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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공격에도 경제마비···'대한민국 급소' 지하공동구

중앙일보 2018.11.25 16:03
독거미 부대(35 특공대대) 장병들이 모의 지하 공동구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거미 부대(35 특공대대) 장병들이 모의 지하 공동구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나 테러집단이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한국의 국가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숨은 ‘급소’가 있다. 바로 지하 공동구다.
 
지하 공동구는 땅 밑의 특정 공간에 전력망ㆍ통신망ㆍ수도관ㆍ난방 온수관 등을 공동으로 수용하는 도시 기반시설이다. 좁은 터널처럼 생긴 지하 공동구는 도시 곳곳에 그물같이 뻗어 있다. 주요 망들이 한 곳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일부 구간만 파괴돼도 도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경제기관·행정기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에서 지하 공동구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해 통신은 물론 전력·수도 등이 일시에 끊길 경우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하 공동구는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숨은 동맥이다. 
 
이 때문에 지하 공동구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돼 있다. 공동구로 통하는 주요 입구는 모두 자물쇠로 잠겨 있고, 핵심 공동구 구간엔 CCTV가 설치돼 있는데다 특정 구간에는 동작감지 센서까지 달려 있어 24시간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을 정도다.

 
군 당국도 지하 공동구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00년 2월 여의도 지하 공동구 화재 사고 이후로 지하 공동구 방어 능력 제고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서울의 방위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지하 공동구 방어 부대까지 뒀다. ‘독거미 부대’라는 별명을 가진 수방사 35 특공대대와,  ‘두더지 부대’라 불리는 52사단의 기동대대(용호부대)다. 만일 북한이나 테러 집단이 지하 공동구를 공격하거나 장악하려 할 경우 35 특공대대가 제압에 나서고, 52사단 기동대대가 외곽을 지킨다.
 
35 특공대대는 서울에서 테러 상황이 일어나면 30분 안에 출동해 진압 작전을 펼치는 부대다. 도심 차량이 정체되는 상황에선 헌병대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막힌 길을 뚫어 출동한다. 지난 9월에는 여의도 지하 공동구에 침입한 가상 테러범을 제압하는 대테러 훈련을 벌였다. 당시 35특공대대는 야간투시경을 달고, 군견과 드론을 활용해 테러범을 추적했다. 
 
52사단 기동대대는 매달 지하 공동구 방어 훈련을 한다. 깜깜한 지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야간 사격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늘 서울의 지하 공동구 지도를 놓고 이동 경로를 숙지한다. 이 부대의 주요 임무는 지하 공동구의 길목에 진지를 만든 뒤 35 특공대대를 피해 달아나는 테러범의 도주로를 막는 것이다.
 
지하 공동구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수방사는 2010년 12월  공간정보 데이터를 공유하는 협약을 서울시와 맺었다. 매년 가을 지하 공동구의 화재를 가정하는 민관군 공동 훈련이 열린다. 지하 공동구가 만들어진 다른 대도시에서도 후방 부대들이 지하 공동구 대테러 작전 계획을 짜고 매년 훈련을 한다.
 
군 당국이 별도의 방어부대까지 편제해 놓을 정도로 지하 공동구는 지켜야 할 핵심 시설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군사적 공격이나 테러가 아닌 화재나 사고로 인해 공동구가 파괴될 경우 군 부대는 무용지물이 된다. 지하 공동구에 관한 한 테러만큼이나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오는 게 일반 사고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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