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수현 원톱 이후 … 문 대통령 3주째 수석·보좌관회의 취소 왜

중앙일보 2018.11.27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김수현

김수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의 공식 회의를 계속 거르고 있다. 주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26일도 일정이 취소됐다. 지난 12일과 19일에 이어 연속 3주째 취소다.
 

청와대선 “순방 준비 때문 취소”
문 대통령, 최근 참모 잇단 질책
‘보고 참사’가 원인이라는 해석
“김 실장에게 정책 준비 시간 준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순방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7일 5박 8일 일정으로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을 떠난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선 다른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수보 회의는 대통령의 다른 일정과 조율해 취소할 수도 있다”면서도 “최근 문 대통령이 참모진을 비롯한 내각의 정책보고에 대해 여러 차례 추가 보고를 요청한 것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청와대에선 ‘보고 참사’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고 한다. 지난달 10일 수보 회의에서 한 비서관이 관련 업무 보고를 하자 문 대통령이 “작년과 뭐가 달라졌습니까”라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장관들이 보고한 각종 대책에 대해 계속해서 ‘추가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본지 10월25일자 5면 참고>
관련기사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들과 고위 참모들이 줄줄이 공개적으로 꾸지람을 든는 상황에서 누가 자신 있게 보고서를 올릴 수 있겠냐”며 “최근 계속되는 회의 취소는 문 대통령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참모진의 ‘준비 부족’ 탓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수보 회의를 열지 않기 시작한 시점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 경질하고 후임 인사를 발표했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이 회의를 열지 않기 시작한 시점은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이 사실상 국정운영의 ‘원톱’으로 부상한 12일부터다.
 
이에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경제와 사회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 관점의 정책과 대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김 실장이 이러한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준비할 시간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월요일 수보 회의가 열리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 비공개 오찬회동은 가능하면 빼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며 “이 총리가 ‘김&장’ 교체 인사 때 역할을 한 데 이어 최근엔 외교적 영역까지 활동반경이 확대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보 회의 중단과 함께 문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는 줄어들었다. 대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총리실이 대신 총대를 메고 있다.
 
청와대 내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된 뒤 ‘직권 면직’ 결정을 통보했지만, 전체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나서야 별도 대응했다.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직원 전체에게 메일을 보내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가 아실 것”이라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직권 면직 결정된 김 비서관은 임 실장의 최측근이다.
 
임 실장은 “이번 일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성이 이끄는 대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라며 “익숙함, 관성과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며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적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