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 포르테'의 앨리슨 로니스 대표.
이 거대한 ‘온라인 백화점’을 이끄는 이가 앨리슨 로니스(Alison Loehnis·48) 대표다. 2007년 회사에 입사한 이래 4년 만에 대표직(president)을 맡았고, 2015년 네타 포르테가 또 다른 온라인 패션 기업 ‘육스(Yoox) 그룹’과 합병하면서 ‘육스네타 포르테그룹’의 대표로 승진했다. 그 시간은 패션계가 디지털 환경으로 변모해 가는 현장을 몸소 경험한 과정이기도 했다. 지난 9월 그와 마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패션계의 디지털 프런티어로서, 그는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런던의 네타 포르테 본사에서 국내 매체로는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로벌 패션몰 사이트 ‘네타 포르테’ 앨리슨 로니스 대표
기술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결국 무기는 ‘인간의 터치’
택배 기사가 시착 기다렸다 바로 반송 받는 서비스 등
제품 큐레이팅부터 배송까지 고객 중심 전략이 성장 비결
‘효율성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꼭 들어맞았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인터뷰 시간을 난감해하자 해법을 제시했다. “괜찮아요. 내가 말을 빨리하면 돼요.” 실제 그는 어떤 질문에도 속사포처럼 답했다. 그러면서 쉽고 명료한 예를 들어 설명을 뒷받침했다.
- 패션에서 온라인 시장이 얼마나 커진 건가.
- 수많은 편집몰 사이트가 있다. 같은 물건을 파는 데도 네타 포르테를 찾는 이유가 뭘까.

네타 포르테는 지난 9월 영국의 가장 핫한 브랜드 'JW 앤더슨'과 단독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 그렇다면 ‘알파’를 만드는 인력이 필요한데.
- 네타 포르테 역시 소수의 EIP(Extremely Important Person)들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VIP들과 동일하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자로서 차이점이 있나.

네타 포르테 X JW 앤더슨 단독 캡슐 컬렉션.
- 그 서비스라는 게 남달라야 할 텐데.

지난 4월에는 펜디의 로고를 활용한 컬렉션을 전세계에서 한 달 먼저 독점 선판매했다.
앨리슨 대표는 뉴욕 출신으로 브라운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2007년 네타 포르테에 오기까지, 경험은 다채로웠다. 대학생 때 랄프 로렌 매장에서 옷을 판 경험부터, 졸업 뒤엔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에서 회계 어시스턴트를, 이후 잡지사를 거쳐 디즈니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이사를 맡아 극작가들 발굴하기도 했다.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온라인 사업을 경험한 뒤엔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에서 글로벌 세일즈를 담당했다. 이처럼 비즈니스와 창작 영역을 두루 거친 이력은 네타 포르테 입사 뒤 ‘융합 전략’으로 나타났다.

네타 포르테 런던 본사 쇼룸에서 촬영한 올 연말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 캠페인. 다양한 브랜드 중 일부를 큐레이팅 하고 스타일링 했다.
- 2007년 입사했을 때 시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변화를 예측했고, 무엇이 판단의 근거가 됐나. 가령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기 전인 2009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앨리슨 로니스 대표는 네타 포르테 입사 전까지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고루 거쳤다..
- 이제 새로운 기술은 AI다. 어떻게 생각하나.
- 기술로 분석한 한국 시장의 특징은 뭔가.

네타 포르테 '홀리데이 파티 컬렉션'에 선보이는 슈즈들.
“지금까지 각국 신진 브랜드들과 거래하면서 멘토링을 해왔다. 바이어들이 쇼룸을 찾아 조언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을 도왔다. 릭소(RIXO)나 피터 페트로브(Peter Petrov) 등이 그런 예다. 우리가 깨달은 것은, 고객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굉장히 원하고, 이를 시스템화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고객 역시 창의적으로 패션을 즐길 기회를 주는 일이다. 앞으로 매 시즌 소수 브랜드를 선정해 입점시키고 공식적으로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네타 포르테가 올해 처음 실시한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 '뱅가드 프로그램'에 선정된 '구드'. 한국 디자이너의 백 브랜드로,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악어가죽 스탬프를 찍었다.
속사포 같은 답변 뒤 숨을 고르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모바일 다음엔 무엇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 그에게 만큼은 확실한 무언가가 있을까. 그가 웬일로 뜸을 들였다. “모두 크리스털 공처럼 투명하게 미래를 보고 싶지만 누가 그걸 알 수 있을까. 패션은 늘 변화할 거라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이미 사람들은 출퇴근 길에도, 와인을 마시면서도 쇼핑을 한다. 아침 8시 30분에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사는 여자들이 있다. 이들의 심리가 뭔지 꿰뚫어 보고 최대한 편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