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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기자의 한반도 워치] 멀어지는 북·미 관계 복원 묘수는…?

중앙일보 2018.11.20 13:54
중국·러시아 북한 핵무장에 반대… 비핵화 의지 분명히 할 때
트럼프, 기술적으로 불가역적인 단계에 제재 완화해야
 
지난 9월 서울도서관에 내걸린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 기념사진.

지난 9월 서울도서관에 내걸린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 기념사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의 11월 8일 뉴욕 회담이 하루 전에 전격 취소된 것은 한반도 평화의 긴 여정에 불길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다. 그 회담은 내년 초 열릴 것으로 모두가 바란 김정은·트럼프 북·미 2차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제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 그 물목(物目)을 서로 맞추면서 조정하는 것이다. 그 모두가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큰 틀의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첫걸음이었다. 그런 의미를 가진 중차대한 회담이 깨졌으니 싱가포르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천하태평이고 한국 정부도 전혀 비관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정을 다시 잡아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 내년 북·미 2차정상회담은 차질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청와대와 백악관의 낙관적 설명이다.
 
그러나 폼페이오와 김영철 회담이 취소되기 전에 북한에서 나온 언론 논평이나 태도는 최고위 회담과 정상회담의 앞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난 10월 한 차례의 취소 끝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만나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전달하고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었다. 폼페이오는 멀어만 보이던 북·미 간의 입장에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귀국했다.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별도로 만나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비건·최선희 회담이 무산됐다.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었다. 비핵화 협상 가도에 켜진 노란 신호로 보였다. 곧이어 북한 외무성은 트럼프 정부가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기를 증강하는 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창’ 이후 처음으로 전가의 ‘보검’을 휘두른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12일 북한의 공식 정책 결정 기구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여 북한 역사에 특기할 만한 두 가지 중대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핵을 버리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것이었다. 아버지 김정일이 선군노선을 편 데 반해 김정은은 군은 사회주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 선도적으로 떨쳐 일어나라고 촉구했다.
 
김정은, 문 대통령에게 생각할 틈도 안 주고 입장 바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가 11월 11일 발표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삭간몰 위성사진. / 사진:뉴욕타임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가 11월 11일 발표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삭간몰 위성사진. / 사진:뉴욕타임스

다른 하나의 결정은 핵과 미사일에 자진해서 모라토리엄을 건 것이다. 핵·미사일 동결이다. 핵 모라토리엄은 트럼프를 감동시켰다. 그 뒤 트럼프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한 이상 비핵화 협상에 시한을 걸고 서두르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에 열성을 보인 가장 큰 동기는 북한이 2017년 12월 29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데에 미국 본토 안보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화성-15의 사정거리는 1만2000~1만3000㎞로 뉴욕과 워싱턴을 사정권에 둔다. 본토가 직접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 ICBM의 사정권에 들면 2017년 후반기 한반도를 전쟁 위기의 벼랑끝으로 몰고 간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잠재우고 다른 대북 군사행동이 치명적인 제약을 받는다.
 
