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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에 고추 말리고 미끄럼 타고…거기가 어디?

중앙일보 2018.11.24 1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36)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고인돌. 고인돌이 마당에 자리해 고추 건조대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고인돌. 고인돌이 마당에 자리해 고추 건조대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한 번은 고인돌로 보이는 바위 아래를 파헤쳐 본 적이 있습니다. 뜻밖에 거기서 돌칼이 나왔어요. 마제석검입니다. 닦고 나니 돌이지만 예리해서 풀 같은 게 잘 베어졌습니다. 이곳 고인돌은 아직 문화재로 지정된 게 없어요….”

 
지난 2일 경산학회(회장 성기중) 세미나에서 한 연구자가 전한 체험이다. 경산학회는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12개 대학이 지역의 정체성을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 마련된 학술 모임이다. 현재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 등 7개 대학이 경산 학을 교양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경산시 남천면 대명리 고인돌. 고인돌이 정원의 조경재로 쓰이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경산시 남천면 대명리 고인돌. 고인돌이 정원의 조경재로 쓰이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이 학회가 올해 경산지역 정체성으로 재조명한 주제가 고인돌(支石墓, Dolmen)이었다. 대구광역시의 동쪽에 위치한 인구 27만 경산은 그동안 원효‧설총‧일연 등 3 성현의 고장임을 주로 알려 왔다. 학회는 지역 정체성을 새로 발견하고 덧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산학회는 경산지역이 경북 내륙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대경문화재연구원 김광명 연구원 등이 199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산지역에는 고인돌 총 253기가 분포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들에 따르면 고인돌이 300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산지역 고인돌은 고산 24기, 남천 19기, 자인 22기, 남산 40기, 용성 148기 등이 분포돼 있다.
 
경산시 남천면 삼성리 고인돌. 고인돌이 포도밭 안에 자리 잡았다. [사진 경산학회]

경산시 남천면 삼성리 고인돌. 고인돌이 포도밭 안에 자리 잡았다. [사진 경산학회]

 
경산 고인돌은 그동안 경북대‧영남대 등이 발굴조사를 벌여 일부 유적을 확인했으며 여기서 마제석검‧마제석촉‧적색마연토기 등이 출토됐다.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은 “고인돌이 대규모로 발견되는 것은 청동기시대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았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무덤이다. 무덤 내부에서는 인골과 부장품이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이 분포된 지역이다. 대략 4만여 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다양한 형식과 풍부한 부장품 등을 높이 평가받아 2000년 인천 강화와 전북 고창, 전남 화순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산학회는 지난 9월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를 시작으로 10월 경산시 대정동에 이르기까지 고인돌이 남아 있는 경산시 전역을 답사하며 현장조사를 벌였다. 성기중(66) 학회장은 “알려진 300여 기 중 151기를 직접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앞으로 도록을 만들어 답사하고 지역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산시 용성면 미산리 고인돌. 고인돌이 마당에 놓여 아이들의 미끄럼틀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경산시 용성면 미산리 고인돌. 고인돌이 마당에 놓여 아이들의 미끄럼틀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경산학회]

 
이번 조사에서 경산지역 일부 고인돌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고인돌 한쪽에 미끄럼틀을 붙여 어린이 놀이시설이 되기도 하고 마당의 고인돌은 고추를 말리는 건조대로 사용됐다. 또 마을의 쉼터나 소공원의 조형물로, 더러는 집안 조경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고인돌은 필자의 답사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왜 저 바윗돌을 선사 유적으로 부르는 걸까 떠올려 본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 참석 이후 달라졌다. 지금도 보고되지 않은 고인돌이 많다는 걸 알고 나선 큰 바윗돌을 만나기만 하면 이게 혹시 고인돌은 아닐까 이리저리 살피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고인돌에도 딱 들어맞는 격언일까.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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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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