여건과 동떨어진 정책금리 인상은 미래지향적 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성장잠재력 바탕을 흔들기 마련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심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 탈출 기회를 노릴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제성장 과실을 얻으려 투자하는 것이지 한국이 그냥 좋아서 투자하는 게 아니다.
 
둘째, 경기 수축기에 거꾸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불황의 골을 더 깊고 오래가게 한다. 상황이 악화한 다음에는 경기를 살리려 어쩔 수 없이 유동성을 급팽창시켜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부동산시장 이상 기류는 이를 멀리 내다본 ‘시장의 습격’인지도 모른다. 셋째,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금리를 올린다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해를 정면으로 엇갈리게 할 것이다.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효과가 생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제활동 전반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금리는 남의 나라가 아닌, 자기 나라의 거시경제 예상되는 변화에 대응해 결정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된 금리를 특정 정책목표를 위해 조율하면 부작용과 폐해가 전방위에 걸쳐 표출된다. 정책금리를 조정할 때에는 미시적으로 옳을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틀리는 ‘구성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경제 기초여건을 외면한 금융 남용은 불확실성을 크게 하고 끝내는 시장의 역습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했다. 김영삼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는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 달성을 위한 막무가내 환율 억누르기에서 비롯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코스닥 붕괴 사태는 인위적 주가 끌어올리기가 참사를 일으켰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회오리 사태는 과도한 경기부양에 집착해 정책금리를 5.25%에서 3.25%로 줄기차게 내리는 ‘유동성 발작’으로 말미암았다. 고성장과 고물가를 감안할 때 당시 정책금리의 상대적 수준은 현재보다 낮은 편이다.
 
중앙은행 최고책임자를 어떤 때는 ‘지옥문을 지키는 생각하는 사람’이라 부르고, 또 어떤 때는 ‘경제 대통령’이라 부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경제의 혈액인 돈이 제대로 돌도록 통화관리 중립성을 죽기 살기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기준금리를 정할 때는 특정 분야가 아닌 국민경제 전체를 조망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신세철 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국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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