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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마음의 빚 갚겠다"…시가 8900억어치 친족 증여

중앙일보 2018.11.23 16:58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지분 4.68%를 동생과 사촌형제에게 증여했다. 재계에선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열 분리설을 잠재우고 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9월 최 회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지분 4.68%를 동생과 사촌형제에게 증여했다. 재계에선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열 분리설을 잠재우고 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9월 최 회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 주식 329만주(4.68%)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사촌들에게 증여했다. 시가로는 약 8900억원 규모다. SK그룹 측은 “그룹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책임 경영을 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166만주)과 사촌 형인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6808주), 사촌 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가족(83만주) 등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지분 증여 후 낸 입장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가 하나가 돼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함께하며 한결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분 증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이 같은 증여 취지에 공감, SK㈜ 주식 13만3332주(0.19%)를 친족들에게 증여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가족회의에서 지분 증여의 뜻을 밝혔고, 친척들도 취지에 공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동생 최 수석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증여한 건 1998년 최 회장 취임 당시 최 수석부회장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한 채, 그룹 성장에 힘을 보탠 것에 대해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것이란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실제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생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을 해 왔다고 한다.
 
최신원 회장은 공시 직후 “최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다. SK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인 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번 증여로 시장에서 끊이지 않았던 계열 분리설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그간 시장에선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나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 일부 계열사 지분을 취득해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SK그룹 측은 “이번 증여는 최태원 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계열 분리와도 관계가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증여로 SK가 사촌형제들은 그룹의 결속력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하고 있는 최 회장 일가. 왼쪽부터 최창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사진 SK그룹]

이번 증여로 SK가 사촌형제들은 그룹의 결속력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하고 있는 최 회장 일가. 왼쪽부터 최창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사진 SK그룹]

 
SK그룹은 최 회장의 큰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창업했다. 워커힐 호텔을 인수하던 1973년 폐질환으로 별세했고, 당시 선경그룹 사장이던 동생 최종현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최 회장은 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해 화학·에너지·통신의 현 SK그룹 뼈대를 세웠다. 98년 최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 최태원 회장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그룹을 승계했다.  
 
당시 사촌 5형제(최윤원∙최신원∙최창원 등 최종건 창업 회장 아들과 최태원∙최재원 등 최종현 선대회장 아들)가 한자리에 모여 대주주 가족회의를 갖고 그룹의 대표를 최태원 회장으로 하는 것으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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