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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이재명 거취 현재로선 정무적 판단할 때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8.11.24 00:53 611호 4면 지면보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수석대변인, 이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수석대변인, 이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 요구에 대해 “현재로선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이 지사 주장에 대해선 “내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 국회서 기자간담회
정치적 의도 있는 수사냐는 질문엔
“내가 답할 사안 아니다” 즉답 피해

“안 전 지사와 달리 본인이 부인해
당 입장선 신중할 수밖에 없어”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주가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기자들의 질문도 여기에 집중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이 지사와 관련한 질문에 “그만들 하라니까”(지난 19일)라고 하는 등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일문일답.
 
이 지사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것 말고는 잘 모른다. 검찰 공소 과정과 법원 재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현재 정무적 판단을 할 단계는 아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로부터 입장 표명을 하라는 얘길 들었나.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이 지사는 경찰 수사가 강압수사,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고 했다.
“내가 답변할 게 아닌 것 같다. 현재로선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해소가 되는 게 아니다.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이 지사에 대한 당의 조치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비교해 유독 신중하다.
“안 전 지사는 그날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으니깐 당에서 징계 절차를 밟았던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나 이 지사는 본인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이 지사가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 자체가 당 입장에선 악재다. 이 지사는 이미 숱한 상처를 입었지만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여권의 차기 유력 주자군에 포함된 인물이기도 하다. 당내 비주류 핵심 인물이란 상징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그간 잠복했던 친문 주류 세력 대 비주류 세력의 갈등을 다시 불러들여 여권 내 균열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도 이 대표에게 이 지사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결국 홍익표 대변인이 나서 “이 지사 질문 그만하고 다른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야 3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인 뒤 당내 불만이 커지는 데 대해선 “반발하는 의원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는 “서울시에 근무할 때 있던 직원들에게 자세히 들어보니 문제가 제기된 게 거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박원순 청문회’가 될 것이란 정치권 일각의 관측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졸속 협상을 했다”며 당 지도부에 날을 세우자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대선 주자들 잇단 잔혹사
 
하지만 당 내에선 “지도부가 박 시장 카드를 너무 쉽게 내줬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야당은 대권 주자인 박 시장을 타깃으로 정치 공세를 펴겠다는 의도”라며 “이렇게까지 국정조사에 합의해 줄 문제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친문계 강병원 의원도 “국정조사가 우리 당의 유력한 정치적 자산인 박 시장 흡집내기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에 강하게 있다”고 전했다.
 
여권의 현 정치 상황은 이 지사와 박 시장을 비롯해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여권 잠룡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는 처지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선 “대선주자 잔혹사”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이 지역구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청와대에서 이런 ‘잔혹사’를 의도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 모양새가 안 좋은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 ‘갈등 중재’ 시험대에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내부 갈등 중재’라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문 대통령 지지자의 공격을 받고 있는 데다 박 시장 측도 국정조사 수용 건으로 당과 청와대에 서운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분을 막고 집권 중반기 국정 운영에 힘을 얻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사태’의 근저에는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의 뿌리 깊은 반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 지사 역시 드러내 지목하진 않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한 피해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대통령 외에 어느 누구도 권력 내부를 조정할 힘이나 권위, 의지가 없는 게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1년 반 남은 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시에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당 지지율이 39.8%로(리얼미터 기준) 8주째 하락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지지율을 놓고 일희일비할 건 아니지만 우리가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그동안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제3의 도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어느 지역을 배제하자는 뜻이 아니라 현대차가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의 안을 광주시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군산과 울산도 고용위기·산업위기 지역인 만큼 그 지역에 맞게 새로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일훈·하준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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