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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50세 넘어 고관절 골절, 10명 중 2명 1년 못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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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50세 넘어 고관절 골절, 10명 중 2명 1년 못 넘긴다

중앙일보 2018.11.23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A(80·여)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허리 통증을 빼고는 다른 지병이 없었다. 척추뼈 협착증이 있어서 뼈 사이를 벌려주는 시술을 받고 허리가 좋아졌다. 그런데 5월 산책을 나갔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넓적다리뼈와 골반을 이어주는 고관절이 부러졌다. 수술을 받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지난달 말에 숨졌다. 폐렴에 의한 패혈증(병원균이 혈관에 침투해 전신을 돌며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 사망 원인이었다. 고관절 골절 5개월 만이다. 가족들은 건강하던 A씨가 숨지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수술을 받고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걸으면 통증이 심해 거의 걷지 않았다. 누워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근육이 빠져나가는 근감소증이 생겼고, 폐렴이라는 합병증이 왔다. 사망 전 한 달 간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고관절과 척추 골절의 위험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골대사학회와 공동으로 50세 이상 골다공증 골절 현황을 분석해 22일 발표했다. 2008~2016년 건강보험 진료 빅데이터를 이용해 50세 이상 골다공증 골절·재골절 환자를 추적했더니 10명 중 2명꼴로 1년을 못 넘기고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취약하다. 이번 조사는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한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경고음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2008년 인구 1만명당 148건에서 2011년 180.4건으로 증가한 이후 2016년 152.9건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다. 척추(88.4명), 손목(40.5명), 고관절(17.3명), 팔 윗부분(7.2명) 순이다. 50대에는 손목 골절이 주로 발생하였으며 나이가 올라갈수록 고관절·척추 골절의 발생률이 증가했다.
 
고관절 골절이 척추보다 적게 발생하지만 1년 내 사망률은 더 높다. 17.4%가 1년을 못 넘긴다. 척추 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5.7%이다. 여자가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고 남자의 사망률이 낮을까. 그렇지 않다. 골절 발생률은 여자가 훨씬 높지만 1년 내 사망률은 남자가 높다. 고관절 골절의 경우 남자는 21.5%, 여자는 15.4% 숨진다. 척추 골절 남자는 10%, 여자는 4.2%이다.
 
관절

관절

경기도에 거주하던 정모(78)씨는 지난해 초 집 소파에서 일어나다 발에 뭔가가 걸려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고 며칠을 앓다 병원에 가보니 고관절 골절이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넘게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수술했는데도 회복되지 않아 혼자서 일상생활을 못했다. 앉을 수 없어 거의 누워 지냈다. 사고 10개월여 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골절 사망률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50대 남자 고관절 골절 사망률은 6.2%이지만 60대는 9.8%, 70대는 18.7%, 80대는 32.4%, 90대는 47.2%로 올라간다. 척추골절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인다. 골절 사망이 기대수명 연장의 보이지 않는 적인 셈이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김하영 원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자 사망률이 높은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남자가 심장질환·고혈압 등 병을 더 심각하게 앓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골절로 인해 오래 누워있으면 폐렴·방광염·욕창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목숨을 잃는다. 넘어져서 통증이 있으면 큰 병원을 고집하지 말고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빨리 받는 게 중요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술이 힘들어지고 수술해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 받고 나서 통증이 있어도 억지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 정호연 교수(경희대학교 내분비내과)는 “남성은 여성보다 골다공증의 발생은 적지만 골절 사망률은 높은데 칼슘·비타민D 부족 등 환경 요인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자 앉아서 양말 신어야 … 생활 속의 골절예방 요령
고관절 골절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집에서 옷을 입거나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골절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목욕탕에 미끄럼 방지용 소재를 깔거나 ▶방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양말을 신고 바지를 갈아입으며 ▶카펫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치우고 ▶불을 밝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이 사는 집을 찾아가서 낙상 위험을 체크하고 예방하는 시설을 설치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대한골대사학회 정호연 이사장은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해 우유·멸치·해조류·두부 등 음식을 먹고 하루 800~1000mg의 칼슘을 섭취하고, 부족하면 영양제로 보충해야 한다”고 권한다. 햇볕을 쫴서 비타민 D를 만들고, 실내에서 일할 경우 하루 800mg 정도의 비타민 D 보충제를 먹는 게 좋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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