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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文 떠나게 한 잔인한 통계 네 가지

중앙일보 2018.11.20 15:48
평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이모(23)씨. 지난 8월부터 주말에는 다른 편의점에서도 일한다. 시간을 쪼개 2곳 이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른바 ‘메뚜기 알바’다. 이씨는 “기존 편의점주가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하루 8시간 일하던 근무시간을 5시간으로 줄였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들어오는 돈은 비슷한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느라 몸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의 청년층이 경제적 고난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취업난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빚 부담과 미친 집값 등으로 숨 막히는 청년층에게 한국에서의 경제 활동은 말 그대로 ‘헬조선’이다.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이들의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9.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3분기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19년만의 최고치다.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층 ‘확장 실업률’은 22.8%에 달한다. 2015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전체 확장 실업률(11.6%)의 약 두 배다. 청년 5명 중 한 명꼴로 ‘사실상 실업’ 상태라는 의미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올해 3분기 39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7000명 줄었고, 실업자 수는 반대로 40만7000명으로 2000명 늘었다. 이처럼 청년실업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20대 청년 실업자의 평균 구직기간은 3.1개월로 역대 가장 길었다  2013년 2.5개월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늘었지만  지난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이는 우선 인구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생)의 자녀들이 구직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지만, 일자리 공급은 제자리다. 고용시장이 증가하는 청년층 인구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여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은 채용을 줄였고, 정규직을 늘린 것은 새로운 취업의 문을 좁게 만들었다”며 “청년층이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많은 도ㆍ소매 업종 등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영업자도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입을 얻을 직장을 얻지 못하니 빚에 기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생이 아닌 만19~31세의 청년의 20.1%는 대출 경험이 있다. 이 중 15.2%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경험이 있고, 13%는 고금리로 돈을 빌렸다. 60.2%는 취업 준비 기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요 원인은 생활비와 취업준비자금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자리를 구해도 소외감은 여전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대와 50대의 세대 간 상대임금 격차는 20대 임금수준을 100으로 볼 때 2007년 134.5에서 2017년 149.5로 벌어졌다. 임금 증가 속도가 20대보다 50대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비율도 편차가 크다. 20대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2007년 31.2%에서 지난해 32.8%로 10년 새 1.6%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50대는 정규직 비중이 2007년 57.3%에서 2017년 66.2%로 8.9%포인트 높아졌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노조 협상력에 의한 과도한 임금상승, 연공형 임금체계 수혜, 기존 근로자 고용 보호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대 간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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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집값 급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졌다. 조모(29)씨는 최근 서울 신림동 인근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5만 원짜리 원룸을 구했다. 회사가 있던 강남역 근처 집세가 올라 싼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조씨는 “최근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른 것을 보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가구(만 20~34세)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가 26.3%에 달했다. 4명 중 1명 이상이 향후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는커녕 임대료 부담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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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청년 문제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한국은 최저임금 정책이 산업 무인화를 가속화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상공인을 위축시키는 식으로 정부의 정책 의도와 반대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청년층의 고통이 현 정권에 대한 20대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서 “기대를 안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20대 지지가 떨어지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반영된 것”(송영길 의원), “미래를 책임질 20대가 실망하고 있다면 그 부분은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박주민 의원)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는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며 “최근 불거진 고용세습,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국민연금 개편 추진 등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20대 文 지지율, 6개월 새 29%포인트 급락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 역할을 했던 20대 지지율이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19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53.7%로 집계됐다. 특히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4.2%로 전주보다 7.3% 포인트 하락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1주차에 20대 지지율은 85.7%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19~29세의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56%로 떨어졌다. 갤럽의 5월 4주차 조사(85%)와 비교하면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6개월 만에 2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20~40대에서 모두 하락세가 나타나지만, 20대가 등을 돌리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조사기관들은 고용위기 심화로 청년층이 직접 타격을 입은 데다, 경기 하강 국면까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꺾인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일본은 고용 및 경기의 빠른 회복세 덕에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63%에 달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와 관련 "20대·영남·자영업자에서 굉장히 낮게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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