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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처참한 성적'···소득 양극화 11년만에 최악

중앙일보 2018.11.22 12:00
일자리 참사의 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며 '분배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빈부 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5분위 배율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며 이들의 벌이가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지갑은 더욱 두툼해지는 모양새다.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5분위배율 5.52, 3분기 기준 2007년 이후 최대
1분위 소득 7% 감소할 때, 5분위는 9% 늘어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가 양극화 심화로 이어져

취약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분배지표 역시 개선될 수 없고, 이러려면 정부 정책 기조의 수정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를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5.5배 넘게 차이 난다는 의미다. 3분기 기준으로 2007년(5.52)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구의 벌이가 모두 줄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은 3분기에 전년 대비 7%,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 소득은 0.5% 감소했다. 반면 소득이 많은 4분위(소득 상위 20~40%), 5분위(상위 20%) 가구의 2분기 벌이가 1년 전보다 각각 5.8%, 8.8% 늘었다. 3분기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대비 4.6% 증가했다.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당초 이번 3분기 분배 지표는 다소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돈이 9월부터 늘어나서다. 정부는 올해 9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기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또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으면 10만 원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5만원 늘어나는 건 지급자 모두에게 5만원을 더 준다는 게 아니라 상향 한도가 5만원이라는 뜻”이라며 “3분기(7~9월)의 마지막 달인 9월에 지급이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연금이 확대된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확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소득 증감을 좌우한 건 결국 일자리 수였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줄었지만, 고소득층의 일자리는 증가했다. 3분기 가구당 취업자 수는 1분위가 0.69명, 2분위가 1.21명이다. 각각 전년 대비 16.8%, 8.2% 감소했다. 반면 4분위와 5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각각 1.8명, 2.07명으로 1년 전보다 1.3%, 3.4% 증가했다. 
 
그러면서 1분위 근로소득은 22.6%, 2분위는 3.2% 감소했지만, 4분위 근로소득은 2.6%, 5분위는 11.3% 증가했다. 가구당 취업자가 늘어난 계층은 소득도 늘고, 취업자가 줄면 벌이 역시 감소하는 셈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는 최근 고용동향 지표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지난달 임시직 근로자의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3만8000명, 일용직 근로자는 1만3000명 각각 감소했다. 임시직은 2016년 9월 이후 26개월째, 일용직은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상용직 근로자는 지난달에 35만명 증가했다. 1분위 계층이 주로 일하는 임시ㆍ일용직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는 반면, 소득 상위 계층이 주로 일하는 상용직 일자리는 크게 늘고 있고 이것이 분배 지표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며 3분기 분배 상황이 11년만에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시장에서 일을 얻지 못한 인부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며 3분기 분배 상황이 11년만에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시장에서 일을 얻지 못한 인부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일부 늘려준다고 해도 결국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분배 지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더해지며 고용 상황이 좋지 못하고 이로 인해 분배지표가 지속해서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고용 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양극화 역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이 저소득층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정책의 부작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며 “부유층과 달리 저소득층은 가계주가 일자리를 잃어버리면 빚을 늘리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이론적으로 일자리가 있는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라며 “분배를 개선하려면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을 펴야 하고 이러려면 민간의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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