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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벽’ 넘으려던 캐러밴에 최루탄 날벼락

중앙일보 2018.11.27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25일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25일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미국 국경에 도착한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 일부가 불법 월경을 시도하자 미국 국경수비대가 최루 가스를 쏘며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러밴에 대한 강력한 국경 봉쇄를 선언한 상황에서 캐러밴과 국경수비대 간에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수백명 철조망 빈틈 월경 시도
아이들, 매캐한 연기에 비명도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서부 티후아나에 도착한 캐러밴 일부가 이날 국경 장벽을 통과하려 시도하자 미국 국경수비대가 최루 가스를 쏘며 내쫓았다. 온두라스에서 왔다는 23세 여성은 AP통신 기자에게 “가시 철조망의 빈틈을 발견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넘어가려 하자 국경 너머에서 최루탄을 뿜었다”고 말했다. 매캐한 연기에 놀란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고 AP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샌디에이고로 통하는 국경 남측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던 수백명이 돌연 멕시코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제치고 월경을 시도해 국경수비대가 최루가스로 저지했다”고 전했다. 밀레니오 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이날 손으로 그린 미국과 온두라스 국기를 들고 “우리는 범죄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국제 노동자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경을 향해 행진했다. 미국 측은 이번 소동으로 멕시코 티후아나 쪽 검문소를 일시 폐쇄했다가 오후 늦게 다시 재개했다.
 
캐러밴이 가장 선호하는 접경도시인 티후아나엔 현재 5000명가량이 체류 중이다. 이들 이민자는 주로 온두라스 출신이며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 출발한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10월 중순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캐러밴은 수천㎞를 행군해 티후아나에 도착했으며, 체육관 등지에서 노숙하며 미국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트럼프 행정부가 망명신청 심사 기간 동안 이민자들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정책에 대해 차기 멕시코 정권의 협조를 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100명씩 이뤄지는 망명 심사는 물론 이를 통한 입국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 캐러밴은 미국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은 내달 1일 취임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도 후 트위터를 통해 “남쪽 국경의 이민자들은 법정에서 그들의 주장이 개별적으로 승인될 때까지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 멕시코에 머물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만 (입국) 허용할 것”이라면서 “그 외에 우리의 매우 강력한 정책은 ‘잡았다가 구금하기’다. 미국으로의 석방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WP는 이번 합의가 기존의 망명 관련 규정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가난과 폭력을 피해 미국에 정착하려는 중미 이민자들에게 엄청난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국 내 국경 지대에서 체류하도록 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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