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당신이 차만 타면 '꾸벅꾸벅' 조는 3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8.11.25 05:00
 

“나는 이상하게 차만 타면 졸리더라”

 
차만 타면 유독 졸음이 쏟아지는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중앙포토]

차만 타면 유독 졸음이 쏟아지는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얘기하는 주변 지인들, 혹시 계신가요. 직접 운전할 때는 괜찮은데, 이상하게 뒷좌석이나 조수석에서는 자꾸 솔솔 잠이 온다고요.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는 마치 안방 침대처럼 편히 잠을 청하는 분들도 종종 보이는데요.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계절에는 차 안이 더 따뜻하게 느껴져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특히 피곤한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인 걸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자, 그런데 차를 타면 잠이 오는 데에는 좀 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3분 과학은 ‘도로 위 졸음의 정체’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쓸데없는 정보는 피곤해”...감탄고토(甘呑苦吐)하는 우리의 뇌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졸음운전 방지시스템. 운전자의 신체 상태와 차량의 주행 상태를 동시에 파악하는 장치들로 구성돼 있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졸음운전 방지시스템. 운전자의 신체 상태와 차량의 주행 상태를 동시에 파악하는 장치들로 구성돼 있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아이를 재울 때 엄마가 안아서 흔들어주는 원리랑 같아요” 오한진 을지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졸음의 정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적당한 진동과 소음이 있을 때 잠이 더 잘 드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입니다. 차에 타면 바퀴가 노면을 굴러가는 소리, 엔진의 소음 등 일정하면서도 적당한 소음이 나죠. 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창 밖 풍경도 별로 변함이 없어서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볼까요. 일정한 소음과 풍경은 왜 사람들을 더 편하게 만들까요. 그건 바로 이들이 ‘쓸데없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의미 없는 일을 계속시키면 사람도 피곤하게 마련입니다. 뇌도 마찬가지죠. 오한진 교수는 이를 백색소음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잠을 청할 때 비 오는 소리처럼 일상 속 소음을 일부러 듣는 분들도 많다”며 “이는 꼭 처리해야 할 중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뇌는 이를 분석하기보다 정보를 무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쓸모없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뇌가 감각을 무시하면서 잠이 오게 된다는 것이죠. 
 
차에서 책을 읽으면 더 졸린다...졸음의 두 번째 정체는 ‘멀미’  
 
차에서 졸음을 느끼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정보 부조화로 인한 멀미다. 차에서 글을 읽으면 이 부조화가 심해져 멀미나 구역질이 날 수 있다. [사진 pixabay]

차에서 졸음을 느끼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정보 부조화로 인한 멀미다. 차에서 글을 읽으면 이 부조화가 심해져 멀미나 구역질이 날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뿐만이 아닙니다. 차 안에서 졸음을 유발하는 또 다른 녀석의 정체는 바로 ‘멀미’입니다. 오 교수는 “차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어보면 이런 효과를 더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마 많은 분이 경험하셨을 겁니다. 차에서 글을 읽다 보면 얼마 안 가 어지럽고, 심하면 구토 증상까지 겪게 되죠.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이면에 2가지 단계가 복합적으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바로 정보 부조화로 인한 ‘멀미’와 고통을 면하려는 뇌의 방어 작용입니다.
 
차에서 글을 읽으면 우리의 눈, 즉 시각은 책을 보고 있겠죠. 바깥은 안 보게 됩니다. 시각적으로는 정지된 상태처럼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몸은 진동을 통해 속도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귓속에 있는 평형기관이 이를 감지하고 있죠. 눈은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데 몸은 느끼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가 뇌에서 부조화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뇌가 혼란스럽겠죠. 쓸모없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와 마찬가지로, 정보 부조화를 겪은 뇌는 일종의 파업에 돌입합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죠. 그 결과, 무의식적으로 졸음이 쏟아지게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차 안에서 책을 읽는다는 상황에 가정해서 설명해 드렸는데요. 꼭 그러지 않아도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타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진동과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런 정보 부조화를 지속해서 경험하게 됩니다. 직접 운전을 하면 적어도 멀미로 인한 졸음을 경험하지는 않게 되는 이유입니다.
 
4~7Hz의 ‘저주파수 진동’...운전자도 졸립게 한다
호주 왕립 멜버른공과대(RMIT) 모하마드 파드 조교수팀의 실험결과, 4~7Hz의 저주파수 진동은 운전자에게도 졸음을 유발한다. 운전중인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여 경고해 주는 센서. [중앙포토]

호주 왕립 멜버른공과대(RMIT) 모하마드 파드 조교수팀의 실험결과, 4~7Hz의 저주파수 진동은 운전자에게도 졸음을 유발한다. 운전중인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여 경고해 주는 센서. [중앙포토]

 
지금까지 설명을 종합해보면, 일정한 진동 등 단조로운 정보를 지속해서 접할 때 그리고 정보 부조화로 멀미를 느낄 때 우리는 차 안에서 졸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 그런데 어느 정도의 진동이 가장 위험할까요. 지난 6월 6일 국제과학지 ‘인체공학 저널(Journal Ergonomics)’에는 이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호주 왕립 멜버른공과대(RMIT) 모하마드 파드 조교수와 스테판 로빈슨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봤습니다. 운전석에 가해지는 진동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는 기계(시뮬레이터)에 사람을 태우고 여러 종류의 진동을 가해본 겁니다. 그 결과 4~7Hz에 해당하는 저주파수의 진동이 지속해서 가해질 때 운전자들은 무려 15분 안에 졸음을 느끼게 됐습니다. 자신이 운전하는 능동적인 상황이었지만 30분이 지나자 졸음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졌죠. 연구팀은 “진동에 의한 졸음은 건강하거나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사람들에게도 찾아온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운전석은 조수석이나 뒷좌석과는 달리, 일정한 저주파수의 진동을 교란하는 별도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호흡 속 숨은 살인자(Hidden Killer) '이산화탄소'...버스, 90분만 환기 안 시켜도 기준치 초과
사람의 호흡을 통해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역시 졸음의 대표적 원인이다. [중앙포토]

사람의 호흡을 통해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역시 졸음의 대표적 원인이다.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사람의 호흡을 통해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도 졸음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힙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운행 차량 실내공기 질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CO2 농도가 지나칠 시 탑승자는 산소 결핍으로 판단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미세먼지와 함께 CO2를 주요 오염물질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죠.
 
미국산업위생협회에 따르면 밀폐 공간의 CO2 농도가 2000ppm을 초과하면 두통이나 졸음을 유발하며 5000ppm을 초과할 경우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의외로 CO2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2016년 ‘차량 내 대기변화가 운전자 피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승차정원의 70% 이상이 탑승한 상태에서 90분 이상 연속 주행할 경우, 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422ppmㆍ최대 6765ppm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버스나 전철에서 더 자주 졸린 이유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죠. 환경부는 “좌석버스의 경우 출ㆍ퇴근 시간 시 탑승 인원 초과로 인해 CO2와 미세먼지 초과사례가 빈번하므로, 냉난방 장치 및 환기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기자 정보
허정원 허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