이것은 동전의 한 면일 뿐이다. 다른 한 면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승계한 딜레마였다. 북한은 세계적 공인을 받지 못한 핵국가가 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탑재한 핵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해 폭발 지점 상공에서 자체 유도 장치로 폭발, 고도와 타격 대상을 선정하는 기술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 공격을 받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핵탄두가 뉴욕 맨해튼 상공에서 폭발하든 뉴저지나 롱아일랜드나 브루클린에서 폭발하든 치명적인 피폭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핵 보유의 대가는 가혹한 것이었다. 미국의 주도로 유엔안보리가 가하는 최강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이름의 대북 경제제재는 4·12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실천하는 데 최대의 장애물이 되었다. 미국은 안보리 주도 제재에 더해 독자적인 제재를 잇달아 추가하고 미국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한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는데도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 결과 북한 경제는 발해만과 동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밀수에 의존하는 궁지에 몰렸다. 전국 480개 정도로 추정되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물자도 대부분 해상 밀수로 조달되는 것들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내린 결정은 핵을 최고 가격으로 미국에 넘기고 (1)체제의 안전과 (2)국제사회의 경제지원을 받자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그런 암시를 2018년 신년사에 비쳤고, 평창→판문점→싱가포르→평양을 거치면서 구체화됐다. 비핵화의 여정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은 북한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준 핵·미사일을 어떤 대가를 받고 내어줄 것인가의 계산이 복잡해서다. 김정은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제조공장을 해체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을 포함한 국제전문가단의 현장 사찰과 검증 없이 시행된 핵·미사일 포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상회담 의제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물목의 맨 위에 있는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목록이다. 그것을 국제 전문가단이 현장에 가서 미국 정보당국이 가지고 있는 목록과 대조하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검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한다. 처음엔 종전선언에 중점을 두다가 제재 해제로 선회했다. 종전선언 세일 외교를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제재로 외교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입장을 바꿔 나갔다. 결과 문 대통령은 유럽까지 날아가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마크롱과 메이는 즉석에서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럽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지만 그것은 당연히 있었어야 할 고위 실무진 간의 사전 협의가 없는 데서 생긴 외교 참사다. 문 대통령 유럽 순방의 유일한 큰 성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내년 평양 방문의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제로 평양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도 한층 격상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했다. 종전선언에도 동의할 자세였다. 그러나 북한은 돌연히 미국에 대한 요구의 초점을 종전선언에서 제재 해제로 바꿨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까짓 종잇조각”이라고 폄하한 종전선언보다는 제재 해제의 실익에 착안한 결과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제재 해제 요구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만큼 난제다. 트럼프와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북한의 핵폐기가 충분한 검증 아래 완결될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이 완고하다.
 
위태로워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내걸렸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내걸렸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체는 인체와 같다. 인체의 장기 하나하나의 건강 상태가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듯이 비핵화와 평화협상, 남북협력을 위한 개별 대화와 협상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같은 이치로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의 취소는 2차 북·미 회담의 성사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연쇄반응으로 남북 협력관계에 파장을 미친다. 지금부터 내년 1월까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분수령이 될 큰 행사들이 라인업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 방문,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교황 프란치스코의 북한 방문은 10년 후, 20년 후에 되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평화의 여정에 큰 획을 긋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가장 위태로운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이것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 협상의 진전과 직접 연계돼 있다. 미국은 남북 관계가 북·미 대화 진전에 많이 앞서가는 데 계속 불만을 터뜨려 왔다.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의 무산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실현된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편한 마음으로 그를 맞을 수 없고 회담 성과도 미국의 견제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한계를 넘을 수가 없게 된다.
 
[뉴욕타임스]의 에드워드 웡(E. Wong) 기자는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이 취소된 데 대해서 아래와 같은 논평기사를 썼다. “회담 취소로 싱가포르에서 절정에 달했던 북·미 관계가 수렁에 빠졌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두 나라는 서로 맞지 않는(mismatched) 요구와 기대를 주장해 최근 몇 주 새에 함정은 깊어졌다.” 웡 기자의 논평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공화당의 상원 수성이라는 황금분할로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만족하는 체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점하면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 수가 있다. 다행히 민주당의 기본 입장도 북핵문제를 선제공격 같은 군사적인 수단이 아니라 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하원의원들을 설득하는 외교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이 무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비관론이 대두됐다. /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이 무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비관론이 대두됐다. / 사진:연합뉴스

