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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900만 달러 번 미켈슨, 우즈와 내기로 40만 달러 땄다

중앙일보 2018.11.26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더 매치’가 끝난 뒤 900만 달러의 상금이 담긴 현금 상자 앞에 선 타이거 우즈(왼쪽)와 필 미켈슨. 미켈슨은 경기 도중 우즈와 별도의 내기를 벌여 40만 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USA TODAY=연합뉴스]

‘더 매치’가 끝난 뒤 900만 달러의 상금이 담긴 현금 상자 앞에 선 타이거 우즈(왼쪽)와 필 미켈슨. 미켈슨은 경기 도중 우즈와 별도의 내기를 벌여 40만 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USA TODAY=연합뉴스]

‘쇼트게임의 마법사’ 필 미켈슨(48)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이상 미국)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지난 24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릭 골프장에서 벌어진 이벤트 경기 ‘더 매치’에서다. 승자가 900만 달러(악 101억원)를 독식하는, 역대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경기였다. 미켈슨은 18홀 승부만으로는 모자라 4개 홀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두 선수는 경기 중 별도의 내기도 했다.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내기를 걸었다. 주말 골퍼들이 얘기하는 이른바 ‘민족 자본’이었다. 우즈는 미켈슨에게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를 잃었다.
 
첫 홀부터 미켈슨이 버디를 하느냐, 못하느냐를 걸고 20만 달러 내기를 했다. 미켈슨이 버디를 못해서 첫 내기엔 졌다. 거리가 짧은 3번 홀(137야드)에선 핀에 가깝게 붙이기 내기를 했다. 이번엔 10만 달러 내기에서 미켈슨이 이겼다. 우즈는 7번 홀에서 미켈슨이 티샷을 실수하자 또다시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미켈슨은 “당신이라면 40야드 뒤에서 내기를 하겠냐”면서 거절했다.
 
파 3인 8번 홀. 두 선수는 20만 달러로 금액을 올린 뒤 다시 니어리스트 내기를 했다. 미켈슨이 더 가까이 붙여서 또 이겼다. 우즈는 이 홀에서 버디 퍼트를 앞두고 또 내기를 걸었다. 통이 크게 50만 달러나 됐다. 두 선수 모두 넣지 못해 무승부가 됐다. 그런데 이 내기는 우즈에겐 매우 타격이 컸다. 우즈는 첫 퍼트가 너무 약해 3퍼트를 했고, 결국 이 홀에서 패배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즈는 경기에서 이겨 900만 달러를 챙길 수도 있었다.
 
짧은 파4인 9번 홀에서 미켈슨은 이글을 하는데 10만 달러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즈는 0을 하나 더 붙여 100만 달러로 내기 금액을 올렸다. 두 선수 모두 이글은 커녕 버디도 하지 못해 무효가 됐다.
 
13번 홀(파3·213야드)에서 두 선수는 돈을 더 올려 30만 달러짜리 니어리스트 내기를 했다. 미켈슨이 또 이겼다. 미켈슨이 잃은 돈은 첫 홀 20만 달러뿐이었다. 이에 비해 우즈는 3개의 파 3홀에서 벌어진 니어리스트 내기에서 모두 져서 60만 달러를 잃었다. 결과적으로 미켈슨이 우즈에게 40만 달러를 땄다.
 
경기가 열린 섀도 크릭 골프장을 소유한 베팅회사 MGM은 각 홀에서 승리 확률과 일반인의 베팅 데이터를 방송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해 흥미를 더 했다. 더 매치는 미국에서는 시청자가 20달러를 내야 볼 수 있는 PPV(Pay Per View) 방식의 중계였다. 더 매치가 성공한다면 골프도 복싱처럼 PPV 매치가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러나 방송사의 시스템 고장으로 돈 낸 사람이 경기를 못 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항의와 환불 요청이 이어졌고 결국 중계는 공짜로 풀렸다.
 
경기의 열기가 뜨겁지도 않았다. 쇼 성격이 컸고, 두 선수의 경기력도 최고는 아니었다. 두 선수가 마지막으로 경기한 것은 10월 1일 라이더컵이었다. 당시 우즈는 4전 전패, 미켈슨은 2전 전패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우즈와의 결투를 앞두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퍼트가 신통치 않았다. 우즈는 몸이 약간 녹슨 상태였다. 드라이버가 좌우로 휘었고, 아이언 샷 거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놓쳤다. 여러 차례 코스를 돌아본 미켈슨은 “63타나 64타를 쳐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두 선수 모두 69타를 기록했다. 우즈의 이 코스 최저타 기록은 60타, 미켈슨은 61타다. 방송 해설에 참여한 전 농구 스타 찰스 바클리는 “허접스러운 골프”라고 했다.
 
우즈는 전성기 시절엔 강한 상대와 1대1로 이벤트 경기를 하지 않았다. 지면 잠재적인 라이벌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게 된다고 생각했다. 우즈는 나이가 들면서 앙숙 미켈슨과 친구가 됐고, 결국 이날 매치에 동의했다. 기본적으로는 친선 경기 성격이 짙었다.
 
우즈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1m가 약간 넘는 파 퍼트를 앞두고 컨시드를 받았다. 이날 짧은 퍼트를 여러 개 실패했고,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미켈슨이 “이렇게 이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우즈도 정규 경기 18번 홀 등에서 미켈슨에게 관대하게 컨시드를 줬다. 위대한 스포츠맨십이긴 하지만 그리 치열하지 않은 이 매치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장내 사회를 본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은 “상금의 절반 정도는 두 선수가 냈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900만 달러의 현금 이외에 챔피언 벨트도 준비했는데 사이즈가 미켈슨에게 맞지 않았다. 미켈슨은 “타이거에게 맞는 벨트”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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