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비석은 충남 부여읍 금강 백제보 전망대·금강문화관 옆에 있다. 1번 비석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역들의 이름을 이곳에 새겨 그 공을 기린다. 2012년 5월 5일 대통령 이명박”이란 글도 있다. 비석 4개의 각 면에는 가나다순으로 이름을 빼곡히 새겼는데, 모두 3043명이다.
그중에는 내 이름과 같은 사람도 2명이나 있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공을 세웠는지 궁금했지만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4대강 전도사’로 알려진 P씨, 당시 환경부 장관을 지낸 L씨, 4대강 사업 추진 본부장과 부본부장을 지낸 S씨와 C씨 이름도 있지만, 실제 그들인지, 동명이인인지 확인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코사이언스 11/26
결국 이달 초 그들의 직책과 공적(功績)을 알려달라고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대답은 “직책은 개인정보라서 공개할 수 없다. 공적사항은 정보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추천과 심사를 어떻게 거쳤는지도 물었지만 역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믿기지 않았다. 삼국시대 때 비석도 아니고, 세운 지 겨우 6년이 지났을 뿐이다. 국가 기록 관리에 구멍이 크게 뚫린 셈이다. 혹시라도 정권 교체로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돼 일부러 자료를 없앤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공적을 기리겠다고 비석을 세웠다면, 적어도 바로 옆 금강문화관에서는 이들 ‘4대강 주역’의 공적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4대강 복원보다도 이들 자료를 복원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일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국토부·환경부·수자원공사를 뒤져 자료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