북·미 핵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협력관계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FFVD(충분하고 완전히 검증된 핵 폐기)의 의지가 있는가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회의적이다. 그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탄두 일부를 깊이 은닉해 둔 채 미국과 협상을 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를 받아내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인지상정으로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부터 막대한 경제적 희생을 치르고, 수십만 명의 백성을 아사시키고 기아선상으로 몰면서 쌓아 올린 핵의 ‘금자탑’이다. 심리적으로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한걸음 더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가 돼야 한다. 두 후견국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핵무장에는 반대다. 특히 시진핑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과 북핵문제를 연계시켜 놓고 있어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 한반도 평화의 프로세스는 통일의 프로세스가 아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중국은 오히려 인도양과 남중국해에 군사적·경제적·외교적 자산을 집중할 여유를 얻는다. 21세기의 후반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서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무대를 옮기는 시기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으로 진출하는 중국의 배후지를 안정시키는 선물이라는 점을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설득하는 외교의 기본 축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 주변 4강 자주외교 펼 때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5일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5일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의 진전이 북·미 협상을 한 발 앞서가면서 견인하는 것이 생산적임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 후에 대북제재를 해제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은 북한대로 제재를 먼저 풀어야 완전한 비핵화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실제로 국제 핵·미사일 전문가들이 북한 산악지대를 누비고 다니면서 핵·미사일의 해체를 사찰·검증하고,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단계가 되면 제재 해제는 필요한 수순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때까지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 비핵화의 어느 단계가 되면 미국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주도해야 한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북한 비핵화의 20%가 불가역적인 단계라고 말했다. 20%든 40%든 과학자들이 판단할 때 기술적으로 불가역적인 단계라고 생각되면 제재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제해야 한다. 한국은 그 불가역적인 단계가 언제인지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의 여기 이 자리에 위치한 한국의 지리는 우리를 지리적 결정론자로 만들기 쉽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는 정보통신 기술로 우리는 지리적 저주에서 풀려나고 있다. ‘지리는 운명이다’라는 말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주변 4강에 예스와 노를 분명히 말하는 자주외교를 펼 때다. 같은 말은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그가 ‘종전선언이다’ 하면 그리로 뛰고, ‘경제제재 해제가 먼저다’ 하면 그쪽으로 방향선회를 하는 정책은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오는 방향 잃은 정책일 뿐이다. 대북정책도 우리의 정책이어야 한다. 대미·대중·대일·대러시아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평화 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일 관계의 복원도 급하다. 오늘의 한·일 관계를 보면 대일 외교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청와대의 독점이 문제다. 비스마르크도 키신저도 아닌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참모진이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만도 벅찬데 한·일 관계까지 움켜쥐고 있으니 일본 외상이라는 사람이 한국 대사를 불러 악수도 생략하고 아랫사람한테 호령하듯 징용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질타하는 무례를 저지르지 않는가. 일본에 한 발 뒤졌지만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 말고도 21세기 후반 인도·태평양 시대의 주역인 국가들, 인도·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새로운 친구로 포용하는 큰 의미가 있다. 그 나라들은 예외 없이 1930~4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점령 또는 지배를 받은 역사적 상처를 한국과 공유한다. 그들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우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신남방 정책은 좋은 착상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3일 트위터에서 북한이 기만술을 쓰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또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3일 트위터에서 북한이 기만술을 쓰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또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하자 비핵화 협상을 서둘지 않겠다면서 여유를 부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정해진 최고경영자(CEO)일 뿐이지만 자신은 종신집권이 보장된 오너라는 자신감과 여유를 가졌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정권이 바뀌어도 다음 정권이 승계할 보편적,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평화 프로세스의 궤도를 깔라는 의미다.
 
대북정책의 방향은 잘 잡혔다. 출발도 좋았다. 그러나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개념적 합의의 이행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자 디테일 속에 숨어있던 악마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의 전쟁 위기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북한과 미국의 충동적인 두 지도자를 설득해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전통적 외교방식을 버리고 담대한 결단을 내리면서 공격적인 외교를 펼쳤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교황의 방북이라는 희대의 ‘사건’도 일어나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폼페이오 방북이 한 차례, 품페이오-김영철 회담이 한 차례 연기되는 외교적 비정상은 지난 2월 평창에서 출발한 한반도 비핵·평화의 긴 여정의 전체적인 그림을 회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이 조속히 개최돼 그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내년 초 북·미 2차 정상회담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 본 것처럼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작은 성공에 도취되는 것도 위험하다. 너른 시야, 긴 안목으로 다시 멀어질 기미를 보이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은 이번에도 한국의 대통령 어깨에 얹힌 가볍지 않은 짐이다.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 김영희 - 1958년 22세 나이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필자는 82세가 된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는 영원한 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임원 등을 거치고 최근까지도 중앙일보 대기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올해로 기자 활동 60주년을 맞는 그는 외교·안보·국제 뉴스의 한 우물을 판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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