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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대기자의 퍼스펙티브] 확전인가 휴전인가 … 분수령 맞는 미·중 무역전쟁

중앙일보 2018.11.22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미·중 무역전쟁 8문8답
지난 7월 6일 자정(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곧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30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벌이는 담판은 확전과 휴전을 가르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의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과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패권 다툼의 전초전 성격을 띤 미·중 무역전쟁의 이모저모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아르헨티나 미·중 정상 담판서
타협 못 하면 확전 불가피

관세 폭탄에도 미 무역역조 심화
장기화하면 중국도 타격 불가피

지금 중국 밟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당적 공감대 워싱턴에 형성
남중국해 무력충돌 가능성도

중국 최대 무기는 민족주의
확전 피하되 굴복 않는다는 시진핑
정치적 목적으로 무역전쟁 활용

 
 
① 지금까지의 전황(戰況)을 요약하면?
 
미ㆍ중 무역전쟁 8문8답

미ㆍ중 무역전쟁 8문8답

미국은 현재까지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는 10%, 나머지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연간 5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산 수입품의 거의 절반에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중국은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똑같이 10% 또는 25%의 맞불 관세를 부과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부과한 10%의 관세율을 내년부터 25%로 올리는 한편 추가로 267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때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무차별 관세 폭격을 가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중국은 연간 1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 중 1100억 달러에 이미 보복관세를 부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전쟁에 쓸 실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즉 관세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은 142개 항목에 걸친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는 “4~5개 중요한 항목이 빠져 있다”며 “이대로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 전까지 물밑 협상은 계속되겠지만, 최종 타결은 양국 정상의 몫이다. 거기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확전은 불가피하다.
 
 
② 미국의 관세 폭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나.
 
아직은 아니다. 지난 3분기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106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29억 달러)보다 되레 14%가 증가했다. 물론 앞으로 관세 효과가 본격화하고, 예고한 대로 미국이 관세 폭탄을 추가로 터뜨리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9%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유럽과 일본, 한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면 중국 측 타격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③ 확전에 대비한 중국의 카드는 뭔가.
 
가장 강력한 무기는 중화(中華)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제를 배치한 한국에 했던 것처럼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것이다. 중국 내 맥도널드 햄버거와 스타벅스 매장, 미국산 자동차와 할리우드 영화 등이 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감시·감독 강화도 예상된다. 중국인의 미국 여행이나 유학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때처럼 희토류 같은 전략 품목의 대미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 마지막 상황까지 몰리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의 투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북(對北) 경제제재를 완화하거나 이란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등 미국 심기를 거스르는 외교 카드도 구사할 수 있다.
 
 
④ 트럼프의 속셈은 뭔가.
 
그동안 트럼프가 트위터나 인터뷰, 연설 등을 통해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한 것만 200회가 넘는다.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는 “중국은 세계 역사상 최대의 절도 행위를 저질렀다”며 중국을 ‘경제적 적(敵)’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출마에 앞서 2015년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이란 책에서는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미국의 산업을 파괴했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고, 우리 기업들을 염탐하고, 우리의 기술을 훔쳤고, 화폐 가치를 낮춰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맹비난했다.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무력한 역대 전임자들과 달리 자신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중국에 정면대응한다는 걸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트럼프가 중간선거에 앞서 무역전쟁을 선포한 일차적 의도로 보인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아 대중 무역적자를 축소함으로써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기조를 2020년 대선 때까지 밀고 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 측의 몇 가지 양보를 내세워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고, 무역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⑤ 트럼프 뒤에는 누가 있나.
 
미 월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중국에 구사하고 있는 ‘미치광이 전략’의 배후에 있는 진짜 미치광이가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겸 국가무역위원장인 피터 나바로라고 꼬집었다. 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에서 경영학 교수를 지낸 나바로는 중국에 대해 가장 비판적 시각을 가진 ‘괴짜(oddball)’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출간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에서 나바로는 중국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다. 온갖 싸구려 불량상품으로 세상을 오염시키고,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란 것이다. 이 책을 토대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트럼프가 본 것이 인연이 돼 나바로는 트럼프의 눈에 들었고, 지금은 귀까지 잡고 있다.  
 
그는 대중 무역적자를 국가안보 리스크로 규정한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번 돈으로 군비를 확충함으로써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고율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기술 유출 금지, 해킹 방지, 환경 및 안전 기준 강화, 노동 기준 강화, 보조금 지급 금지, 대만과의 군사적 관계 강화 등을 통해 중국의 손발을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여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 체인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⑥ 무역전쟁을 미국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6월 갤럽 조사에서 62%의 미국인이 중국의 무역정책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거침없는 ‘굴기 (崛起)’에 제동을 걸 때가 됐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제력을 토대로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을 이대로 방치하면 미국의 패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온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하면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민주화·다원화함으로써 글로벌 체제의 ‘주주(stakeholder)’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도 ‘화평(和平) 굴기’ 노선을 따르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은 공세적 부상으로 돌아섰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세계 지배의 야심을 드러내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근육질을 과시했다. 더구나 올해 ‘시(習)황제’로 등극한 시진핑이 인권·민주화 운동과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미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이 기회에 중국을 확실하게 밟아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적 경쟁을 주장했던 재계와 금융계, 학계와 주류 언론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⑦ 진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나.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의 대답은 ‘예스’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은 절대 평화롭게 부상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을 제시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불가피한 코스라고 주장한다. 핵을 가진 강대국 간 정면충돌은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중은 당연히 전쟁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전쟁은 대개 우발적 충돌에서 시작된다.
 
최고 위험지대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이다. 지난 9월 말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과 중국 함정은 40m까지 근접하며 충돌 직전까지 갔다. 중국 함정은 충격흡수 장치를 부착하는 등 충돌을 각오한 모습을 보였다. 미 구축함이 급히 뱃머리를 돌리는 바람에 겨우 충돌을 모면했다. 두 해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과 미국이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의 우발적 충돌은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중 양국은 해군과 공군력, 미사일 전력과 미사일 방어망, 우주전략무기망을 확충하고 있다.
 
 
⑧ 무역전쟁에 대한 시진핑의 입장은 뭔가.
 
확전은 피하되 굴복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로봇, 인공지능, 5G 모바일 네트워크 등 핵심 신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된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밀고 나가는 한편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2050년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 위대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재현하는 큰 그림은 미국이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홍역이자 성장통이란 인식도 있다. 자력갱생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산도 있다.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사업가이지 전략가가 아니라는 게 시진핑의 시각이다. 트럼프의 우선 관심사는 재선이고, 더 큰 관심사는 자신과 가족의 사업적 이익이란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에게 18건의 상표권을 승인해준 데 이어 지난달에도 신발·핸드백·웨딩드레스·선글래스 등 16개 상품의 상표권을 승인해줬다. 트럼프 자신도 중국에서 100여 건의 상표권을 갖고 있다. 이런 트럼프가 대통령인 게 중국으로선 다행이란 시각도 있다. 시진핑은 미국의 공세에 의연히 맞서는 믿음직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히고, 1인 독재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기회로도 무역전쟁을 활용하고 있다. 시진핑이 속으로는 웃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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