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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정권 바뀌었다고 원칙도 바뀌나, 전교조 합법화 논란 5년

중앙일보 2018.11.22 14:07
지난해 5월 대선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시스]

지난해 5월 대선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시스]

“내년 ILO(국제노동기구) 총회 전까지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밝힌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국내법과 관련한 여야의 이견을 감안해 매우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청와대가 현재 ‘법외노조’로 돼 있는 전교조 문제의 해결시한을 설정한 셈이죠.
 
 왜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걸까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100주년 총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LO는 그 동안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한국 정부에 철회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전교조의 ‘법외노조’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대체 ‘법외노조’란 무엇일까요.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기에 국제사회에서까지 논란이 됐고 청와대까지 나서 이슈를 제기하는 걸까요? 오늘 ‘이슈리포트’에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슈리포트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①‘법외노조’가 뭐기에?
②‘법외노조’ 해결 한다던 문재인의 약속
③“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정부 원칙
④대법원 판결 또는 정부 스스로 철회?
①‘법외노조’가 뭐기에?
 교원노조법상(2조) 노조의 대상은 초·중·고교 교사 등 초중등교육법(19조 1항)에서 정하는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초중고 교사만 전교조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전교조의 인적 구성입니다. 1989년 해직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전교조엔 아직도 현직에 있지 않은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2013년 전교조에 '법외노조' 조치를 브리핑 중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중앙포토]

2013년 전교조에 '법외노조' 조치를 브리핑 중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중앙포토]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죠. 당시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 9명이 전교조에 속해 있는 것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전교조는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죠. 결국 그해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가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1심(2014년 6월)과 2심(2016년 1월)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15년 5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한 교원노조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고요. 이 때문에 전교조는 지난 5년 동안 수 십 번의 집회와 연가투쟁 등을 벌이며 ‘법외노조’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합법화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연합뉴스]

전교조 합법화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연합뉴스]

②‘법외노조’ 해결 한다던 문재인의 약속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결정한 이후 진보 진영에선 비판이 거셌습니다. 특히 진보 교육감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정부 결정에 문제를 삼았죠. 대표적인 사람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입니다. 김 전 교육감은 정부 발표 직후 “교육정책의 기본은 선생님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에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여러 번 거론했죠.
 
 그러다 그는 교육감 퇴임 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게 됩니다. 당시 그를 민주당으로 초청한 이가 이때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이후 김 전 교육감은 당 대표 경선에도 출마하죠. 그런 인연으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선 캠프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교육공약에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문제가 담깁니다. 그 때문에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전교조는 문재인 캠프에 힘을 실어주죠.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합니다. 이때부터 전교조를 대하는 교육부의 입장도 180도 달라지게 됐죠.
2015년 6월 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위회의에서 김상곤 당시 혁신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혁신위는 문 대통령의 핵심 개혁기구였다. [중앙포토]

2015년 6월 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위회의에서 김상곤 당시 혁신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혁신위는 문 대통령의 핵심 개혁기구였다. [중앙포토]

③“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정부 원칙
2017년 6월 전교조는 민주노총과 함께 대대적인 집회를 엽니다. 당시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며 연가투쟁을 벌였죠. 연가투쟁은 평일에 교사가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당시 매우 의아했던 점은 연가투쟁을 바라보는 교육부의 미온적 시선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매우 비판적이었고 강경 대응을 해왔습니다.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집회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교육부는 집회 11일 전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집회 참가 등 목적으로 조퇴·연가 신청할 경우 불허하고, 이를 허락한 교장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강도 높은 지침을 내렸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연가투쟁은 엄격히 대응했습니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훼손된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연가투쟁에 대한 원칙이 확 바뀌었습니다. 당시 교육부는 “연가투쟁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을 학교에 별도로 전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처럼 ‘참여하면 징계하겠다’는 식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죠. 갑자기 뒤바뀐 원칙에 혼란에 빠진 것은 일선 학교였습니다.
 당시의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그 동안 해온 걸 생각하면 연가투쟁을 불허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부가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학교장에게 떠넘긴 꼴”이라고 성토했죠. 당시 한국교총도 “평일에 연가내고 집회에 참여하면 학생들의 수업권 자체가 흔들린다”며 “법은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④대법원 판결 또는 정부 스스로 철회?
 이처럼 전교조를 대하는 원칙이 뒤바뀌자 교육계 안팎에선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선 때 약속했던 것처럼 정부가 나서 ‘법외노조’ 결정을 철회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죠. 이미 법원에서 2차례 ‘법외노조’ 결정을 정당화 했고, 헌법재판소도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법외노조’ 처분을 철회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청와대가 바라는 해결 방법은 두 가집니다. ‘법외노조’ 결정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거나 대법원 판결에서 지난 두 번의 결정을 뒤엎는 일입니다. 하지만 법 개정은 쉽지 않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여야 간 대치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원노조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뉴스1]

[뉴스1]

 결국 청와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지난 정부의 ‘법외노조’ 결정이 부당했다고 판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 이후 3년 가까이 판결을 미뤄두고 있죠. 현재로선 언제 최종 결정이 내려질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일각에선 이번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사실상 청와대가 대법원 판결 시점을 내년 6월 이전으로 못 박은 것 아니냐”며 “사법농단이 이슈인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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