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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도 날린 '한류 열풍'…시민들 돈벌이만 얘기했다

중앙일보 2018.11.25 13:04
 대만 민주화(1988년) 이후 30년을 지탱해 오던 대만의 정치 판도가 ‘한류(韓流) 열풍’으로 무너졌다. 한국 대중문화를 뜻하는 한류가 아니라 가오슝(高雄) 시장으로 당선된 한궈위(韓國瑜ㆍ61) 열풍을 말한다. 
대만의 집권여당인 민진당의 20년 아성이 '한류 후보' 한궈위에 의해 무너졌다. 24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

대만의 집권여당인 민진당의 20년 아성이 '한류 후보' 한궈위에 의해 무너졌다. 24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

 

허수 후보 취급에서 일약 차기 주자 반열에....정치보다 경제살리기 노선으로 젊은 층 공략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민진당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민진당은 6대직할시장 4석 가운데 2석을 잃는 등 22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3석을 차지하다 6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중에서도 차이 총통이 주석직을 내려놓치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가오슝 직할시장 선거였다. 대만 제2의 도시인 가오슝은 지난 20년간 단 한차례도 민진당이 시장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아성이었다. 그 아성을 아무런 연고도 없고 국민당조차 아무 기대없이 내보낸 한궈위가 단신필마로 무너뜨렸다.  
 
전통적으로 대만 선거는 ‘북부=외성인(外省人)=국민당, 남부=본성인(本省人)=민진당’의 판도가 지배해 왔다. 수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은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퇴해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의 지지기반이었다. 외성인은 국민당과 함께 건너온 중국계 주민을 뜻한다. 반면 남부 지역은 1949년 이전부터 살고 있던 한족(漢族)을 뜻하는 내성인이나 대만 원주민의 인구 비율이 높아 대만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민진당의 지지기반이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중앙포토]

차이잉원 대만 총통 [중앙포토]

 
가오슝은 그 중에서도 민진당이 누구를 내세우건 깃발만 꽂으면 자동 당선되는 곳이라 여겨졌던 남부의 중심도시였다. 민진당은 과거 12년간 가오슝 시장을 지낸 뒤 총통 비서실장으로 옮겨간 실력자 천쥐(陳菊)의 측근인 천치마이(陳其邁)를 내세웠다. 국민당이 내세운 한궈위는 당초 ‘허수 후보’ 취급을 받았다. 한궈위는 타이베이 농산물 공사의 사장을 지내다 사임하고 지난해 국민당 당권에 도전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정치적 입지는 약했고 더구나 가오슝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15만표 차이를 낸 한궈위의 압승이었다. 
 
한궈위는 선거전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보수적인 기풍이 강한 국민당의 전통과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그는 선거사무소도 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선거 운동에 집중했다.  자신의 인터뷰나 인기블로거와의 대담을 유튜브나 SNS에 올리며 민진당 지지 경향이 높은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가두 유세에 나설 때도 깃발 부대와 유세차를 동원하는 전통적 세몰이 방식을 지양하고 ‘생수 1병만 들고 나가 싸운다’며 간소한 선거운동을 택했다. 
 
 그는 또 친중(親中)이냐 반중(反中)이냐의 정치 논쟁보다는 가오슝의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마지막 유세 때에는 머리를 빡빡 민 남성 227명이 연단에 오른 가운데 그는 “나이들고 가난한 가오슝을 젊고 부유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지자들이 머리를 민 것은 한궈위 본인의 헤어스타일을 본 뜬 것이고 227명은 가오슝의 인구(227만명)에 맞춘 것이었다. 한궈위의 인기를 두고 언론들은 ‘한류 열풍’으로 표현했다. 그의 이름의 첫 두글자가 ‘한궈’즉  한국의 중국어 표기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국민당 후보이면서도 전통적인 국민당의 스타일과는 전혀 달랐다.  
 그 결과 한궈위는 특히 20∼30대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오슝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일자리를 찾아 타이베이 등 북부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파고 든 것이 주효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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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후보 취급을 받던 한궈위는 가오슝 대첩으로 일약 차기 총통선거를 노려볼 수 있는 유력 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당선이 확실시된 24일 밤 “국민당 주석직에 도전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는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당장(의 할 일)은 가오슝 시민들이 돈을 벌도록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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